국내 최초 휠체어 모델 이야기(장애인 모델 김종욱) 첨부이미지 : 2김종욱-표지.jpg

문화다양성 인터뷰 시리즈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을 위해 매월 특정 주제와 관련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질문하고, 그 생생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휠체어를 탄 모델로, 활발히 활동중인 모델 김종욱님을 소개합니다.

 

1. 안녕하세요, 김종욱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소속 모델 96년생 김종욱입니다. 중증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 제공=김종욱

 
2. 우연한 계기로 모델을 시작하게 되셨다고 들었는데요. 그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대학 시절 잦은 술자리와 배달 음식 섭취로 살이 많이 쪘었는데요. 살이 찌니 주변 친구들이 (이동에 있어서) 저를 도와줄 때 힘들어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게 미안해서 살을 빼게 됐습니다.
 
건강한 다이어트를 모르고 시작해서 그냥 무작정 굶었어요. 자주 시켜먹던 배달음식비가 절약되더라고요. 절약된 목돈으로 무엇을 해볼까 고민해봤는데, 주변에 옷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다 보니 저도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서 스스로 코디하는 데 시간을 써보기로 했어요.
 
그 해 열렸던 서울패션위크 행사에도 최대한 꾸며 입고 구경하러 갔어요. 이게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됐어요. 현장에 저처럼 차려입은 휠체어 이용자가 없어서였는지, 많은 분들이 저의 사진을 찍어가셔서 재밌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현장에서 미국인 휠체어 이용 모델분을 알게 되었고, 그분이 저의 도전 의식에 불을 지펴주셨어요.

 

3. 휠체어 모델의 선례가 없어 우여곡절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또 모델이 되기 위해 남달리 준비하고 노력했던 부분은?

국내의 사례가 없다 보니, 저에게 교과서 같은 롤모델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전례 없는 분야라 우려 섞인 목소리도 많았고, 저조차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몰라서 막막했어요. 그래서 취미 포토와 모델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에 들어가 야외스냅부터 시작했습니다. 일단 하고 본 거죠. 실내촬영도 많이 하고 싶었는데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스튜디오를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 야외스냅을 주로 찍었어요. 그렇게 찍은 사진을 업로드하며 SNS를 키워나갔고, 섭외 연락이 하나둘 오기 시작했습니다.

 

4. 타인이 평가하는, 혹은 스스로 생각하는 모델 김종욱의 매력, 강점은?

‘희소성’을 저의 강점으로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자신감’도 꼽히더군요. 모델로서의 강점이 일상생활에서도 역시 장점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트렌드에 맞지 않은 의상을 입었어도 자신감 있는 표정과 기분만 장착되어있다면 멋있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주변에서는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말자’ 이 마인드가 절 여기까지 오게 만든 것 같다고 하네요.

 

5. 모델 활동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뿌듯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반대로 모델 활동 중 힘들었던 순간은?

피팅 촬영했던 옷이 출시가 되었을 때 가장 뿌듯했던 것 같아요. 그 옷을 보면 마치 제 자식처럼 느껴집니다. 아직 부모가 되어본 적은 없지만요. ㅎㅎ 물리적인 환경의 문제로 촬영장소에 접근이 어려워질 때는 한계도 느껴지고 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6. 종욱님이 생각하는 모델로서의 롤모델 혹은 인생의 롤모델은?

차승원 배우님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요즘 소속사인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에서 여러 워크숍을 통해 수업을 받고 있어서 많은 관심사가 생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욕심도 많이 생겨 방송, 연기, 사진 작업 등 다방면에서 모두 잘하고 싶어졌어요. 차승원 배우님이 이 모든 걸 지금까지 소화하고 계신 분 중에 한 분이 아닐까 생각해서, 배우님을 제 롤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7. 현재 장애인 아티스트 전문기획사(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에서 활동 중입니다. 어떤 계기로 소속사와 인연을 맺게 되셨어요? 또 소속사 활동이 모델 커리어를 쌓아가는 데에는 어떤 도움이 되고 있나요?

소속사에는 한민수 전 대표님과의 인연으로 합류하게 되었는데요, 소속사의 도움으로 모델 에이전시 스페이드재이에서 모델 수업을 받으며 역량 강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밖에도 앞서 말씀드렸듯 다양한 워크숍을 통해 활동에 필요한 교육을 받고 있고, 방송이나 광고 제의를 받을 때, 저에게 고려되어야 할 사항들을 잘 전달해 주시고 함께 교류해 주시고 있습니다.

 

8. 패션모델로서 ‘옷’을 보는 안목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평소 어떤 스타일의 옷을 즐겨 입으세요? 또 자기만의 옷을 고르는 특별한 기준이 있다면?

예전에는 스트릿 장르를 즐겨 입었습니다. 그런데 스트릿 장르의 상의는 대부분 등판에 디자인이 집중된 경우가 많아요. 등을 붙이고 휠체어에 앉아 생활하는 저에게는 그냥 무지티를 입는 것이나 다름없었죠. 그래서 요즘은 장르를 딱히 가리지 않고 색감 위주로 보는 것 같아요. 그날의 날씨와 가야 하는 장소의 분위기 등에 맞춘 색감인지요.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정도의 자신만의 틀이 나오더라고요.

사진 제공=김종욱

9. 기존에 기성복을 입고 생활할 때, 가장 아쉽게 생각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또 최근의 유니버설 패션/어댑티드 패션 트렌드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도 들려주세요.

한 손이 불편한 저에게는 단추를 채우는 일과 앞에서 말씀드린 등판에 디자인이 집중된 의류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어요. 특히 불편한 쪽 손으로 다른 손목 소매의 단추를 채워야 할 때가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런 것 말고는 박시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라 옷을 크게 사는 편이고, 또 전 제 몸에 익숙해서 큰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예전에도 유니버설 패션/ 어댑티드 패션이 있었지만, 기능에 치중하느라 디자인은 크게 고려하지 못한 의류들이 많았다고 생각해서 아쉬움이 컸었어요. 모델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디자인과 기능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브랜드들이 생기고 있어 기쁩니다.
 
*유니버설 패션 : 나이, 성별, 국적, 체형,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모두가 편안하고 아름다운 옷을 입을 권리와 다양성(Diversity)과 소수성(Minority)에 초점을 맞춘 미래 세대를 위한 패션 디자인을 실천하는 것
*어댑티브 패션 : 장애인의 편의를 고려한 의류

 

10.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인데, 기억에 남는 댓글이나 반응이 있으신가요? 혹은 친구나 가족들로부터 들었던 가장 의지가 됐던 응원이 있다면?

저는 제 스스로를 토닥이거나 칭찬하는 걸 어려워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 직업에 불안감을 표시할 때 잘 하고 있다는 한마디가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내가 너였으면 그렇게 못했다. 진짜 대단한 거다.”라는 등의 말을 들을 때가 제일 감사합니다.

 

11.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은? 모델로서의 목표를 넘어 종욱님의 인생 가치관과 목표도 함께 공유해주세요.

예전에는 막연히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씀드려왔어요. 그런데 지금은 목표를 정해두기보단 눈앞에 생기는 일들 과제들을 열심히 해 나가고 싶습니다. 제 가치관은 예나 지금이나 같아요.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자. 해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지금도 앞서 말씀드렸듯 여러 분야를 배우면서 관심 가는 것들이 많이 생기고 있어요. 장애를 핑계로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는 게 속 시원할 거라 생각합니다.

사진 제공=김종욱

 

12. 장애인 모델을 꿈꾸는 분들에게, 선배로서 조언이나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도 했습니다. 여러분도 할 수 있을 거예요. 장애 안에 본인을 가두지 마시고 도전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안 되면 그때 다른 길로 핸들을 돌리면 되니까요.

 

13. 끝으로, 종욱님이 생각하는 문화다양성은?

나에게 문화다양성이란 물감이다
다양한 색이 섞여 새로운 색이 나오는 물감처럼 문화가 다양하게 인정되고 생겨날수록 그 안에 융합된 새로운 문화가 생겨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 모델 김종욱

장애는 하나의 개성입니다.
휠체어를 탄 모델, 저는 중증 뇌병변 장애가 있습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하티스트 2기 앰배서더로 활동했으며, 우리금융그룹 광고와 서울관광재단 홍보 영상에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