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다양성과 문화 갈등

 

인간이 나와 타자를 구별하려는 본능은 언어, 의상, 전통 같은 인간의 생활양식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에 차이를 만들었다. 따라서 인간의 생활양식과 사회적 주장, 가치 체계, 행위규범, 사회적 관계, 특정 언어 내부의 언어 형태나 위상어, 인식 과정, 예술적 표현,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개념, 학습과 표현의 형태, 의사소통 양식, 심지어 사고 체계까지도 이제는 단일한 방식으로 환원하거나 고정된 관념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문화 다양성

인간이 나와 타자를 구별하려는 본능은 언어, 의상, 전통 같은 인간의 생활양식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에 차이를 만들었다. 

인간의 생활양식과 사회적 주장, 가치 체계, 행위규범, 사회적 관계(세대 간, 남녀 간 등등), 특정 언어 내부의 언어 형태나 위상어, 인식 과정, 예술적 표현,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개념(특히 도시 계획과 주거 환경과 관련해), 학습과 표현의 형태, 의사소통 양식, 심지어 사고체계까지도 이제는 단일한 방식으로 환원하거나 고정된 관념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지역사회의 정치 무대에 토착민과 빈곤 취약 계층, 그리고 민족·사회적 소속·연령·성을 이유로 배제된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여러 사회에서 새로운 형태의 다양성도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기존 정치 질서와 문화 전통은 재해석되기 시작했고, 문화 다양성(Cultural Diversity)은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중요한 정치, 사회, 문화 의제로 떠올랐다.

 

1975년 설립된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스코(UNESCO)도 이러한 문화 다양성으로 인해 직면한 긴급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해 왔다. 즉, 유네스코는 자유와 인권 그리고 법과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교육, 과학, 문화 분야의 국제 교류를 촉진하고 이로써 세계 평화와 안전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빈곤을 근절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과 교육을 통한 상호 대화를 마련하고, 과학·문화·커뮤니케이션과 정보 흐름 및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사업을 하고 있다.

 

유네스코가 발간하는 세계 보고서의 서문에 보면, 문화의 이질적 특성 그 자체가 실제로 시행된 혹은 시행되고 있는 정책과 어떤 차이가 나는가를 찾는 것이 유네스코가 해야 하는 주요 업무 중 하나라고 강조하고 있다. 문화가 갖는 축소된 현상을 벗어나 문화의 정의를 최대한 넓혀 문화 다양성을 갖도록 하는 실천 방안을 계속해서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보통 문화 다양성을 정의하다 보면 ‘문화’, ‘문명’, ‘국민’ 이란 용어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학문적, 정치적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른 함의를 갖는다(Descola, 2005). ‘문화’는 상호 관계 속에서 스스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는 실체를 언급하지만, ‘문명’이란 용어는 자체의 가치나 세계관을 보편적인 것으로 단언하고 그런 견해를 공유하지 않는, 혹은 아직 공유하지 않은 이들에게 팽창주의적 태도로 대하는 문화를 의미하게 된다. 그래서 문명은 유네스코가 이해하는 ‘문명의 충돌’을 예언하는 이데올로기적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문명은 ‘여전히 진행 중인 것’이다. 따라서 문명이란 세계 여러 문화들을 진행 중인 전 세계적 프로젝트에 평등하게 담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전에는 문화를 본질적으로 고정된 실체로 보고 문화의 내용은 교육이나 다양한 종류의 입문 관습의 여러 통로를 거쳐 ‘전달’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문화는 사회가 고유의 경로를 따라 발전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더 많이 이해하고 있다. 인류학자 마누엘라 카르네이루 다 쿠냐(Manuela Carneiro da Cunha, 2009)는 “한 사회에서 진정 독특한 것은 주민의 가치나 신념, 정서, 습관, 언어, 지식, 생활양식 등이 아니라 이 모든 특성이 변화하는 방식이다”라고 말하며, 문화 다양성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유네스코도 그동안 위기에 처한 문화 유적과 문화적 관습, 문화적 표현의 보존과 보호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최근 개인과 집단 차원의 다양성을 좀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여러 지원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문화 다양성의 갈등 

문화 다양성은 단순한 존재의 의미를 넘어 인류의 창의성의 표현이자 노력의 결실이며 집단적 경험의 총체로서 미적, 도덕적, 도구적 가치를 지고 있다. 그런데 문화가 다르다거나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면 문화 간 혹은 문화권 안에서도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세계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현대사회는 새로운 통신 및 운송 기술의 발달로 속도와 시공간이 압축되고 있으며 점점 복잡한 사회적 상호작용,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 혼란 등 다양한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사회가 직면한 문화 다양성에 관한 갈등은 무엇이 있을까.

 

첫째, 문화적 지역과 지리적 위치 사이의 연관성이 약화하면서 문화적 경험과 사회적인 규범이 양립, 순응, 갈등을 겪게 된다. 예를 들어 해외 이민과 국제 관광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이입 국가와 이주민들이 전통적 가치 체계와 문화적 기준, 사회적 규범과 이민국의 다른 관습들을 양립시키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주민들은 완전한 동화나 무조건적 거부라는 극단적 방법을 피하는 대신, 가족 간 연고나 미디어를 통해 모국 문화와 연결을 끊지 않으면서, 새로운 문화적 환경에 부분적으로 적응을 한다. 물론 이주민의 적응은 이입 국가의 관용과 암묵적 협상으로 친교가 뿌리를 내릴 수도 있지만, 외국인 또는 이민족을 혐오하고 배척하며 증오하는 외국인 혐오증인 제노포비아(xenophobia)로 발전하기도 한다.

 

둘째, 정보 통신 기술이 촉진한 비물질화 또는 탈영토화 과정으로 문화적, 지리적, 심리적 거리의 현실감이 줄어들고 있다. 이는 세계화가 가져온 가장 큰 효과로, 먼 곳의 사건과 영향, 경험을 시청각 미디어를 통해 바로 개인의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의 문화적, 지리적 거리가 사라지거나 좁혀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Tomlinson, 2007). 특히 디지털 문화는 청년들의 문화적, 국민적, 종교적 정체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면서, 세계시민주의, 코스모폴리터니즘(cosmopolitanism) 같은 인류 전체를 하나의 평등한 시민으로 보는 의식과 태도가 세계의 거대 도시에서는 이미 빠르게 확산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개인의 정체성 상실이나 주변화 같은 갈등을 낳기도 하며, 일부에서는 물리적 충돌이나 분쟁, 내전으로 심화되는 경우도 있다.

 

참고문헌 

UNESCO(2010년) 유네스코 세계보고: 문화다양성과 문화간 대화. Manuela Carneiro da Cunha(2009년) “Culture” and Culture: Traditional Knowledge and Intellectual Rights. Prickly Paradigm Press.

[출처] 글로벌미디어와문화경계, 2014. 4. 15. 최은경, 커뮤니케이션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