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퇘지의 서스펜스 로맨스게임 <피그로맨스> (최용찬 대표) 첨부이미지 : 최용찬.jpg

 문화다양성 인터뷰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을 위해 매월 특정 주제와 관련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질문하고, 그 생생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이달의 두 번째 인터뷰에서는 많은 분들의 응원과 관심 속에 개발중인 인디게임 <피그로맨스>의 제작사 '외계인납치작전'의 최용찬 대표님을 만나봤습니다.

▲돼지가면을 착용하고 있는 최용찬 대표(제공=외계인납치작전)

 

1. 간단한 자기소개와 현재 개발 중인 게임 <피그로맨스>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외계인납치작전에서 <피그로맨스> 게임을 제작하고 있는 최용찬입니다.
인터뷰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피그로맨스>는 소시지가 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돼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게임입니다. 배경은 농장과 공장으로 나뉘는데요. 농장을 돼지들이 사는 곳이고, 공장은 돼지들이 소시지가 되는 장소이죠. 로맨스를 이루기 위해 공장 안을 모험하는 수퇘지(미틀렛)의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피지컬을 조금 요구하는 퍼즐 플렛포머 장르의 게임입니다.

 

2. 대표님을 포함해 대부분의 팀원들이 게임 제작이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어떤 계기로 게임을 제작하게 되셨으며 어떤 각오로 프로젝트에 임하고 계신가요?

저희 팀은 개발과 아트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개발자분은 게임 제작 경험이 있으신 분이고, 아트 쪽을 담당하시는 분은 동화책 작가로 활동하신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교와 개발 학원에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팀원 모두 콘텐츠를 제작하던 분야에서 일하셨던 경험이 있었고, 게임으로 제작하자고 제안했던 저의 의견에 모두 동의해주셨습니다. 우리는 위대한 게임을 만든다’ 는 블리자드의 각오(?)를 본받아 프로젝트에 임하고 있습니다.

▲<피그로맨스> 제작사 사무실(제공=외계인납치작전)

 

3. 대표님과 팀원분들은 이전에 어떤 작업을 해오셨나요대표님은 어떻게 팀원분들 납치에 성공하셨나요?

제 경험을 감히 말씀드리자면 20대 초반에 그래피티 작가로 활동을 했었고, 대학 졸업을 마친 후에는 유아 미술 교육에 관련된 사업을 했었습니다. 이때 벌어놓은 돈을 전부 까먹고 느지막한 나이에 전시 그래픽 회사에 취업을 했죠. 영상 작업, 홈페이지 작업, 애니메이션 등 웬만한 일들은 이때 많이 해봤던 것 같습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게임 제작에 뛰어들어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대학교 때 알던 친구인데, 당시에는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던 한담희 작가님과, 게임 개발 학원에서 인연을 맺은 심용보 개발자님과 지금의 팀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외계인의 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납치해서 게임을 제작중이다' 라는 장난스럽게 나온 콘셉트로 회사명으로 정했습니다. 개발 기간 중 희로애락을 같이 겪으며, 함께해준 팀원들께 너무 감사합니다. (갈 길이 멀다 얘들아)

 

🔗피그로맨스 소개 영상 <외계인납치작전 소개드립니다>

 

▲게임<피그로맨스> 컨셉아트 (제공=외계인납치작전)

 

4. 소시지가 될 운명의 돼지가 도축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매우 독특한데요혹시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시는 비건이신가요어떤 이유로 이런 스토리를 구성하게 되셨나요?

비건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긴 했습니다. 돼지의 도축을 그린 장면과 소시지 공장의 콘셉트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플레이하시는 분들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스토리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피그로맨스 스토리 기획 당시(기억을 더듬 더듬), 한때 직장생활을 하며 같은 루틴으로 개성 없이 살던 때가 있었는데 당시 이런 생각들이 제 머릿속에 가장 큰 이슈였어요. 동료들과 같은 삼선 슬리퍼를 신고 비슷한 행동을 하는 제 모습을 모티브로 낮게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돼지들의 모습을 그리게 되었는데요. 당시 제 자신과 살이 쪄서 제 몸 못 가누는 돼지들의 모습을 오버랩해가며 그렇게 시나리오를 써내려갔죠.

 

▲게임<피그로맨스> 컨셉아트 (제공=외계인납치작전)

 

5. 처음에는 <피그로맨스이야기를 동화책으로 출판하려 했다고 들었는데요그 아이디어를 게임을 통해 표현하기로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요즘 책을 사서 보지 않고 컴퓨터나 핸드폰을 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가장 접근도가 높은 게임으로 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외에도 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중요한 건 게임에 장르를 국한하고 있지 않다는 것 입니다. 단지 첫 작품이 게임일 뿐이죠. 또한 피그로맨스 이야기를 시퀄, 프리퀄, 스핀오프까지 시리즈로 제작해 나아갈 계획이며, 가장 적합한 미디어로 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동화책이 있다면 요즘 어른들에겐 게임이 동화책 같은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몫한 것 같습니다.

 

6. 데모 버전임에도 GIGDC(글로벌 인디게임 제작 경진대회) 2020에서 은상을 수상했습니다개발팀이 생각하는 <피그로맨스>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애니메이션과 컷 씬등 연출적 요소에 노력을 기울였는데요, 그 점을 높이 평가해주신 것 같습니다. 
기획 당시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1. 새로운 게임을 배워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없어야 하고,
2.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텍스트를 배제하고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였습니다.

 

▲2020 GIGDC 시상식 (제공=외계인납치작전)

 

7. 한국 문화산업 수출총액 1위는 게임 산업이라고 하지만 인디 게임계는 어렵다는 소리가 항상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게임 개발을 시작한 이후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셨을텐데요게임 개발을 하며 특히 어려웠던 점이나 게임업에 대해 특별히 생각하게 된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제가 발 담그고 있는 게임 시장이 커져도, 결국 제가 배고파지면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실정을 실감하기 힘들더라고요. (배고픈 상태) 3년째 고행 중인 제가 느낀 점을 말씀드리자면

1. 시장규모만 보고 게임 업 뛰어들면속도전이 되고(누가 누가 빠르게 만드나)
2.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게임 업에 뛰어들면출시 전까지 고행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게임 개발을 하며 어려웠던 점을 꼽자면 출시를 연기하게 될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게임 개발이 처음이라 스케줄을 원활하게 잡기가 힘들었죠. (항상 시간에 쫓김;;) 결국 출시 일을 1년 정도나 연기해야 했습니다. 이 결정으로 인해 재정적인 문제를 감수해야 했죠.
 
‘그냥 적당히 하고 출시하면 되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프로젝트 시작 당시 기획했던 기준이 있었기 때문에 출시일을 늦춰서라도 잘 만들어 내놓고 싶었습니다.
피그로맨스를 기다리신 유저 분들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스럽습니다.

 
8. 게임을 제작하며 기뻤던 순간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이번에 텀블벅에서 진행한 크라우드 펀딩도 성공하셨는데요게임을 개발하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몇 가지 꼽으신다면?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텀블벅에 펀딩 페이지를 열었는데 다행히도 목표 금액을 달성을 했습니다. 텀블벅에 후원해주신 분들께 일단 너무 감사합니다. 100% 달성 이벤트로 미공개 버전 스팀키도 발급해 드립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0^ (플레이엑스포에서 공개하려던 버전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하여 행사가 취소되는 바람에 미공개 버전 플레이는 펀딩 이벤트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크라우드 펀딩 후원자분들이 늘어날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솔직)
 
사실은 펀딩 계획이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결정하게 되었고 펀딩페이지를 제작하였습니다. 1주일이라도 ‘공계예정 프로젝트’에 올려 후원자분들을 미리 모집해볼 생각이었는데, 모르고 ‘펀딩페이지 오픈’ 버튼(핵 발사 버튼)을 눌러 갑작스러운 펀딩이 시작되었죠.

▲펀딩 페이지 오픈 공지글 (제공=외계인납치작전)

 

9. 한 때 만화는 유치한 것으로 치부되거나 어린 아이들의 전유물으로 평가되었습니다하지만 그래픽 노블 등 이제는 그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는데요게임도 스토리그래픽음악 등 창의적인 요소가 풍부한 종합예술로 인정받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피그로맨스제작과 연출에 특별히 더 고민한 부분이나 영감을 준 작품이 있을까요?
 

영향을 받은 작품은 플레이데드의 <인사이드>랑 <림보>라는 게임을 보고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 게임은 많은 게임들의 모티브가 되었죠. 저 또한 이 게임을 보고 영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고민하며 <피그로맨스>를 제작하였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로, 글로 써내려가며 만들어진 피그로맨스이지만, 글을 쓰지 않고 연출만으로 게임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고자 했습니다.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봐도 이해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글은 배워야 알 수 있는데 글을 몰라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스스로 미션을 걸고 도전을 시작했죠.
 
미션을 이뤄내기 위해 대사나 글자 나오지 않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찾아보며, 연구했습니다. 톰과 제리를 보며 웃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이게 왜 웃긴지 알아내야 했습니다. (전 알아냈습니다. ※영업비밀※) 그리고 찰리채플린의 모던타임즈를 보며 글자가 없이 연출만으로도 메시지와 재미를 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죠.
 
두 번째는, 게임에서 학습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새롭게 배워야한다는 우리가 싫어하는 공부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전 공부 좋아했습니다.)
안 그래도 무한 경쟁의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렵지 않은 게임을 제공 하고 싶었습니다.

 

10. 어렸을 때부터 혹은 요즘도 평소에 게임을 즐겨하셨나요대표님에게 인생게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어렸을 때에는 한국의 전통놀이 스타크래프트를 즐겼고, 성인이 되서는 배트맨 시리즈를 재밌게 플레이 했었습니다. 원래 배트맨 원작을 좋아했고, 원작 스토리를 게임에 너무 잘 녹여낸 것 같아 매우 재밌게 플레이 했었습니다.

 

11. 좋은 게임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대중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인디게임이 있다면?

게임은 단순히 재밌게 즐기고, 추억을 만들어준다면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저한테도 그런 게임이 있는데요. 피그로맨스를 제작하는데 큰 영감을 준 작품인 플레이데드의 <인사이드>라는 게임입니다. 추천합니다.

▲덴마크의 게임사 플레이데드에서 제작한 게임 <인사이드> (출처=플레이데드 공식 홈페이지)

 
12. 어느덧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자신만의 게임을 만들고 싶어 하는 창작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집중해서 흔들림 없이 작품을 만들기를 응원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 내거든요. 늘 성공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입니다. 그리고 저도 화이팅입니다. 그리고 피그로맨스도 화이팅입니다.
 

13. 출시 이후외계인납치작전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앞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게임은 무엇인가요?

출시 이후 피그로맨스 그림책을 출판할 예정이고, 피그로맨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계속 게임으로 제작해 나갈 것 입니다. 현재 여기까지 계획을 잡고 있습니다.현재는 출시 준비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최용찬
그래피티 작가로 활동했었고,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였습니다.
전시 그래픽,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레이션 등 여러 가지 작업을 했으며, 현재(2021) '피그로맨스'라는 게임을 제작 중에 있습니다. '피그로맨스' 데모 버전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콘텐츠 스타트업 우수상(2019)], [새로운 경기 게임오디션 TOP 10 선정(2019)], [GIGDC 일반 제작부 은상-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상(2021)]을 수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