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이은희 교수) 첨부이미지 : 썸네일.png

 돈세탁이란 단어가 있다. 이는 불법적으로 취득한 재산을 합법적인 경제활동에서 얻은 재산처럼 보이게 세탁하는 행위를 뜻하며, ‘자금 세탁’이라고도 한다. 이와 유사하게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란 용어가 최근 많이 회자되고 있다. 여기서 그린은 친환경을 의미하므로, 그린워싱이란 친환경이 아닌데 친환경인 것처럼 위장하는 행위라고 정의된다. 따라서 그린워싱은 ‘위장 환경주의’ 또는 ‘친환경 눈속임’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즉, 친환경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친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폐해가 될 수 있는 마케팅인 것이다.

이런 그린워싱 마케팅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소비자들의 친환경 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친환경을 추구하는 ‘가치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데, 2021년 8월 대학 내일 20대 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MZ세대의 70%가 ‘가격조건이 같다면 친환경 활동 기업제품을 고를 것’이라고 답변하여, 친환경 활동을 하는 기업을 지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즉, MZ세대들은 친환경을 강조하는 마케팅에 적극 반응할 뿐만 아니라, 활발한 인터넷 활동을 통하여 친환경에 대한 관심과 주장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이 친환경을 표방하는데, 이 중 친환경에 진심인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그린워싱 사례들도 적지 않다.

ⓒ클립아트코리아

그린워싱 사례들은 식품, 화장품, 침구, 가구 등 다양한 상품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최근 패션 상품들의 그린워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동물복지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는 상황을 틈타 합성피혁 등의 인조가죽을 ‘비건 레더’, ‘에코 레더’ 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비건(vegan)이란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지칭하는 용어로 고기는 물론 우유나 달걀도 먹지 않으며, 일부는 실크나 가죽같이 동물에게서 원료를 얻는 제품도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PU(폴리우레탄)나 PVC(염화비닐수지)로 제작된 인조가죽을 비건 레더(비건 가죽)라고 표시하는 것은 동물 가죽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견 맞는 표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엄격한 채식주의자들 즉, 비건(vegan)들이 추구하는 친환경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합성피혁은 친환경 소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소비자들이 현혹될 소지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인조가죽을 에코 레더라고 표현하는 것은 일견 말도 안 되는 그린워싱으로 과연 소비자들이 여기에 속아 넘어갈까 싶지만, 안타깝게도 현혹되는 소비자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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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사례로 H&M, 자라와 같은 패스트패션(fast-fashion) 업체들은 소비자의 욕구와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 새로운 디자인의 옷을 매 순간 출시하고 있다. 이것은 소비자들의 폭발적 반응을 얻기도 하지만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눈총을 받고 있기도 하다. 제품의 기획, 디자인, 생산, 출시까지 모두 합쳐 2주밖에 걸리지 않는 상황에서,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옷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매장에서 치워져 재고로 남기 때문이다. 이처럼, 패스트패션은 옷이 만들어질 때 낭비되는 자원과 환경 오염 물질의 발생, 그리고 신상품에 밀려 버려지는 의류의 처리 문제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환경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패스트패션 업체들은 환경에 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지속 가능 패션을 표방하여 친환경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H&M의 컨셔스 컬렉션(conscious collection)과 ASOS의 리스폰서블 제품(responsible edit)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 제품들은 대표적인 그린워싱 사례로 꼽힌다. 글로벌 친환경 캠페인 기구 ‘체인징 마켓 파운데이션(Changing Market Foundation, CMF)’에 따르면 ASOS의 리스폰서블 제품은 나일론 54%와 폴리에스테르 46%가 혼합되어 있어 재활용할 수 없었고, H&M의 컨셔스 컬렉션의 경우 72%가 합성성분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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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에 대한 노력은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필요하다. 특히 기업의 경우, 친환경을 위한 작은 시도조차도 큰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이는 기업들의 환경 훼손 또는 환경 오염이 아주 큰 규모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기업의 친환경을 위한 노력이 제품에 반영되는 것은 바람직하나, 이것이 가짜의 눈속임이 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하기에 우리는 이를 잘 경계해야 한다. 그린워싱이 발각되지 않고 횡행하게 될 경우, 기업들은 친환경으로 위장하여 마케팅하는 데만 열을 올리게 될 뿐 환경 오염이나 환경 훼손은 그대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이 그린워싱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그린워싱의 판단 기준을 쉽고 단순하게 제시하여 소비자들이 그린워싱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실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공정거래위원회(Competition Markets Authority, CMA)는 2022년부터 패션계에 만연한 그린워싱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타당하지 않은 문구 등은 삭제하거나 수정하도록 하였으며 심한 경우 처벌받도록 하였다. 예를 들어 ‘친환경’,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더 나은’ 등의 문구를 타당한 증거 없이 기재하거나, 섬유의 몇 퍼센트가 유기농면인지 나머지 구성성분은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오가닉 코튼 청바지‘와 같이 모호하게 기재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소관 법령인  “환경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이 최근 발생하고 있는 그린워싱 사례들을 잘 반영하고 또 소비자들이 그린워싱인지 아닌지 잘 파악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소비자학회장과 한국소비자교육지원센터 회장을 역임하였습니다.
신문과 방송의 소비트렌드 또는 소비생활 관련 인터뷰에 활발하게 임하기 때문에 관련 기사나 방송에서 종종 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와 시장>, <소비트렌드의 이해와 분석>, <소비자상담> 등의 책을 집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