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바라본 집의 의미 첨부이미지 : 썸네일10-10.png

현대 사회는 집의 형태가 다양하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단독주택, 연립주택, 셰어하우스, 오피스텔 등 다양한 형태의 집에서 거주한다. 한편, 집의 형태가 달라진 만큼 집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주거관에 따라 집의 조건을 확인하고 선택하며 환경 조성에 투자하고 있다.
   
아파트의 가치가 큰 사회에서 태어나서 자랐던 MZ세대는 아파트를 어떻게 바라볼까, 그리고 집에 관한 총체적인 시각은 어떠할까.
 
MZ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일상을 바라보는 MZ’s pick!
그들의 집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어보자.

*'문화다양성 가보자고'는 문화다양성 서포터즈 '늘다양 2기'가 직접 기획하고 구성한 콘텐츠입니다.

 

1. 나에게 집이란 다른 세상이다. / 작성자 나유민

아파트는 한 채의 건물 안에 독립된 여러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공동주택이다. 주로 5층 이상의 건물을 지칭하며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주거 양식이기도 하다. 우리 가족은 원래 주택에 거주하다가 5년 전쯤 아파트로 이사했다. 처음엔 층간소음이나 이웃 문제 등 걱정이 컸었는데 직접 거주해보니 생각만큼 삭막하지도 않고 오히려 따듯한 느낌이었다. 주변 이웃들과 과일 등 먹거리를 나누기도 하고 건물에서 마주칠 때마다 하는 인사가 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정기적으로 주민들과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소한 배려나 미소가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내가 집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편안함’이다.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편안함은 나에게 엄청난 위안이 된다. 또한,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 소중한 순간들은 사진처럼 떠오르곤 한다. 무엇보다 집에 있을 때, 온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 같다.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나 압박감을 떨쳐내고 잠시나마 그 기억으로부터 해방되어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집을 다른 세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다른 세상 말이다.

 

2. 나에게 집은 향수다. / 작성자 장용준

나는 ‘집’이 단지 사람들이 위험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어떤 하나의 추억이나 기억들을 회상하게 하는 감성적인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본가가 대전이고 현재 서울에서 자취를 하는 사람으로서, 가끔 여자친구랑 고향이나 본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눌 때마다 ‘서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집/고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얘기를 해봤다. 현재도 다세대 주택인 오피스텔에 살고 있고, 대전에서도 쭉 아파트에서 살아왔던 입장에서 고향이라고 하면 아파트를 떠올릴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떠올리는 고향은 어릴 적 방학마다 지냈던 외가댁 단독주택이다.

24년간 아파트에서만 살아왔던 내게 아파트는 가구마다 프라이버시, 편리성, 안락함 면에서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나지만, 많이 삭막하다고 느꼈다. 외가댁 근처 이웃 주민들과 같이 음식을 나눠 먹던 기억, 옥상 평상에서 가족들과 함께 고기 구워던 기억, 집 앞 텃밭 등에서 직접 농산물을 기르고 따던 추억들도 전부 아파트에서는 느껴보지 못하는 경험들이다. 내게는 이런 사람 냄새나는 집이야말로 내 고향이고 앞으로도 살고 싶은 이상적인 집이다.

 

3. 나에게 집은 일기장이다. / 작성자 손정민

나에게 집은 일기장이다. 나는 현재 스무 해의 기억이 담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아파트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바깥에서 집으로 고된 몸을 이끌고 들어와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지만, 거주민들과 소통이 잘 되지 않아 무료하고 여러가지 제약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 지겨운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는 내가 자라난 집이었다. 그리고 내 집을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릴 적 쓰고 멀리 치워놓았던 일기장을 발견했을 때의 감정을 느꼈다.
 
영화 <우리집>의 인물들은 자신들의 소중한 집을 끝까지 지켜내려고 노력한다. 사실 나는 내 집을 너무나도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마음속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는 일기장처럼 나는 슬프고 아픈 감정을 아무도 없는 집 베란다에 가서 쏟아냈다. 다른 동,호수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친구들을 초대하여 생일파티를 열고 실컷 놀기도 했다. 내 인생에서 흐른 시간의 흔적은 내 집, 아파트에 흐릿할지라도 남아있었다. 언젠가 나는 집을 떠나야 할 시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오래된 일기장처럼 우리 집을 추억하며 나 혼자만 알 수 있는 기록을 해둘 일기장과 같은 집을 찾아 떠날 것이다.

 

4. 나에게 집은 추억이다. / 작성자 김상아

오늘날 다양한 주거 형태 중 아파트는 유독 냉랭한 도시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 여전히 사회적 이슈로 회자되곤 하는 층간 소음 문제나 이웃 간 교류 없이 지내는 삭막한 분위기는 나 역시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게 아파트는 차가운 공간이 아닌 따뜻한 추억의 근원으로 기억되고 있다. 유년 시절 거주했던 아파트에서 또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온 이후 지금까지 같은 지역에만 머물러 왔기에 어렸을 적 대부분의 추억이 바로 이 집, 나의 아파트에서 형성되어온 까닭이다.
 
특히 초등학교 시절 아파트에서 어린이날을 맞이해 개최되었던 ‘꿈나무 사생 솜씨대회’는 아직까지도 그날의 기억이 선명히 남아있다. 아파트 부녀회 아주머니들이 색연필과 도화지를 나누어주셨고 나는 당시 단지 내에서 가장 좋아했던 분수대 그리고 아파트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놀던 풍경을 그려냈다. 그렇게 완성한 그림으로 소소한 상을 받은 기억이 어린 나에겐 참 뿌듯했던 모양이다. 이런 추억을 중심으로 쌓아온 주민분들과의 여러 따뜻한 교류는 10년 넘도록 살아온 이 아파트에 남다른 애정을 갖게 만들어주었다.
 
이렇게 어렸을 적 아파트에서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회상해 보니 사람이 집에 의미를 부여하는 데에는 집의 형태보다도 그 안에서의 소통과 추억이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행복했던 여러 추억과 인연에 감사하며, 지금 아파트에서 성장기를 보내는 어린이 친구들에게 이곳이 차가운 집의 기억으로 남지 않도록 앞으로는 나 역시 따뜻한 인사라도 건네야겠다는 다짐을 덧붙여본다!

 MZ세대는 아파트가 많았던 시대에 태어나고 자란 세대이며 과거와 달리 자신의 개성에 맞는 주거관을 갖춘 세대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집은 단순히 안전 확보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편안함과 안정을 취할 수 있고 자유로움을 회복할 수 있으며 추억을 상기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독일의 철학자 괴테는 ‘자신의 집에서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없다.’라는 말을 했다. 앞으로도 계속 사람들은 자신의 기호에 따라 주거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주거에서 거주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어떻게 소우주를 형성해가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주거의 다양성이 확보되는 만큼 사람들이 주거권을 당연히 확보할 수 있고 자유로운 선택이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