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문화재단

여러분은 평소에 독서를 어디서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동네 책방하면 또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동네 책방은 문화다양성을 어떻게 확산하고 있을까요? 김포문화재단과 함께 문화다양성 확산 사업 행사를 펼치고 있는 김포시 장기동의 동네 책방 ‘책방짙은’을 찾았습니다.

김포 '책방짙은'ⓒ장용준

이 작은 책방은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문화적인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이웃집 토토로’에 나올법한 따뜻한 조명과 친절하고 따뜻한 책방지기들이 반갑게 맞이해줍니다. 평상시에는 책방지기들이 모임을 이끄는 리더를 선정해서 매일매일 시간별 다른 수업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김포 '책방짙은'ⓒ장용준

지난 9월 17일에는 김포문화재단 문화다양성 확산 사업의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경희씨가 책을 읽어줘요’가 진행됐습니다. 할머니가 손녀딸 재희 양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어린이부터 중학생,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함께 읽은 책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당시 리더 역할을 했던 손녀 재희양에게 궁금한 점 몇 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어떻게 할머니와 이런 모임을 기획하게 되었나요?

엄마와 외할머니를 따라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책 읽기가 좋아졌어요. 인근의 동네책방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언제가 나도 작가가 되어서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종종 했어요. 마침 이번에 좋은 기회로 어릴 적 외할머니가 제게 책을 읽어주셨던 것을 모티브 삼아 책 읽기 수업을 기획하게 됐어요. 외할머니와 함께한 개인적인 추억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경희씨가 책을 읽어줘요’라는 수업은 말 그대로 외할머니인 경희씨가 손녀 재희 양에게 책을 읽어주는 형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할머니가 책을 읽어주면 재희 양이 참여자들에게 해당 책에 대한 특정 부분을 짚어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김포 '책방짙은'ⓒ장용준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수업에 참여했는데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한 남학생이 흑백으로 된 그림책을 보고서 ‘색깔을 빼고서 책을 감상하니 책 자체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쓴 감상평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림책이 별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가는 사물일 수도 있겠지만, 이 공간에서 그림책과 소통하는 모임을 가짐으로써 아이들이 주변 일상을 관찰하고 더욱 성찰해보는 기회들을 선사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은근한 사랑의 발길이 이어지는 ‘책방짙은’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책방지기로부터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김포 '책방짙은'ⓒ장용준

 

Q1.이 곳은 어떤 공간인가요?

‘책방짙은’은 겉보기에 책을 파는 서점으로만 보일 수 있겠지만, 동네 사람들에게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에요. 들렀다 가면서 책도 읽고,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면서요. 책으로 출발하지만, 그 밖에 다양한 주제의 취미와 문화(사진, 그림, 뜨개질, 포토북 등)를 배우고 향유하며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소통의 장입니다.

김포 '책방짙은'ⓒ장용준

 

Q2, 책방을 하게 된 스토리?

평소에 제가 좋아하는 것,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펼쳐놓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어요. 책방을 오픈하기 전부터 책에 대한 사랑이 넘쳐났던 것 같습니다. 과거 5년 정도 독서 토론 리더과정을 중동도서관에서 이수하기도 했고, 그 이후에는 숙련문학단 선생님께 독서 토론을 배우고 수료하면서 ‘책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누는 것이 정말 의미있고 좋은 일이구나’ 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저희 동네에 돌아와서 꿈틀책방이라는 곳을 가면서 동네책방이 여러 가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경험했고, 마침 공실이었던 이 공간에 책방을 꾸미게 되었습니다.

김포 '책방짙은'ⓒ장용준

 

Q3. 책방 자체에서 독서토론 수업 외에도 다른 프로그램도 많나요?

책방에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모임은 대략 16개 정도됩니다. 독서토론 모임, 그리스로마신화 고전읽기 모임, 뜨개질 모임, 사진 출사 모임 등등 수많은 모임들이 있습니다. 모임의 참여자들이 책방의 손님이자 어떤 다른 모임의 리더가 될 수 있도록 기획하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Q4. 혹시 수강생이나 작가님과의 에피소드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하나의 모임을 기획하게 되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연결이 되면서 또 다른 것이 파생이 되고, 새로운 것들이 계속 생겨난 것이 흥미롭습니다. 황진희 작가님을 처음 초청해서 에세이 북토크를 진행했었어요. 3회에 걸쳐 ‘다공다감 그림책 키트 읽기 수업’을 진행했는데 회원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이후에 매달 한번씩 모이는 ‘그림책 모임’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모임 참석자 중에 일본어를 전공하고, 석사로 일본 유학까지 다녀오신 분이 한 분 계셨어요. 각자의 재능을 나누는 장을 만들고 싶었기에 책방지기인 제가 ‘일본어 원서 읽기모임’을 부탁드려 기획하게 되었죠. 더욱 신기한 것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여기서 출발해 사진 수업이 생기고, 또 거기서 북아트 하시는 분이 계셔서 사진첩 북아트 만드는 수업도 만들어지게 되었어요.
이처럼 다공다감 프로젝트를 통해 특정 분야의 전문가분가 아닌 일반인인 책방 손님들까지 서로 나눌 수 있는 뭔가를 가지고 계신 분들을 리더로 삼아 강연 기회를 열게 됐는데, 지금까지 특별하고 유익한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었습니다.

Q5. 문화다양성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문화다양성 사업에 동참하는 이유 / 계기는 ?

원래는 소수 페미니즘 같은 좁은 의미만을 생각했었는데 거기서 확장시켜서 생각할 수 있게끔 김포문화재단에서 제안해주셨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동네책방은 문화 또는 커뮤니티를 동네사람들에게 공유한다는 점에서 문화다양성에 기여하고 향유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희도 그림책수업,사진수업,북아트수업 등을 즐기고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포커스를 잡아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김포문화재단의 다공다감 프로젝트를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김포 '책방짙은'ⓒ장용준

 

Q6. 책방지기로써 운영하면서 보람찼던 순간, 힘들었던 순간

‘책방짙은’을 운영한지 어느덧 1년반이 지났는데, 그동안 시간이 너무나도 빨리 갔던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말하면 그대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모임 사람들과 “우리 뭐뭐 해볼까” 하면 그 일이 어느순간 진행되어서 실행하고 있고, 마법같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이 가장 즐겁고 보람찬 것 같습니다. 또한 우리 딸 재희처럼 이 공간을 찾아주는 아이들도 책방을 다니면서 자라나는 과정을 보는 것이 제게는 보람찬 부분인 것 같습니다.
힘겨운 점은 아무래도 사실 책방이다보니깐 수익적인 부분을 제가 들이는 에너지에 비해서 기대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런 산술적인 것을 넘어서는 것에 다른 것들을 더 많이 얻고 배우게 되면서 책방을 더욱 재밌게 운영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7. 앞으로의 계획은?

‘책방 짙은’이 앞으로도 책이나 특정 취미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떤 것을 더 좋아할수록 더 짙어지는 공간으로 계속해서 가꿔가고 싶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꿈이 자라나고 경력단절된 여성들도 책방을 통해서 힐링하고 원동력을 얻게 되는 공간 등 여러 동네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장용준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것들을 기록하면서 천천히 음미하고 주변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즐깁니다. 문화라는 것이 성향, 종류, 개수들 모두 다양한데 다수가 제 콘텐츠를 보고서 공감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을 만들고자 노력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