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e스포츠 그리고 인류의 미래 (최삼하 교수) 첨부이미지 : 11.png

 

본 게시물은 ‘K-게임과 문화다양성’을 주제로 외부 전문가가 개인적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한 칼럼입니다.

연휴 기간이었던 2 10(석유와 사막의 나라 UAE의 아부다비(Abi Dhabi)에서는 말 그대로 드라마틱한 세기의 대결이 펼쳐졌다 MENA(Middle Esat and North Africa)지역이 젊은 청년들의 환호성과 탄성으로 들끓었다월드컵 축구 경기가 열린 것도 아니었고유명 K팝 가수들의 공연이 열린 것도 아니었다격투게임의 명가 반다이남코의 글로벌 히트작 철권(Takken)’의 새로운 버전 출시를 기념하는 철권 세계관 유명 선수들의 멋진 e스포츠 경기가 열렸기 때문이다. 40대 이상의 기성세대들이 지금도 기억하고 좋아하는 추억의 오락실 게임그 철권이 맞다현재 철권 세계관 최강자인 대한민국의 무릎(Knee)’ 배재민 선수와 파키스탄의 신성 아슬란 애쉬(Arslan Ash)’ 아슬란 시티크(Arslan Siddique) 선수의 라이벌 매치이자 국가대항전의 성격을 갖는다이 둘은 오랜 시간 철권의 대표적인 선수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으며연예인 못지 않은 대접을 받고 있다.

ⓒabudabi gaming

흥미로운 사실은 파키스탄이 종교적으로 이슬람 극단주의가 심한 국가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외교부에서는 파키스탄을 세 번째로 위험한 등급인 철수권고’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어서 오고 가는 일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특히파키스탄의 e스포츠 선수들이 대한민국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며심지어 입국거절이 되는 사례가 빈번하다국가적으로나 종교적으로 거리감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무릎 선수와 아슬란 선수는 2018년 이후 최고의 라이벌이자 동시에 둘도 없는 친구로서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고 있다그들을 응원하는 팬들도 마찬가지이다. 73으로 뒤지던 무릎 선수가 극적으로 109로 역전승을 거두며 드라마틱한 경기를 만들어낸 그 순간경기를 지켜보던 전 세계의 팬들은 인종과 종교문화성별나이 그리고 국가적 관계를 뛰어넘어 모두가 하나가 되어 환호성을 질렀다이것이 e스포츠의 힘이다.

아부다비게이밍 초청으로 철권8 이벤트 대결을 펼친 아슬란 애쉬과 무릎 ⓒabudabi gaming

e스포츠는 디지털게임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일종의 엔터테인먼트이자 스포츠의 한 종류이다필연적으로 게임의 장르적 특징이나 주제와 서사 그리고 표현의 수위에 따라 부정적인 시각으로 비춰지기 십상이다하지만게임의 본질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면부정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기 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확산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게임은 인류가 인지혁명을 거치며 동시에 시작된 일종의 학습이자 놀이에서 기원한다상상의 실현과 재미의 추구가 게임의 본질이며 태어나 성장하고 죽어가는 과정속에서 늘 인류의 곁에 게임이 존재했다다시 말해인류의 시작과 함께 긴 세월 DNA에 차곡차곡 쌓인 본능이라는 것이다게임의 재미가 현대의 IT기술과 기술과 방송 환경을 접하며 새로운 형태로 젊은 층에게 확산된 것이 바로 e스포츠이다.
이제 기술혁명의 시대에 접어들며 인류는 지금껏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살게 될 것이다기술적인 한계는 일반 대중이 상상하는 수준을 뛰어넘었다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실사인지 CG인지 인간의 눈으로 분별해낼 수 없다소리는 물론 촉감까지심지어 냄새가지도 완벽하게 인간의 오감을 재현하는 기술이 이미 완성되었다가상의 게임안에서 만나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캐릭터가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하지 못하는 단계까지 인류는 기술적 성취를 이룬 것이다이런 기술적 발전은 인류의 학습적 관점에서 기존의 방식을 완전히 변화시켜 가상의 세계안에서 게임을 즐기듯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게 될 것이다마치 영화 싼티(三體)’[1]에서 외계인이 자신들의 발전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헤드셋을 통해 인류를 학습시키려고 했던 것처럼 이제 인류는 현실과 똑 같은 가상의 세계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배우며 살아야 할 것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 포스터 (제공=넷플릭스)

게임 그리고 e스포츠는 물리적 한계점이 존재하지 않는 전혀 새로운 공간에서 인류에게 전통적 방식의 스포츠엔터테인먼트가 아닌 또 다른 발전된 형태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기술적으로 완성된 메타버스의 세상에서 인류는 가짜이지만 진짜인먹고자고이야기하고배우고여행하는 모든 삶의 행위들을 누리게 될 것이다.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 예상된다때문에 게임 그리고 e스포츠는 그 잠재력과 힘이 무궁무진하다게임을 잘 하는 사람이 메타버스 공간안에서 가상화폐를 많이 벌어들일 것이며유명한 e스포츠 선수로 활동할 수도 있을 것이다게임을 잘 하는 사람이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심지어 원격으로 드론이나 무인 무기 조종을 원활히 할 수 있을 것이다그야말로 게임을 잘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게임 혹은 e스포츠는 이제 젊은 세대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일상의 일부가 되었고 그 어떤 콘텐츠보다 열광하는 문화로 성장했다또한기술발전의 트랜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과 같은 세상을 향해 달리고 있다폭력성이나 중독성 등을 핑계삼아 마치 인간의 삶을 갉아먹는 암과 같은 취급을 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은 더 이상 논쟁거리가 아니다전통스포츠의 대표적 글로벌 이벤트인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 e스포츠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세상이다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가 직접 나서서 e스포츠 월드컵 개최를 선포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게임과 e스포츠를 바라보는 전통적 시각이 과연 우리의 미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절대 그렇지 않다미래를 준비하는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모든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으며배리어 프리가 실현될 수 있는 게임세계를 좀 더 건강하고 공고하게 구축해가는 것이 젊은 세대를 위한 의무이자 권리라고 생각한다게임과 e스포츠인류의 미래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자산이라는 것을 이제 인정해야 한다.

[1] 《삼체》(영어: The Three-Body Problem)는 넷플릭스에서 2024 3월부터 방영된 미국의 공상 과학 드라마이다.

 

최삼하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교수
숭실대학교 메타버스스쿨 총괄 교수
20년 이상 국내 게임산업과 e스포츠산업계에서 전문가로 활동
게임물관리위원회 및 여러 게임관련 기관과 조직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
청소년 대상의 게임 및 e스포츠 교육에 관심이 있으며 NASEF(North America Scholastic Esports Federation)
한국대표로 활동중
현재 (유)프록시플래닛의 공동창업자로 MENA(Middle East & North Africa)지역과 대한민국의 게임 및
e스포츠산업 브릿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