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상으로서의 NFT (김송희 칼럼니스트) 첨부이미지 : 썸네일 2-3.png

일단 이 글을 접할 독자들이 NFT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을지에 따라 전개 방식이 달라야 할 것이다. NFT에 관련된 대부분의 기사들의 첫 문장은 여전히 NFT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와 함께 간략한 설명으로 문을 연다. 비트코인이나 블록체인 기술, 메타버스 등에 관심이 많은 독자가 아니라면 다수에게 여전히 낯설고, 또 이해가 어려운 것이 NFT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의 NFT(NonFungible Token)는 그림, 음악 등의 예술 작품에도 적용 가능하고 이를 사고파는 행위까지 할 수 있어 비즈니스와 문화계 양쪽에서 최근들어 더욱 자주 거론되는 기술이다. 간단히 말해 해당 작품의 디지털 권리증서를 갖게 되는 것인데, 이는 블록체인에 기록으로 남는다. 그러니까, 실물이 아닌 디지털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인데 때문에 아직까지 그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 그리고 경매가가 언제까지 유지될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존재한다.
 
NFT가 가장 화제가 되었던 사건은 단연 2021년 뱅크시의 그림 '바보들(Morons)'을 NFT로 판매하면서 실물 그림을 불태웠던 일이다. 블록체인 회사가 이 그림의 NFT를 경매에 부치기 위해 실물을 불태웠고, 이 장면을 전부 트위터를 통해 생중계했다.

Banksy,, 2006

사실 디지털 상에서 이미지는 끝없이 복제될 수 있고, 누구나 '다른 이름으로 저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 실물 그림을 낙찰 받아 내 거실에 두고두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건만, 그저 디지털 권한을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편견을 깨기 위한 퍼포먼스로 블록체인 회사가 한 것이 바로 이 '불탄 뱅크시' 사건이다. 유명 작가의 수억짜리 현대미술 실물 원본이 불에 타는 그림이 주는 이미지는 꽤 충격적이었고, 이 사건 이후로 NFT에 많은 예술가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https://youtu.be/C4wm-p_VFh0

 

NFT는 예술작품의 저작권을 갖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원본을 가지는 것이고, 아무리 누군가가 복사, 저장, 복사, 저장을 해서 수 천개가 생긴다고 하여도 해당 디지털 원본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으며 디지털 작품이 어디에 저장되어 있는지 인터넷 기록이 블록체인에 남아 있다. NFT가 비즈니스로 활용되면서 예술가에게는 새로운 수익 창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 예로 한국에서도 문학작품의 1쇄 NFT가 경매에 부쳐졌다. 배수연 시인은 자신의 세번째 시집 <쥐와 굴>의 초판을 NFT 경매사이트에서 900만원에 판매했고 이는 한국 문학작품으로는 최초의 기록이었다. 시집 실물책은 2쇄부터는 한권에 9천원으로 서점에서도 판매되고 있으며, 이 시집의 1쇄 NFT 판매가는 시인의 전작 시집 2권의 인세를 합친 것과 같은 가격이었다고한다.

(좌) 시인 배수연 (제공=배수연), (우) 가상자산 경매사이트 오픈시(Opensea)캡처 이미지

배수연 시인 역시 뱅크시의 그림이 불타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아 자신의 시 역시 NFT로 판매해보면 어떨까 하는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영화 <매트릭스>를 예로 들었듯이, 미국 SNL에서는 NFT를 풍자하는 콩트 영상에 모피어스 분장을 한 인물을 등장시킨다. (모피어스는 네오가 빨간약과 파란약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예언적인 인물이다.)

 

https://youtu.be/mrNOYudaMAc

 

도대체 NFT가 뭐야! 라고 머리 쥐어 뜯는 사람을 위해 SNL은 NFT를 에미넴 랩으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 영상 말미에는 NFT 전시회에 입장할 수 있는 입장권이 바코드로 등장하는데, 실제로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은 평생 이 축제에 참석할 수 있는 권한이 찍힌 NFT를 판매했다.

키의 형태로 이미지화한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 NFT 입장권 중에서(출처=https://www.coachella.com/)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2022년 MMA(멜론뮤직어워드) 입장권을 NFT로 한정판 발행했다. 이는 판매하진 않았고, '멜론의 톱100 큐레이터'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경품으로 주어졌다.

'세상의 모든 톱100' 공식 NFT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미래 지향적인 것으로 보이는 NFT를 가장 발 빠르게 활용한 정치인은 파워 트위터리안이기도 했던 미국의 트럼프다. 트럼프는 자신을 슈퍼히어로로 묘사한 그림을 가상 트레이딩 카드로 만들어 NFT로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뉴욕 타임스 등의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 카드 판매액을 자신의 정치 캠페인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으나, 안타깝게도 이 카드는 기대만큼 높은 수익을 얻지 못해 현재까지 560만 달러의 수익만을 창출했다고 한다.

NFT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들이 존재함과 동시에 최근 IT 업계에서는 메타버스에 대해서도 과잉된 투자를 잠시 멈춰갈 것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메타버스 관련 팀을 축소하고 CEO 사티야 나델라는 인터뷰를 통해 "메타버스에서 사람들이 하는 것은 결국 게임과 비슷하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아주 옛날부터 사람들이 계속해왔던 게임이다"라고 단정지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야 나델라(출처=마이크로소프트)

NFT보다 메타버스가 더 익숙한 1020세대가 요즘 제페토(네이버가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와 함께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SNS가 '본디'다. 싸이월드에서 아바타의 방을 꾸몄듯이 본디에서는 자신의 상태를 아바타로 꾸밀 수가 있다. 여기서는 가장 가까운 친구 50명만 사귈 수가 있으며, 나의 아바타가 나 대신 망망대해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메타버스와 아바타라는 가장 미래적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음에도, 이 안에서 이뤄지는 활동들은 굉장히 정적이다. 심지어 3040 직장인들은 본디를 '나 대신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하는' 용도로 활용하며 '힐링템'으로 이미지화해 자신의 다른 SNS에 공유한다. 나는 비록 공부하고 일하며 현실의 '갓생'을 살아야 하지만, 본디의 아바타만은 유유자적 친구들과 산책하고 바다에서 홀로 달빛을 볼 수 있다.

출처= '본디' 앱 화면 캡처

<매트릭스>의 모피어스의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다르네." "네오, 진짜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하네." NFT를 아는 것과 NFT에 투자하는 것은 분명 다른 길이다. 그리고 어떤 것이 진짜 세계인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NFT를 검색하면 2021년 "NFT열풍!"이라는 주요 매체들의 기사가 이 신문물에 대해 가장 심도있게 다룬 기사다. 2022년에는 새롭게 여기에 뛰어들고 있는 예술가들의 행보를 간혹 전하고 있으며 해당 글에는 모두 ‘귀추가 주목된다’나 도전과 미래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여전히 NFT는 도달하지 않은 미래일까.

글 김송희 (<빅이슈코리아> 편집장, 대중문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