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와 미래콘텐츠 (고찬수 PD) 첨부이미지 : 썸네일5.png

*본 게시물은 메타버스와 문화다양성을 주제로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칼럼입니다.

메타버스는 1992년 닐 스티븐슨의 SF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 등장한 상상 속 가상공간이다. 그리고 이 소설 속 가상세계를 컴퓨터 게임의 형태로 구현해낸 서비스가 바로 그 유명한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다. 최초의 메타버스 서비스라 불리는 세컨드라이프는 미국광고 연맹 보고서가 ‘2006년 미디어 시장에서 발생한 가장 놀라운 현상’이라고 평할 정도로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세컨드라이프의 이 놀랄만한 성공은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복제가 너무나 쉬운 디지털로 만들어진 세상이었기 때문에 콘텐츠의 권리를 보장하기 어려웠고, 도박이나 성범죄 그리고 사이버 폭력 같은 가상세계 범죄들을 방지할만한 대비책이 부족했던 것이다. 메타버스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여러 문제점과 부작용도 함께 나타나면서 세컨드라이프의 인기는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포트나이트

그 후로 한동안 모두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 버린 듯했던 ‘메타버스’라는 가상세계는 Z세대를 설명하는 용어로 다시 등장하게 된다. 컴퓨터 게임을 마치 SNS처럼 활용하는 젊은 세대들의 행태를 표현하기 위해 메타버스가 사용된 것이다. 미국의 10대들이 열광하던 인기 컴퓨터 게임 <포트나이트>는 당시 미국의 Z세대인 10~17세 청소년 40%가 매주 한 번 이상 접속했고, 이들이 여가의 25%를 이곳에서 보냈다고 하는 통계가 발표되기도 했었다. 이런 새로운 트렌드는 ‘포트나이트 현상’이라고 불렸는데, 이를 분석한 전문가들은 Z세대들이 게임이라는 가상세계를 현실세계의 일부분처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2020년 코로나로 단절되어버린 현실세계에 대한 대안으로 가상공간이 주목을 받으며 메타버스는 화려하게 부활하였다. 그리고 2021년 10월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꾸며 회사의 방향성을 메타버스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하는 등 메타버스는 미래를 여는 키워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네이버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과 함께 자라온 Z세대와 알파세대는 컴퓨터가 만든 가상세계인 게임에 익숙하기에 메타버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기성세대들에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이 콘텐츠 생산과 소비 그리고 소통을 하던 공간이었다면, 젊은 세대들에게는 메타버스가 그런 공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세상은 현실 세계와 가상세계가 함께 존재하는 곳으로, 가상공간은 또 다른 내가 현실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들은 메타버스 속 아바타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게임 속 아바타 외모를 멋지게 보이도록 하는 가상 패션 제품에도 아낌없이 돈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아바타를 현실의 자신과 동일시하여 가상공간 속 삶에 기꺼이 돈을 지출하는 새로운 세대의 소비 행태는 메타버스 속 가상 경제 시스템을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혁신적인 변화로 메타버스는 콘텐츠 소비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게임 속 가상공간에서 유명 스타들이 아바타의 모습으로 공연하는 ‘버추얼 콘서트(Virtual Concert)’나 ‘동물의 숲’이라는 게임 속에서는 진행되는 ‘애니멀 토킹(Animal Talking)' 같은 ‘버추얼 토크쇼’ 등 메타버스 시대의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메타버스 콘텐츠들은 기존의 콘텐츠 제작 방식과는 다른 버추얼 프로덕션이나 페이스 캡처, 모션 캡처 등의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메타버스라는 가상세계가 콘텐츠 소비플랫폼이 되면서 콘텐츠 창작 방식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NFT(대체불가능토큰, Non-fungible Token)’라는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며 디지털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인공지능은 실감 나는 메타버스 세상을 만드는 기반 기술이 되고 있다.

ⓒ클립아트

메타버스 콘텐츠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관이다. 그동안 세계관은 ‘마블 세계관’이나 ‘스타워즈 세계관’ 등 영화나 게임 콘텐츠에서 주로 사용되어왔었다가, 이제는 ‘K-POP’이나 유튜브 콘텐츠에서도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필수 요소가 되었다. 수없이 창작이 가능한 세계관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느냐에 따라 경제적 공동체로 발전하기도 한다. 세계관이라는 가상세계 스토리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들에게 나타나는 또 다른 특징은 ‘부캐’와 ‘가상캐릭터’ 문화이다. 한 사람이 수십 개의 부캐를 가지고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젊은 세대들은 쉽게 받아들인다. 인기 개그맨 유재석이 ‘유산슬’이라는 부캐의 모습으로 트로트 가수 활동을 보여준 것이 큰 사랑을 받으며 이제는 젊은 층의 트렌드를 넘어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문화가 되어버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가상캐릭터를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인격체로 받아들이는 모습도 보여준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가상캐릭터가 스타가 되는 세상인 것이다. ‘릴 미켈라’처럼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연수입 몇백억이 넘는 슈퍼스타급의 가상인간들이 수십 명 존재하고 있다.
 
이상세계를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하고, 그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로 생활할 수 있다는 ‘메타버스’의 매력적인 비전은 혁신적인 콘텐츠 창작 방식의 변화로 하나하나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메타버스’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콘텐츠 창작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메타버스의 엄청난 가능성과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되어야 한다. 아직은 해결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점을 직시하고, 단단하게 두 발을 현실세계에 딛고 있어야 한다. 조금은 차분하게 다가올 메타버스 세상을 준비해 가야한다.
 

 

고찬수
1968년 대전 출생으로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 후, 1995년 KBS 예능국에 프로듀서로 입사했다.
예능PD로서 <연예가중계>, <토요일 전원출발>,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시트콤 <선녀가 필요해> 등 다양한 작품을 연출하였고, 미래 미디어 전문가로서 ‘MCN 사업팀장’을 역임하며 KBS 웹드라마
프로젝트와 KBS MCN <Yettie Studio>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2020년에 한국PD연합회장을
역임하였고, 지금은 <박원숙의 같이삽시다>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결국엔 콘텐츠>(좋은습관연구소,2021), <인공지능 콘텐츠 혁명>(한빛미디어,201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