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튜브에서 자취남과 유부남이란 채널을 운영중이고, 1인가구연구소의 대표인 정성권이라고 합니다.
2. ‘자취생활’을 주제로 3년간 채널을 운영해왔습니다. 컨셉을 유지하며 이토록 채널을 오래도록 운영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촬영을 가면 정말 잘해주십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구독자 분들이 먼저 촬영 신청을 해주시기 때문에 그만큼 ‘환대’해주시는 게 하나의 요인인 것 같고요. 전에는 큰 틀에서 이웃이나 친구들이 사는 평범한 집들이 비슷비슷하다고 생각했었는데, 3년 동안 400여 명의 집에 가봤을 때 정말 단 한집도 똑 같은 집이 없는 거에요. 그래서 원동력이라면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분들을 찾아가 매번 특별한 것을 발견하는 재미가 정말 크다는 것입니다.
ⓒ자취남
3. 구독자들의 자취방을 구경하는 집들이 콘텐츠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러한 콘텐츠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구독자들이 이 콘텐츠를 사랑하는 이유는 뭔가요?
아무래도 남의 집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게 가장 큰 것 같아요. 사실 남의 집을 가본다는 것이 정말 친한 친구의 집이 아니면 가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리고 친한 친구 집에 간다고 해도
함부로 냉장고를 열어보는 건 매너가 아니라고 생각되고, 가족들과 같이 사는 친구라면 거실에 있거나 친구의 방밖에 들어갈 일이 없죠. 근데 저는 가서 서랍도 열어보고 베란다도 가보고 냉장고도 열어보니까 더 많은 꿀팁과 정보를 얻어갈 수 있는 거죠. 출연자분들이 직접 살고 쓰면서 느끼시는 장점, 단점을 스스럼 없이 말씀해주시니 그만큼 믿을 만한 정보이기도 하고요!
ⓒ자취남
4. 누군가에게 사생활을 보여준다는 게 쉽지 않은데, 구독자분들이 룸메이트로 참여하는 동기와 그 적극성은 어디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첫 번째로는 내가 지켜낸 온전한 1인분의 내 삶을 기록하는거죠. 2022년 10월에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영상으로 기록하는 형태니까요.
두 번째로는 보통 집에 애정을 갖는 분들이 많이 신청해주는데, 애정이 간다는 건 그만큼 많이 집에 신경을 쓰신다는 거니까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으실 것 같아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분들도 신청해주시는데 자국에 계신 가족들에게 영상으로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신청하시기도 합니다.
실제로 저를 보고 싶어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하하 어떤분이 댓글 달아주신걸 봤는데 찾아가는 팬 미팅이라고 말씀해주시더라구요.
ⓒ자취남
5. 수많은 자취방을 방문하고 인터뷰를 해오셨는데, 특히 인상깊었던 집이나 룸메이트를 꼽아 주신다면?
정말 많은데요. 아무래도 비교적 최근에 촬영하셨던 분들이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거든요.
어떤 남자분의 집에 갔는데 결혼하셨다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집으로 만들어 살고 계셨어요. 결혼을 차치한다 하더라도, 정말 완벽한 man cave, 남자의 동굴을 만드셨어요.
거실에는 마작테이블이 있고, 방 하나에는 스피커가 10개가 넘는 홈시어터를 만들고
한군데는 아예 플레이스테이션만을 위한 방을 만드셨더라고요. 저는 이렇게 단 한사람만을 위한 공간, 돌이킬 수 없는 강한 독립의 맛이 짙은 집이 기억에 남아요.
6. “집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을 하셨는데요?
모델하우스가 아닌, 내가 살고 있는 집이라는 건 가장 사적인 공간 일 것 같아요.
신발장 냄새를 제거하는지, 냉장고를 보면 어떤 걸 먹는지 등등 집에 드러나는 모습을 보면 그 분이 어떤 분이지 알 수 있죠.
‘내가 죽으면 냉장고에 음식 많이 넣어줘. 부모님이 슬프지 않게.’ 이런 말 자체가 냉장고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을 표현하는 예시인 것 같아요
도서<자취의 맛>ⓒ21세기북스
7. 자취남 채널의 영상에서는 1인가구들이 공유하는 공통점과 다양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간 인터뷰해왔던 MZ세대 룸메이트들의 공통적인 관심사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금전적인 것 같습니다. 재작년부터는 대부동산의 시대라고 해도 될 정도로 굉장히 변화가 많았으니까요. 특히 요즘은 금리가 너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어서, 전세로 살아도 불안하고 월세는 더 만만치 않습니다. 어른이 되어서 내가 하고싶었던 자취라는 로망에는 너무나도 비싼 대가가 따르죠.
8. 자취남 채널 외에 신혼부부의 집들이를 보여주는 채널도 운영중입니다. 이 채널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도 30대 중반이 되니 자연스럽게 결혼에 관심이 생기고, 무엇보다 결혼을 통해서 첫 자취를 시작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그래서 만든 게 ‘유부남’ 채널입니다. 자취남이 1인가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유부남 채널에는 결혼한 분들의 인터뷰를 싣고 있죠.
혼자 사는것과 둘이 사는 것은 정말 다른 것 같아요. 자취 생활을 오래 하시고 결혼하시는 분이라면 자기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것을 꼭 포기 못하시고 한쪽 구석에 남겨두시고요. 그러면서 동시에 동거인과의 합의는 이뤄야 합니다.
가령 혼자 살 때는 집에서 물만 마시니깐 소형 냉장고로만 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같이 살 때 소형냉장고가 작은 건 사실이죠. 만약 거기서 비스포크 냉장고를 사기로 결심까지 했다면 어느 칸에 내가 맘에 드는 무슨 색을 할지까지도 정해야 합니다.
협의가 안 이뤄졌다면, 꽤나 고차원적인 이상한 색조합의 신형 냉장고를 만나기도 합니다.
거기서 유부남 채널만의 매력이 나오더라구요.
9. 서울과 지방 자취방을 비교해볼 때, 느꼈던 생각에 대하여 세 줄 평을 해주신다면?
크게 세가지입니다. 여유, 금전, 일자리입니다.
확실히 걷는 속도가 다르긴 하더라구요. 서울은 출근길 지하철 역사에서 거의 모두가 빠른 발걸음으로 움직이는데 인구밀도가 달라서 그런지 속도가 정말 달라요.
또, 금전적인 부분과 일자리일텐데요. 실제로 지방 촬영을 갔을 때 많으면 반 이상이 수도권으로 일하러 간다고 하더라고요. 이 상황을 가장 잘 묘사해주는 건 어디선가 봤던 이 문장인 것 같습니다.
‘서울엔 둥지가 없고 지방엔 먹이가 없다.’
10. 숨가쁜 촬영일정과 많은 콘텐츠를 소화하고 있는데, 바쁘고 지친 와중에도 초심을 유지하는 본인만의 노하우는?
정말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촬영 신청 문의가 많아서입니다.
과분한 사랑을 받는데, 이걸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방법은 최대한 많이 만나 뵙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경상도 촬영을 하는데, 하루는 쉬어야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촬영문의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와서 ‘그래 쉬긴 뭘 쉬어, 열심히 찾아뵈어야지’ 란 생각으로 방방곳곳 돌아다니고 왔습니다.
추가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도 있어요.
같이 일하시는 분들과 컨텐츠를 만드는 과정 자체도 즐겁고, 이걸 보시는 분들도 즐거워하시니.. 그것 때문도 있는 것 같아요!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한 저만의 노하우라면 정말 열심히 노력했을 때 손에 닿을 만큼, 혹은 해결할 수 있는 만큼만 판을 키우는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그걸 하기 위해 정말 노력하게 되더라고요.(너무 크면 그 전에 지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정도를 지키는 게 중요한 것 같긴 해요!)
ⓒ자취남
11. 앞으로의 계획은? 5년 뒤에는 어떻게 기억됐으면 하나요?
5년 뒤까지는 생각 안 해봤습니다. 하하하. 하루하루가 너무 치열해서요.
좋아하는 말 중에 전투를 필사적으로 하지만 전쟁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이런 게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5년 뒤에는 ‘1인가구 = 자취남’ 이라는 생각이 떠올랐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1인가구연구소도 설립해서 다양한 분야로 넓혀 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12. 마지막 질문입니다. 자취남에게 ‘집’은 어떤 의미입니까? 또 어떤 집에서 살기를 꿈꾸시나요?
저에게 집이란, 가장 저로서 있을 수 있는 공간 인 것 같아요. 가장 사적인 곳이고, 저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이니까요. 누구와 어떤 집에 살더라도 가장 나답게 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성권
구독자 30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자취남’ 운영자. 우리나라에서 남의 자취집을 제일 많이 방문한 사람 중 하나다. 3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의 자취집을 찾아가 방 안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며 각자의 사는 이야기를 듣고 자취 꿀템을 소개한다. 혼자 사는 사람의 ‘리얼’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자취를 시작하려는 사람이 봐야 할 필수 콘텐츠라는 평을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