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특정 성별의 전유물로만 느껴졌지만, 점점 범위를 넓혀 모든 성별에게 고루 사랑을 받는 패션 아이템이 늘고 있다. 과연 Z세대의 눈에는 어떤 모습이 포착됐을까?
MZ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일상을 바라보는 MZ’s pick!
경계를 허무는 패션 아이템들을 만나보자.
*'문화다양성 가보자고'는 문화다양성 서포터즈 '늘다양 2기'가 직접 기획하고 구성한 콘텐츠입니다.
1. 남자들에게도 힙한 패션 아이템 : 핸드백 / 추천인 김상아(늘다양2기)
이미지 출처= JTBC 아는형님, 보테가베테타 공식 홈페이지
사전에 핸드백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여성들이 손에 들거나 어깨에 메고 다니는 작은 가방’으로 정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은 연예인부터 일반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남성들 사이에서도 핸드백 구매 및 착용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여성만의 전유물로 인식되어온 핸드백은 최근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착용하는 아이템, 즉 젠더리스 패션 아이템의 대표적인 예시가 되었다.
특히 뉴트럴(중립, 중성적인)한 디자인과 개성 있는 색감으로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해외 브랜드의 상품 중 하나는 최근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소비자 사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해당 브랜드의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여성 모델과 남성 모델 모두의 해당 상품 착용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핸드백은 더 이상 ‘여성스러운’ ‘여자만 드는’ 가방이 아님을 실감하였다.
이제 사전에서 핸드백을 정의할 때에도 여성에 한정된 주어는 과감히 삭제해도 괜찮지 않을까.
2. 남성들도 탐내는 패션 핫템 : 트위드 자켓 / 추천인 장용준(늘다양 2기)
이미지 출처=Getty images, WWD
트위드 자켓 - tweed의 어원은 tweedle로 ‘뒤틀다/꼬다’라는 의미로 거칠고 두꺼운 모직천을 이용해서 뒤틀고 꼬는 방식으로 만든 재킷이다. 이전부터 트위드 자켓은 여성복에서 대개 여러가지 색을 사용해서 창살무늬, 삼능 무늬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재킷이었는데 2015년 어느 패션쇼에서 지드래곤이 여성 트위드 자켓을 착용하고 패션쇼에 등장하면서 국내 아이돌부터 일반인들까지 수많은 남성들이 봄, 가을에 트위드 자켓을 착용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여성들의 아우터로 쓰이던 ‘트위드 자켓’은 최근 성별에 구애 받지 않고, ‘나다움’을 나타내는 젠더리스 패션으로 유행되고 있다.
특히 화이트, 핑크, 블루 등과 같은 원색 컬러로 화사하고 톡톡 튀면서 전체적인 룩에 포인트를 주는 해외 브랜드의 트위드 자켓은 여성들뿐만 아니라 패션 센스가 있는 남성 소비자들에게도 인기가 있다. 실제 유튜브 패션 채널/패션 커뮤니티 카페 등에 접속해보면 많은 후기들이 남성 소비자들 트위드 자켓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트위드 자켓을 시작으로 여성의 패션 아이템으로 알려진 것들 역시 더 이상 성별 구분이 없는 새로운 장르와 소비 흐름이 생길 것이라 기대한다.
3. 여성들도 멋지게 소화하는 패션 아이템 : 스니커즈 / 추천인 나유민(늘다양 2기)
이미지 출처= 나이키 공식 홈페이지, 조이 인스타그램 (@_imyour_joy)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제는 흔하게 보이는 스포츠 브랜드의 운동화. 원피스부터 트레이닝 룩까지 두루두루 잘 어울리면서도 커다란 로고로 트렌디한 매력까지 보여줄 수 있어 패션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다. 주변에도 해당 신발을 수집하는 친구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 운동하는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보이던 이 신발이 어느새 내 신발장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스타일을 완성할 때 저절로 손이 가는 그런 요물 아이템이랄까? 개인적으로도 짧은 치마와 딱 붙는 스키니 진보다 오버핏 티셔츠와 팬츠를 사랑하는 나에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신발이다. 무채색의 밋밋한 코디에도 이 신발로 포인트를 준다면 #ootd를 한층 스타일리시 하게 바꿀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투박한 운동화가 여성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은 접어둘 때다.
4. 여성들도 편안히 소화하는 패션 아이템 : 드로즈 / 추천인 손정민(늘다양 2기)
(이미지 출처=자주, 휠라)
젠더리스 패션 아이템의 예시로는 속옷, 드로즈도 있다. 드로즈는 남성용 사각 팬티와 비슷한 형태로 남성용 드로즈와는 그 형태가 다르지만, 역시 남성들의 오랜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남성들의 것으로면 여겨진 드로즈를 이제는 여성들도 착용하게 되었다. 이는 남성 패션 아이템의 ‘여성화’라기보다 여성만의 드로즈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한국은 특히 오랜 기간 젠더리스 아이템을 반기지 않았다. 옷 선택의 기준에 있어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뚜렷한 것이 그 원인 중 하나였다. 남성은 착용 시 옷의 기능성과 편안함에, 여성들은 옷의 라인 등 스타일에 주로 더 집중해왔다. 드로즈는 몸에 잘 밀착되면서도 편안하고 통풍이 잘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기능성과 편안함을 모두 갖춘 덕에 인기가 많다. 한 국내 라이프스타일브랜드에서 여성용 드로즈는 여성용 팬티 카테고리 판매 1위를 차지할 만큼 높은 판매율을 기록했다. 점차 늘어나는 드로즈에 대한 수요와 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옷을 입는 것은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여성이 남성의 옷을 입는 것에 비해 남성이 여성의 옷을 입을 때 감당해야 할 시선과 편견은 여전히 남아있다. 아직 보수적인 유교 사상이 대한민국 사회 전체에 뿌리깊이 박힌 탓일까. 사회가 규정한 ‘남성성’을 거부하고 젠더리스 패션을 선택한 이들이 마주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특이하다는 시선이 아닌 불쾌함과 혐오적인 편견이 담긴 시선이다.
패션은 사회의 현재를 반영하는 동시에 미래를 바꿔나가고 있다. 지금은 젠더리스라는 키워드가 패션 트렌드의 일환으로 지칭되지만, 점차 일상에 녹아 미래에는 남성이 스커트와 하이힐을, 여성이 슈트 정장을 입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될지도 모른다. 젠더리스 패션이 특정 ‘성별다움’이라는 고정 관념이나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서로가 가진 각자의 아름다움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 되리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