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옥상훈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공연예술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옥상훈입니다.
2. 20년 가까이 공연 포토그래퍼로 활동해오셨습니다. 그동안 주로 해오셨던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장은정 무용단 <비밀의 정원>, 2016 ⓒ옥상훈
제가 본격적으로 공연사진을 찍은 게 2006년부터니까 내년이면 17년 차가 됩니다. 여러 공연예술 장르를 촬영하지만 주로 무용과 전통예술 분야를 촬영하고 있고요. 이 중에서 무용공연이 전체 작업의 80%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창작산실,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KIADA),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서울무용제, 등 다양한 공연 페스티벌을 촬영했고, 그밖에 안은미 컴퍼니, 메타댄스프로젝트, 장은정 무용단,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등 다양한 무용단체와도 지속적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3. 작가님께서 어떤 과정 또는 경험을 통해 공연을 전문으로 하는 사진작가가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리고 신문방송학을 부전공으로 했는데요. 음악 듣는 걸 너무 좋아해서 음악 프로그램을 만드는 피디가 되려고 준비를 했는데 그때 당시 즐겨 듣던 음악이 공교롭게도 전통음악이었어요.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듣다 보니까 어느 순간 전통음악을 듣고 있더라고요. 전통음악을 직접 하지는 못하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온전히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접근하게 된 게 사진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느 날 전통춤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그때 봤던 승무라는 춤에 반해 춤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그게 직업이 되고 17년이 되었네요. 엄밀히 말하면 저는 사진에 관심이 있다기보다 공연에 관심이 많고 공연을 통해 내가 느낀 그것을 온전히 담는 수단으로 사진을 대하려고 합니다.
4. 공연 사진의 목적은 작품을 잘 드러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가로서의 예술성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많을 것 같아요.
정길무용단 <노인과바다>, 2016 ⓒ옥상훈
저는 생각이 조금 다른데요. 작품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것을 온전히 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예술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공연예술을 사진이라는 다른 장르로 표현하는 거죠. 무용수나 배우, 연주자의 감정이나 호흡을 온전히 담아내는 것, 안무자나 연출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러한 관점으로 사진을 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예술성이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앞선 질문에도 언급한 내용인데요. 저는 사진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제가 보고 느낀 공연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진을 생각하기 때문에 더 그런 관점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5. 작가님이 생각하는 공연 사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사진은 무대예술의 순간성을 영원성으로 변환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공연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의 밀도가 특정 시간과 순간에 무대라는 공간에서 극대화되잖아요. 그 순간이 지나면 사라질 그것의 잔상을 담아 여운을 남기는 것. 단순한 기록의 의미를 넘어 공연사진은 그런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6. 가장 뿌듯했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제가 공연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 그니까 20대 중반에 그때 제 목표가 뭐였냐면 40살쯤 되었을 때 무용 사진을 이야기하면 ‘옥상훈’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거론되는 정도가 되었으면 좋겠다였어요. 몇 년 전에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진짜 꿈만 같더라고요. 그때가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사진이 생각보다 잘 안 나왔을 때? 사진을 잘 찍었다 못 찍었다가 아니라 저 스스로가 촬영하는 작품을 내가 느낀 것만큼 잘 담아내지 못했다고 생각될 때 그때가 참 힘들고 자괴감이 듭니다.
7. 작가님은 특히 무용 장르에서 많은 활약을 하고 계시는데요. 작가님의 사진을 보면 그 공연이 보고 싶어집니다. 무용 장르에 특별히 애정을 갖고있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 사진을 보고 그 공연이 보고 싶다고 느껴진다면, 전 진짜 작가로서 성공한 건데요? 저에겐 아직 과찬인 것 같고요. 제가 생각하는 무용은 사람의 움직임으로 공간의 밀도를 변화하게 만드는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그 밀도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보는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메시지나 감동이 커지는 거죠. 그 밀도의 차이를 느끼는 게, 그것을 사진으로 담아서 표현하는 게 너무 좋아요. 그래서 늘 새롭고 재미있고 그렇습니다.
8. 좋은 결과물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작가님의 방식은 무엇인가요?
사진을 잘 찍으려면 찍고자 하는 대상을 잘 알아야 합니다. 공연 사진을 찍기 전에 작품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찍는 것이 아니라 관점을 가지고 바라보는 거죠. 그래서 공연 촬영을 하기 전에 연습 참관을 하고 작품 의도나 내용을 충분히 숙지를 하고 촬영을 합니다. 나름 준비를 하고 동선을 다 파악해도 촬영할 때 잠깐만 다른 생각을 하거나 집중을 하지 않으면 제가 담고자 하는 그 순간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 촬영할 때 온 신경이 곤두서 있어요. 무대 안의 모든 변화를 인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보정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찍고 나서 고생하기보다는 찍기 전이나 찍을 때 고생하는 쪽을 택합니다. 이건 다른 사진작가들이 들으면 놀랄 부분인데 저는 아직까지 RAW파일로 촬영을 한 번도 안 해봤습니다. 작품을 온전히 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찍고 난 후에 과도한 보정을 하기보다는 찍을 때 노출값이나 기타 세팅을 조절해서 촬영합니다.
9. 작가님께서 연습실, 백스테이지, 무대 등등에서 촬영하시는 모습을 보면 또 하나의 공연을 보는 것 같다고 하던데요. 작가님의 촬영 스타일을 설명해주세요.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공존>, 2012 ⓒ옥상훈
촬영할 때 공연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움직이는 편입니다. 연습 참관이나 사전 리허설을 통해 작품의 동선을 파악하고 작품의 내용이나 관점을 숙지해서 최대한 공연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무대 안에 들어가 촬영을 합니다. 물론 그전에 공연자 및 안무자, 그 외 스태프 분들에게 양해를 구한 상태에서요. 저는 무대에서 촬영할 때 조명을 많이 봅니다. 무용수들의 모습을 따라가기보다는 조명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조명 길을 따라 움직이고 무엇보다 무대 안에 있으면 보이는 게 정말 달라요. 그 다른 무엇, 세밀한 움직임과 호흡을 느끼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저는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한 거 같아요.
10. 작가님이 생각하는 ‘좋은 사진’이란 무엇인가?
김삼진 안무 <잠시>, 2018 ⓒ 옥상훈
제가 아무리 공연 전 연습을 보고 작품을 분석하고 동선을 파악하고, 찰나의 순간을 조금이라도 잘 포착하기 위해 고가의 장비를 사고 준비를 해도 공연자가 실수를 한다면, 조명이 이상하게 비추어진다면, 하다못해 공연자가 동작 중에 입은 옷이 이상하게 말리게 되면 좋은 사진은 나올 수 없습니다. 좋은 사진을 위해 사진작가로서 노력한다는 건 모든 것이 완벽하게 합을 이루는 그 순간, 그 합이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내 눈에 보이고 셔터를 누르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허락된 그 순간을 온전히 담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진은 결국 모든 구성요소들이 함께 만드는 겁니다. 공연사진은 더더욱 그런 거 같아요.
11. 요즘은 SNS에 올릴만한 사진, 소외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한 이미지’가 인기가 많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일상에서 주로 어떤 사진을 촬영하시나요?
평소에는 카메라를 거의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일상에서는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핸드폰으로 아이들 사진 찍는 정도?
12. 앞으로 공연 사진작가로서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는 세상 어떤 것보다 공연장에서 공연사진 찍을 때가 세상에서 제일 즐겁습니다. 다른 어떤 놀이보다 저에겐 공연 사진 찍는 게 제일 재미있어요. 혼신의 힘을 다해 찍고 그 결과물이 잘 나왔을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정말...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계속 즐기면서 지금 촬영하는 것처럼 드레스리허설 때 공연자들과 함께 무대 위를 구르면서 그렇게 사진으로 공연을 담고 싶습니다.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공연을 담고 싶어요. 50이 넘어서도 지금의 방식처럼 촬영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몸 관리도 잘 해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촬영할 때 왜? 라는 질문을 늘 하면서 공연 작품을 바라봐야겠죠?
13. 작가님과 작업하는 예술가에게, 또 관객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와 작업하는 예술가분들에게 : 저와의 작업 인연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인연으로 있는 그 순간만큼은 각자의 위치에서 미쳐봐요.
관객분들께 : 순수 무대예술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고 앞으로도 공연예술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사진으로 온전히 잘 담아보겠습니다.
옥상훈
나이가 들어서도 공연자들과 함께 무대 위를 구르며, 사진에 공연을 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