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복 입고 세계일주를 떠난 이유 (조선여자 모나) 첨부이미지 : 모나.jpg

 

문화다양성 인터뷰에서는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을 위해 매월 특정 주제와 관련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질문하고, 그 생생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대학 시절, 한복 입고 세계여행에 도전하기도 했던 한복 콘텐츠 크리에이터 조선여자 모나님을 만났습니다.

 

1. 간단한 자기소개와 현재 하는 일에 대해 들려주세요
 
어쩌면 21세기에 잘못 태어났을지도 모르겠어요. 한복을 무척이나 좋아하여 21세기에도 한복을 꾸준히 입고 다니는 자칭 ‘조선여자’ 모나라고 해요. ‘모나’라는 이름은 누구나 한복 활동에 쉽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어느 나라에서든 발음하기 쉬운 모음 자음을 조합한 이름이에요. 최근에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한복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요. 한복 입고 여행하는 것도 즐기는데요. 한복 입고 세계일주와 전국일주를 다니고 있어, SNS에서 예술적인 한복 여행 사진과 영상을 보여드리고 있어요.

 

ⓒ조선여자 모나

 

2. 취미로 한복을 좋아하는 사람에서 전문적인 한복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변신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2015년도부터 한복을 생활화, 대중화하기 위한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는데 그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이 바로 SNS 한복 콘텐츠였어요. 한복 활동 초기에는 연세대학교 한국문화 홍보 동아리 ‘하랑’을 꾸려 한복을 체험할 수 있는 부스 행사인 ‘한복데이’를 개최하기도 하고, ‘매달 연세대 한복 입는 날’을 정해 학교에서 한복을 입자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죠. 결과는요? 신기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정작 참여하는 사람은 적었고 일상에서의 한복 입기로 이어지지도 않았어요.

 
반면 제가 2016년부터 한복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던 인스타그램 계정(@habok_travelarts)에서의 반응은 그야말로 ‘핫’했어요. 한복을 입고 예쁘게 찍어 올린 사진에 많은 사람들이 ‘나도 이렇게 한복을 입어보고 싶다’, ‘이런 한복을 구매하고 싶은데 어디서 샀냐’, ‘덕분에 한복 입고 여행가겠다는 꿈이 생겼다’는 등 댓글을 달며 스스로 한복을 입겠다는 의지를 보였어요.
결국 사람들이 한복을 입게 하기 위해서는 억지로 캠페인을 하거나 한복을 입어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보다, 아름다운 한복 콘텐츠로 사람들이 스스로 한복의 매력을 깨닫게끔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3. 여행하며 한복 입은 자신의 모습을 감성 넘치는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해 오셨는데요. 그 결과물들을 죽 훑어보면 어떤 느낌이 드세요?

스스로도 정말 뿌듯하고 많은 발전을 이뤘다는 것을 느껴요ㅎㅎ 저도 처음에는 ‘한복 입고 ㅇㅇ하기’, ‘한복 입고 어디까지 가볼까?’ 식으로 퀘스트를 하듯 한복을 입었는데, 지금은 한복을 입고 여행을 다니고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죠. 사진만 봐도 한복 활동 초기와 지금이 다르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져요.

 

구례 산수유 마을에서 ⓒ조선여자 모나

 

4. 2016년부터 시작한 인스타그램을 보니 사진들의 양과 퀄리티가 정말 대단합니다. 모나님이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며 가졌던 남다른 목표나 철칙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저는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인스타그램 활동을 하고 있어요. 제 인스타그램 계정이 ‘hanbok_travelarts'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사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고등학생 때 미대 입시를 포기했는데, 미술에 대한 꿈을 인스타그램에서 펼치고 있는 것 같아요.

 

 

5. 대학생 신분으로 한복의 일상화를 알리는 트렌드세터 역할을 해오셨는데요. 모나님은 학창시절 어떤 사람이었나요?? 왠지 대학생활도 남달랐을 것 같은데, 대학생활은 어떠셨나요?
 

사실 대학생활이 평범하지는 않았고 대학 친구들 사이에서 관종이나 또*이(또라이)로 유명해요ㅎㅎ 나쁜 의미에서가 아니라, 그만큼 대학교에서의 활동반경이 넓고 열과 성을 다해 활발히 과활동과 동아리활동을 했기 때문이었죠. 친구들 역시 나름 긍정(?)적인 의미로 저런 별명을 붙여주었구요.
또 남들이 절대 하지 않을, 예측 불가능한 선택들을 하며 대학생활을 했어요. 동시에 동아리 5곳에서 활동하기도 하고, 중간고사까지 마쳤는데도 과감히 중도휴학을 하기도 했고, 학교를 다니며 여러 번 창업 활동도 했죠. 부모님께서 세계일주도 교환학생도 허락을 해주지 않으셔서, 과에서 5명만 뽑는 교환 장학생에 당당히 합격하여 교환학생을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어요!
졸업을 앞두고 대학생활을 되돌아보면 꽤나 다이나믹하고 도전적인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터키 가파도키아에서 ⓒ조선여자 모나

 

6. 2019년에 한복 입고 세계일주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자금 마련부터 여행지 선정, 촬영 계획까지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세계일주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준비과정을 살짝 들려주신다면?

한복 입고 세계일주를 하겠다는 꿈은 고등학생 때 시작되었어요. 그 당시 한복을 입고 유럽여행을 다녀온 한 대학생 언니의 글을 페이스북에서 본 것이 계기가 되었죠. 한복을 입고 여행을 갈 수도 있다는 사실에 신선한 충격을 받으며 저도 한복여행을 갈망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부모님께서 딸의 세계일주를 계속 반대하시니, 과감히 교환학생 기회부터 따내 교환학생을 빌미로 세계일주를 떠났죠. 교환 학교를 정할 때부터 다른 나라로의 교통이 편한 이탈리아 밀라노로 정했어요. 수업은 이틀로 몰아 나머지 요일에 늘 다른 나라를 여행했고, 부활절 방학과 여름방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요.

 

남미 페루 파론호수에서 ⓒ조선여자 모나

 

사실 세계일주를 하기 위한 계획은 아무것도 세우지 않았어요.(저는 MBTI에서 극단적인 P랍니다.) 늘 끌리는 나라, 끌리는 도시로 발걸음을 했죠. 심지어 남미 4주 일주도 밀라노에서의 수업 첫날에 이탈리아에는 부활절 방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처음 결심 했어요. 다만 대학생활 내내 SNS에서 가고 싶은 여행지 정보를 자주 모았던 덕분에 즉흥적인 여행이 수월했던 것 같아요.

세계일주 자금을 어떻게 모았는지 정말 많이들 궁금해 하세요. 교환학생 장학금이 큰 도움이 되었고, 아버지께도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그리고 교환학생을 가기 전 한복중고마켓과 한복 세미나를 운영하고 여러 알바를 하며 500만원이 넘는 자금을 모았어요.
 
사진 촬영은 대개 지나가는 외국인분들께 부탁드리거나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삼각대를 이용했어요. 동행이 있는 경우에는 동행분들께 부탁드리기도 했구요. 제가 원하는 구도로 맞춰 촬영을 부탁드리는 식이었어요. 이렇게 사진 촬영을 도와주셨던 분들 덕분에 예술작품 같은 여행 사진을 남길 수 있었어요. 늘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7. 사진에는 담지 못한 어려움과 역경도 분명 있었을 것 같아요. 내가 왜 이 고생을 했지 싶은 순간이 있다면?

한복이 들어있는 배낭과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세계일주를 떠날 때 30벌 정도의 한복을 챙겼는데, 한복 한 벌 당 무게가 1kg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무게였죠. 한복 부피는 압축팩을 활용해 줄였지만 무게는 정말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세계일주를 하며 팔 근육 힘이 많이 강해졌어요.
 

 
8 수중촬영, 대설주의보 촬영 등 다양한 컨셉의 한복 촬영을 시도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수중 한복 화보 촬영 ⓒ조선여자 모나

 

끝없이 다양한 상황에서 한복 화보 촬영을 하기 위해 도전하고 있어요. 확실히 어려운 도전을 할수록 더 예술적인 작품이 탄생하더라구요. 워낙 한복 촬영을 자주하다 보니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즐겁기도 해요. 한복 입고 산전, 수전은 다 겪었으니 이제 공중전만 남았네요!

 

9. 해외여행에서 만난, 한복 입은 모나님을 바라보는 현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이탈리아 베니스 카니발에서 ⓒ조선여자 모나

 

한복 입고 해외여행을 하면 어디서나 Bravo, Wonderful 등의 찬사가 쏟아졌어요. 특히 BTS, 블랙핑크 분들이 한복을 입고 무대에 서주신 이후에는 제 한복 차림을 바로 알아봐주시고 한국어로 인사를 해주시는 외국인 분들이 많았어요. 사실 한복 입고 첫 해외여행을 가기 전에는 누가 봐도 동양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인종차별을 많이 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는 제 편견이었어요. 오히려 아름다운 한복 덕분에 어디를 가나 환대를 받았고 한복을 입고 있는 동안에는 인종차별이나 캣콜링을 받은 적이 거의 없었어요.

 

10. 직접 원단도 고르고, 한복 디자인까지 하신다고 들었어요. 모나님이 생각하는 좋은 한복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또 한복이 비싸다는 편견은 맞는 건가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한복의 기준은 딱히 없어요. ‘좋은 한복’을 정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좋은 한복보다는 ‘다양한 한복’이 세상에 나왔으면 해요. 한복 시장이 발전하고 다양한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더 제약 없는 디자인 시도가 필요한 거죠.

 

경주에서 독특한 디자인의 한복을 입고 ⓒ조선여자 모나

 

전통한복은 대량생산이 어렵고 수작업을 거쳐야 하는 부분이 많아 기본적인 가격대가 비싼 것이 사실이에요. 주단집에서 구매하는 경우 보통 3,40만 원대부터 시작해요. 하지만 보세옷인 아닌 이상, 우리가 구매하는 옷들과 비교했을 때 과연 그렇게 비싼 옷인가 싶기도 해요. 또 단지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전통한복을 멀리하는 모습을 보면 애석하죠. 몇백만 원, 때론 천만 원을 호가하는 전통의상을 소장하는 것을 자부심으로 여기는 옆나라와는 상당히 비교되는 모습이기도 하죠.

 
11. 일상에서 한복을 입고 다니는 것만으로 남들과 다른 사람으로 쏟아지는 시선을 경험해야 할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한복을 즐기는 모나님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또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한복을 입기를 망설이는 분들에게 조언을 들려주신다면?
 
특별한 노하우는 없지만,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입고 다니는 게 팁이랄까요? 우리나라 전통의상을 우리나라에서 입고 다니는 것이 이상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한복을 입을 때도 TPO는 분명히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상에서도 각 상황에 맞는 한복을 입는다면 더더욱 사람들의 눈을 의식할 이유가 없죠. 생활한복, 한복정장, 한복 파자마, 한복 드레스 등 한복의 종류와 디자인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니 상황에 맞는 예쁜 한복을 선택하시면 좋겠어요. 또 한복은 분명 부피가 큰 옷이기 때문에 자칫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어요. 이런 부분만 유의한다면 충분히 일상에서 한복을 즐길 수 있을 거예요.

 

한복X일상복 믹스매치 ⓒ조선여자 모나

 

12. 모나님의 장래 개인적인 목표와 꿈이 있다면? 한복 크리에이터 외에 다른 일을 하게 된다면 어떤 일을 해보고 싶나요?
 
개인적인 커리어로는 IT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고 있어요. 평소에 도전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사는 만큼, 커리어 역시 창업이나 스타트업처럼 다이나믹한 미래가 있는 곳을 선호하게 되더라구요. 한복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제가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하더라도 조금씩 꾸준히 이어나가고 싶어요 :)

 

조선여자 모나

한복 콘텐츠 크리에이터 '조선여자 모나'입니다.
한복을 좋아하여 한복을 입고 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어쩌면 21세기에 잘못 태어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