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 유수미
공허하고 텅 빈 마음은 뭘까
누군가가 안아줬으면 하는 마음은 뭘까
뒤를 돌아보게 되는 마음은 뭘까
고민하다 문득 스쳐 지나간 생각은
외로움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따라다녔던
외로움의 그림자는
아직까지 떨어지지 않고
유령처럼 붙어있나 보다
언젠간 사라질 거야 하면서도
외로움은 같이 자라나는 것만 같다
사람이 고픈 걸까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걸까
위로를 받고 싶은 걸까
결핍인 걸까
그저 창문을 열고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가만히 눈여겨보는 요즘이다
ⓒ영화<시인의 방> 장면
어김없이 홀로 부산국제영화제에 갔던 그 날, 우연히 VR 영화 '시인의 방'을 만났다. 윤동주 시인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전개되었는데, 외로울때마다 시를 짓고, 시련과 고난을 시짓기를 통해 극복하는 모습이 나타나 인상깊게 보았다.
윤동주 시인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시를 짓곤했는데 그 모습이 나와 닮아 공감이 갔다. 밤하늘을 바라보며 시를 짓는 것이 그의 전부라고 이야기 했을때, 그렇다면 나의 전부는 무엇인지 돌이켜보았다. 나로서는 공원 산책을 하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럴때면 안정감이 들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렇기에 공원 산책을 하며 사진 찍는 것이 나의 전부라고 할 수 있겠다.
'시인의 방'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벚꽃잎이 흩날리는 봄날, 지하철에서 윤동주 시인과 한 소녀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계절중에서도 봄을 가장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 장면이 애틋함과 설렘을 전해준다는 생각에 인상 깊었다. 누군지 모를 누군가를 기다리는 설렘을 안고 벚꽃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봄이되면 나에게도 사랑을 전해줄 사람이 나타날지 작은 기대감이 든다.
ⓒ영화<시인의 방> 장면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은 학교 앞에서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나로서는 혼자 등하교를 했기에 그 장면이 나의 바램으로 다가왔다. 등하교의 친구가 되어주었던 것은 이어폰이었는데 이어폰 속 노래 가사가 상상 속 친구의 대화로 다가와 곁눈질로 항상 사람을 찾곤했다.
이따금씩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했지만 그는 말하기 어려운 결핍으로 혼자 사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기에 그는 속마음을 털어놓기 위해 시를 적곤했다. 나 또한 외로움, 슬픔, 무료함을 표출하기 위해 시를 짓는다.
제목 '시인의 방'을 통해 떠오른 것은 나의 방이다. 방에서 시를 짓고,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편안한 나에게 나의 방은 안정적인 공간이라는 인식이 확립되었다. 윤동주 시인 또한 자신의 방에서 시를 짓는 시간을 보냈기에 자신의 방을 더 애정하지 않았을까. 이따금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예쁘다는 그의 말은 공감과 더불어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영화에서 창밖으로 보였던 풍경은 맑은 하늘, 밤하늘, 달과 별의 정경이었는데 나도 자연 풍경을 보며 알 수 없는 안도와 위로를 받기에 그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인지 자연을 바라보며 지었던 시 '낮과 밤'이 떠올랐다.
'낮과 밤' / 유수미
해가 뜨고
달이 진다
낮과 밤이
뒤바뀐다
넌 항상 그 속에
머물러있다
아침에는 노란 태양으로
밤에는 빛나는 달님으로
언제나 빛을 밝혀주고 있다
하루하루
네가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은 따뜻해지고 시원해진다
나의 온 하루가
너의 것이고
너의 온 하루는
나에게 스며든다
'시인의 방'을 보며 윤동주 시인의 시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을 뿐더러 그의 이야기가 공감되어 동질감이 들었다. 주마등처럼 그의 이야기를 전개하여 한 편의 영화로 풀어낸 것을 바라보며, 내 삶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떠올리게 되었다. 예컨대, 글을 쓰는 이 순간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