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해야할 K아트의 과거와 현재(이소영 아트컬렉터) 첨부이미지 : 1.png

 

*본 게시물은 ‘K-아트와 문화다양성’을 주제로 외부 전문가가 개인적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한 칼럼입니다.

한국미술이 젊은 층에게 현재와 같이 대중화된 계기는?

언제부터인가 여러 단어 앞에 'K'라는 단어가 붙었다. 'K팝'은 익숙하지만 'K푸드' 'K드라마' 이제는 'K아트'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예전부터 존재했던 한국의 미술이 'K아트'라는 단어로 표현된다는 것이 조금은 의아하지만, 한국의 여러 문화가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어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한국의 미술시장은 아시아의 주요 시장 중 하나다. 특히, 팬데믹 이후 한국의 미술시장은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서며 3배나 성장했다. (2022년 미술시장 규모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미술품 유통액은 1조 377억원으로, 전년도 대비 37.2 % 늘었다.)
 

미국 미술 팟캐스트 '더 아트 바젤' 앞의 RM ⓒ더블유코리아


한국의 미술시장이 커진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진행되던 시기에는 온라인 미술시장이 활성화되었고 한국의 온라인 미술시장의 주역은 소위 MZ세대라 불리는 20•30•40대의 영 컬렉터들이었다. 과거의 기성 컬렉터들과는 다르게 MZ세대들은 본인이 좋아하는 문화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갔고 탐구하는 디깅 문화*까지 활발해졌다. 또한 가성비와 시성비를 따질 때 본인이 좋아하는 유명인이나 인풀루언서를 따라 소비하는 ‘디토 소비 문화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미술에 관심있는 BTS의 RM과 같은 유명인이 갔던 전시나 미술관은 금방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또한 실패를 두려워하는 젊은 층의 소비패턴은 갤러리나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직접 보기 전에 미리 인터넷으로 작가나 작품, 갤러리에 대해 이미 조사나 스터디를 다 마치고 작품을 컬렉팅하는 성향을 보였고, 미술을 경험하는 데서 나아가 소유하는 것에 대해서도 기성세대들보다는 훨씬 거리낌이 없었다.
*디깅(Digging): 자신의 취향을 깊이 파고드는 사람들로 '채굴'을 뜻하는 영단어에서 유래

 

MMCA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포스터 ⓒ국립현대미술관

 

더불어 팬데믹 시기 이건희 회장의 대규모 미술작품 기증이 진행되어 시민들이 미술에 관심을 쏟는 계기가 되었고 (이건희 유족이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품은 무려 2만 3000여 점이다.)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오프라인 아트 페어가 활기를 띠었고 미술품을 또 다른 투자로 생각하는 영 컬렉터들이 등장하면서 시장은 크게 팽창했다.
 

2023년 K아트의 흐름과 현재 그리고 주요 사건

결과적으로 2023년 미술시장은 ‘화산 폭발 이후의 잔열’로 유지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2022년 ‘한국 미술시장의 활성화’라는 거대 화산 폭발이 일어난 이후 그 남은 따뜻한 온도로 올해 미술시장이 움직이는 듯했다. 한국 미술 시장의 미래에 긍정적인 면을 느낀 많은 해외 갤러리들이 서울에 입점했다. 페이스 갤러리, 화이트 큐브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글래드 스톤 등 이제 서울 곳곳에도 소위 ‘메가 갤러리’라고 불리는 갤러리들이 있어 해외에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좋은 해외 작가의 전시를 소개한다. 해외 갤러리의 서울 입점은 한국의 많은 미술 애호가에게 반가운 일이지만 과연 ‘k아트’와는 어떤 방식으로 함께 성장할까? 라는 의문을 품게 했다.

 

제이디차 作 귀향 ⓒ뉴스1김일창기자

 

그 과정에서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는 2023년 첫 전시 <지금 우리의 신화>에서 한국에서 활동하는 정희민과 한선우 작가, ‘코리아 디아스포라’인 캐나다 출신 제이디 차의 3인전을 선보였고 제이디 차와 정희민 작가를 소속했다. 그 외 리만머핀 갤러리는 성능경 작가와 일하기로 했고, 이근민과 맨디 엘사예의 2인전을 기획했으며 페이스 갤러리가 한국의 젊은 작가들 그룹전을 진행했다. 이런 행보는 일차적으로 해외 갤러리가 국내에 입점해 k아트와 어떻게 교류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답이 되었다.

또한 K아트가 발전하려면 세계를 무대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프리즈 서울> 아트페어 역시 큰 지지대가 되어주었다. 2022년 처음 프리즈가 서울 런칭되면서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갤러리들을 뽑는 ‘포커스 아시아’에 한국의 많은 갤러리들이 소개되어 한국뿐 아니라 외국 미술 애호가들에게도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2년간 프리즈 서울에서 휘슬 갤러리, p21갤러리, 실린더, 화이트 노이즈, 에이라운지, 지갤러리 등이 뽑히면서 각 갤러리와 함께 일하는 한국의 작가들이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배헤윰의 경우 프리즈 서울 전시 이후 전 세계에 여러 지점이 있는 마시모드칼로 갤러리 파리 지점에서 동년배 작가인 이희준과 그 외 여러 한국 선배 작가인 이강소, 강서경, 제여란, 이건용과 함께 <Korean Abstract>라는 그룹전을 진행했고, 지갤러리의 우한나는 프리즈가 젊은 작가에게 주는 상을 받아 세계적으로 인터뷰와 작품들이 소개되었다.

 

베헤윰 작가 ⓒ하퍼스바자코리아

 

미술관도 K아트를 재정의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2023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의 경우
해외에서 활동하는 콜롬비아계 한국인 갈라포라스 킴을 노미네이트 하는 등 한국 작가라는 정의를 보다 넓게 가져갔고, 리움에서도 리움의 소장품들과 함께 갈라포라스 킴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이렇듯 K아트는 안팎으로 갤러리와 작가, 미술관들이 중심이 되어 발판을 만들고 전시를 기획하며 커져가는 시장에서 고군 분투 중이다. 미술 시장은 준비가 되어가는 반면, 그 시장에서 미술을 향유하고 소비하는 우리는 과연 얼만큼 성장하고 있는지 돌아 봐야할 것이다. 미술 작품을 향유하고 컬렉팅 하는 것을 투자나 투기로 바라보거나 미술을 트렌드 같은 빠른 컨텐츠로만 소비한다면 제대로 된 땅을 구해 반석을 만들어 놓아도 형편없는 건물을 짓는 셈이 될 테니 말이다. K아트 시장의 성장과 함께 k아트를 향유하는 ‘K아트 피플’의 성장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이소영(미술 에세이스트)
소통하는그림연구소, 조이뮤지엄 등 여러 미술교육 기관을 운영하고 미술 에세이스트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저서로 『하루한장 인생그림』,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 『미술에게 말을걸다』, 『처음 만나는 아트컬렉팅』 등이 있으며 유튜브 채널 ‘아트메신저 이소영’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미술을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