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지향, 덜 소비하고 더 함께하기 (김송희 칼럼니스트) 첨부이미지 : 썸네일8-3.png

비건이 트렌드라고 수년째 기사가 나오고, 매년 비건 식품류가 마트에 늘어나고 있으며 육류 뿐 아니라 계란, 우유를 대체하는 식품류가 출시되고 있지만, 한국에서 완벽한 비건을 실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어부터 '실천'이 아닌가. 비건 식당과 메뉴를 선택하고, 육식을 피하는 적극적 행동이 수반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비건을 선택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가끔 '그렇게 살면 피곤하지 않느냐'며 불편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왜냐하면, 비건인 사람 때문에 비건이 아닌 내가 고기 먹는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클립아트코리아

 채식을 지향하기 쉽지 않은 환경에서 그럼에도 채식을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건이 되었느냐'고 물으면 각각 다른 답이 돌아온다. 잔혹한 동물 도축의 비윤리적 환경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를 본 후 고기를 피하게 된 사람, 어린 시절 개나 돼지, 소, 닭을 먹기 위해 죽이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은 사람,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느끼고 환경에 관하여 공부하다가 고기를 피하게 된 사람 등등. 여기서 더 나아가면, 동물 복지 운동을 하면서 도축장으로 끌려가는 소와 돼지를 일부러 만나러 가는 활동인 비질(Vigil)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모두 '적극적' 앎을 선택한다.

고기를 맘 편히 먹기 위해서는 몰라야 편한 것도 있다. 생물이 마트에 깔끔하게 올려진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비윤리적인 공장식 축산 환경에서 빠르게 키워져 오로지 고기가 되기 위해서 좁은 공간에서 잠시 생을 부여받고, 항생제 등의 약품으로 키워지다가 도살장에 실려간다. 대량화된 공장식 축산, 도축 환경은 인간의 눈에 띄지 않도록 숨겨져 있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맘 편히 더 많이 소비할 수 있어서다. 인간이 이렇게까지 많이 먹는 것이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TV와 유튜브에서는 끝없이 '먹방'이 방송되고 그 주에 인기 먹방에 등장했던 음식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간다. 많이 사고, 많이 먹고, 많이 버리는 환경은 기후 위기의 주범이다. 인간은 지구에 피로하고 불필요한 존재가 됨으로써 괴멸을 선택한 듯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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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같지만 소가 뀌는 방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후 위기를 가속화시킨다는 얘기가 있다. 이것은 농담이 아닌 진실이다. IPCC(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의 공식 자료에 의하면 미국산 소 한 마리의 1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600kg이다. 이는 중형차 한 대가 뿜어내는 대기 오염과 비슷하다. 먹기 위해 기르는 소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만이 문제가 아니다. 소를 먹이기 위한 곡물을 키우고 공장에서 생산하고, 가축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는 배출된다. 한국은 생각보다 육류 소비량이 높은 국가인데, 해당 소비량은 매해 늘어나는 추세다. 비건이 트렌드라고 해도 그만큼 '먹방'과 대기업, 온라인 마켓 등은 식품의 대량 소비를 부추긴다. 무엇이든 적게 먹고, 채식을 자주 하는 것만으로도 축산업의 규모는 줄어들 것이고, 이는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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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이 트렌드이고, 비건 인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비건 식품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라고 쓰면 손쉽지만 그보다 비건은 더 복잡한 사회적 비용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개인에게는 절망감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빙하가 녹고 있다는데, 폭염이 지속된다는데, 멸망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감각이 피부로 느껴지는데 개인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절망감이 조금은 상쇄되는 것이다. 작은 실천이지만, 무엇이라도 하고 있다는 감각. 아니, 무엇을 덜 한다는 감각. 덜 소비하고 더 함께하기! 지금 채식 지향인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의 마음일 것이다.

글 김송희 (<빅이슈코리아편집장대중문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