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니즘 : MZ세대의 시선으로 톺아보기 첨부이미지 : 썸네일8-10.png

채식주의는 특정 고기를 먹지 않는 세미 베지테리언, 자신의 허용된 기준에서 육식을 하는 플렉시테리언, 어류의 식용을 허용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 오로지 과일만 섭취하는 프루테리언 등으로 나뉜다. 그중에서도 비건은 채소와 과일만 먹는 엄격한 채식주의이다.

과거에 비건은 소수의 음식 취향이었지만, 점차 사람들이 건강과 환경을 중시하고 동물보호에 관심이 늘어나면서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특히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MZ 세대 3명 중 1명은 간헐적 채식을 실천한다고 발표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Z세대는 실제로 어떻게 비거니즘을 인식하고 있을까?
 
MZ의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MZ’s pick!
비거니즘을 향한 생각과 실천 후기를 만나보자.

*'문화다양성 가보자고'는 문화다양성 서포터즈 '늘다양 2기'가 직접 기획하고 구성한 콘텐츠입니다.

1. 책과 레시피를 통해 배운 ‘불완전한 비건’의 힘 / 추천인 김상아

(사진 출처 : 레시피 팩토리)

기후변화와 환경, 동물권 이슈에 대해 공감하면서부터 비건의 당위에 동의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대신 나는 묘한 죄책감을 가지고 살게 되었다. 환경과 동물권을 걱정하면서도 육식을 포기하지 못하는 모순에 대해 무거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예 모르면 모르는 대로 살 테지만, 어설프게 알면서도 여전히 육식이 포함된 식사와 일상이 편하다는 데에서 기인한 마음이었다.
 
그러던 중, 작년 여름 나는 비건을 주제로 한 구립 도서관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프로그램의 연사인 베지테리언 한의학 박사님께서는 강연 내내 ‘지속 가능한 채식’의 실천을 강조하셨다. 특히 매끼 채식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증을 버려야 하며, 채식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씀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나아가 강연뿐만 아니라 간단한 비건 오픈 샌드위치의 레시피를 배우고 직접 해 먹으며 비건의 실천이 그리 어려운 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비건을 대하는 마음가짐부터 채식의 즐거움을 알려준 레시피까지,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비건의 방법들은 지금까지도 나의 일상 속에 잔잔하고 꾸준하게 녹아있다.
 
‘한 명의 완벽한 비건보다 열 명의 비건 지향인이 낫다’라는 유명한 비건 명언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육류 소비를 조금씩 줄여나가고 각자의 삶에서 불완전한 채식의 비율을 늘려갈 수 있다면 좋겠다. 내게 그러한 기회가 되어준 것이 도서관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공공차원에서의 비건 배움의 장 역시 늘어나기를 바라본다.

2. 비건 푸드에 대한 주변 친구들과 내 생각 추천인 장용준

이미지 출처=현대백화점그룹,ⓒ김동현,한겨레21 기고

최근 윤리적 소비, 가치소비 등 여러 이유로 채식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채식주의자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 비건은 채소, 과일, 해초 등 식물성 음식 외에는 먹지 않는 채식주의를 뜻한다.
 
코로나로 인해 헬스, 웰빙, 건강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급증하면서 내 주변에도 식단 관리와 더불어 채식주의를 선언하는 친구들이 늘어났다. 친구 중 한 명은 우연히 환경 문제를 다룬 다큐를 보다가, 육류와 어류를 먹는 식습관이 지구 생태계의 다양성을 파괴시키고 환경오염을 악화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후 종종 비건 식단을 실천하게 됐다.
그러나 나는 공교롭게도 비건을 실천해 본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태도이지만, 생태계 파괴나 환경오염을 내 피부로 직접 느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육류 없이 못 사는 식습관 탓에 채식주의를 실천하지는 못할 것 같다.

3. 비건 음식에 대한 편견을 깨줄 비건 식당 추천인 나유민

 
자취를 시작한 후 잦은 외식과 배달 음식 주문으로 소화제를 달고 사는 게 일상이 되었다. 건강하지 못한 음식들은 미각을 둔하게 하고 서서히 소화기관을 망가뜨려 갔다. 나는 내 몸과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 선택적 비건을 시작했다. 현재 일주일에 두세 번씩 한 끼 식사를 완전 혹은 불완전한 비건 음식으로 대체하는 식단을 유지하고 있다. 시작한 지 한달쯤 되었는데 잦은 소화불량도 없어지고 건강해져 가는 게 느껴져 너무나 신기했다.
 
최근 비건은 식문화의 소수의 관심사를 넘어 트렌드로 떠올랐다. 집 근처에도 비건 식당들이 여러 곳 생겨나던 중 나는 처음으로 ‘비건 식당’을 방문했다. 처음 방문한 비건 식당은 생각 외로 메뉴도 다양했고 가격도 비싸지 않았다. 게다가 논비건 음식과 비교해 맛도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같이 방문한 친구도 식사 내내 맛있다며 칭찬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식사 후에도 속이 편안했다는 것이다. 소화기관이 예민한 나에겐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나는 이 경험을 계기로 내 일상에 존재하는 논비건 음식을 비건 음식으로 더 많이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다짐했다.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도 비건을 추천할 의사가 더욱 커졌다. 특히 비건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비건 식당’을 꼭 추천해주고 싶다. 아마도 비건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없애줄 큰 경험이 되어줄 것이다.

4.  무궁무진한 비건 음식의 세계 추천인 손정민

MZ세대의 식생활 트렌드에는 건강과 환경에 대해 관심이 반영되었다. 주변에 육식을 주로 했던 지인들이 이러한 이유로 채식과 비채식을 병행하는 간헐적 채식을 실천한다. 실제로 비건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비건 실천 방법은 다양하다. 생채식인 로푸드(Raw Food)를 먹기도 하고 순식물성 음식이나 과자, 음료를 섭취하기도 한다. 육식 대신에 비건 대체육 등 대체음식을 먹기도 한다.
 
나의 경우 비건을 실천하는 지인들을 따라 비건 식당과 카페를 다니면서 비건에 대한 인식을 기를 수 있었다. 과거의 나는 비건 음식이라고 하면 채식이나 대체육만을 알고 있었고 비건 식당에도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와 함께 카페에 예전부터 좋아했던 과자가 들어간 케이크를 먹은 적이 있는데, 그게 계란도 사용하지 않고 만든비건 음식이라고 해서 굉장히 놀랐다. 비건 음식이 이렇게 맛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먹는 행위로 이런 행복감을 느낀 것은 오랜만이었다. 비건 음식이 맛있으면서도 다양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비건을 향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 이후로 자주 비건 식당을 방문하면서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건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계속해서 생겼으면 좋겠다.

채식주의는 과거에 소수의 취향으로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전 세계의 중요 문화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식문화뿐만 아니라 패션, 화장품 업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주로 육식 생활이 끼치는 피해를 인식하거나, 동물을 보호하고, 환경을 지키고, 또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자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MZ 세대들은 책이나 방송, SNS, 지인들의 후기를 통해서 비건을 접하고 음식 취향을 직접 공부하며 일상에서 실천한다. 실제로 한 SNS에서는 #나의_비거니즘_일기를 해시태그로 하여 자신의 비거니즘 경험을 공유하는 트렌드가 정착되었다. 그들은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비건 식당에 방문하기도 한다. 비거니즘의 확산으로 메뉴와 가격에 집중하는 소규모의 비건 식당도 늘어났지만, 최근에는 대규모의 유통업체도 비거니즘 레스토랑을 열며 이러한 식문화에 동참하기도 한다. 고객에게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중성을 확보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에 접할 수 있는 비건 음식도 다양해져 단순히 채소나 육류를 대체하는 식품뿐만 아니라 영양가 있으면서도 맛있는 음식들을 접할 수 있다.
 
채식주의는 채소나 과일만 섭취하는 비건을 실천하지 못해도, 불완전하며 간헐적이라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습관이다. 하지만 아직 채식주의는 완전히 대중화되지 않아서 경험하기 어렵다고 생각되기도 하며, 맛있고 가격도 합리적인 음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비건 음식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음식은 의식주 중에 하나로서 사람이 취향에 따라 선택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환경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비건 문화를 경험해볼 기회는 더 많아져야 한다. 일상에 채식주의가 가까워질 수 있도록 개인적 실천의 공유를 넘어서 교육적,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