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를 위한 제도 개선, 왜 필요할까? (김송희 칼럼니스트) 첨부이미지 : 썸네일10-4.png

*본 게시물은 가족구조, 주거와 관련한 다양성을 주제로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칼럼입니다.

친구는 동성 친구와 함께 산다. 두 사람은 연인 관계가 아니지만, 서른이 넘어서 살림을 합친 후 함께 산지 2년이 넘었다. 집들이를 하겠다고 각자의 친구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당연히 이런 질문이 등장했다. "한 사람이 결혼하면 어떻게 해?" OO은 대답했다. “그 때 일은 그 때 생각해야지.”

 

침실과 부엌을 분리한 후 생긴 변화

자신을 비혼주의자로 정의하는 친구는 혼자 살 때 낯선 사람이 집에 침입할 뻔한 무서운 사건을 겪은 후 혈연이나 혼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고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옆에 있어 주었던 가까운 친구가 마침 집 계약 기간이 끝나 이사할 집을 구하고 있었고, 두 사람은 함께 좀 넓은 집을 구해서 동거하자는 결론을 도출하게 되었다. 혼자 집을 구할 때보다 둘이 가진 금액을 합치니 보다 넓은 평수의 투룸 빌라를 구할 수 있었고 좁디 좁은 원룸에 살 때보다 두 사람의 생활 만족도는 매우 높아졌다. 일단 부엌과 침실이 분리된 집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인다고 했다

 

ⓒ클립아트코리아

과거에는 옷과 침구에 냄새가 배는 게 싫어서 대충 배달음식을 시켜 먹거나 외식을 하고 귀가했다면, 지금은 냉장고를 충실히 채우고 제대로 요리를 해서 함께 집에서 식사를 한다. 집에서 제대로 따뜻한 끼니를 먹는다는 것만으로도 생활 수준이 올라가고 마음이 안정된다는 것이 친구의 설명이었다. 물론 혼자 살 때에도 그렇게 해먹을 수 있고, 1인 가구 중 집에서 ‘혼밥’을 제대로 챙겨 먹는 사람도 많지만 친구의 말에 의하면 ‘부엌과 거실, 침실의 분리’가 주거의 형태에 있어서 삶을 가장 크게 바꿔 놓는다. 1인가구가 2인가구가 됨으로써 집세가 절감될 뿐 아니라 각종 공과금과 생활비 역시 나누기 때문에 훨씬 비용이 절감된 것도 동거의 장점이다.

 

가구 형태각자의 장단점이 뚜렷

물론 룸메이트와 함께 사는 일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복잡하며, 서로 배려하지 않으면 감정이 상할 일도 부지기수다. 두 사람도 초반에는 집안일 분배와 생활습관이 달라서 감정이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열악한 주거 환경에 여성 혼자 살면서 위협을 느낀 적이 있었던 둘은 과거의 사건을 떠올리며 현재의 안전과 안정을 위해 각자의 습관을 맞춰가며 공동주거를 이어가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현재 상태가 만족스럽고 앞으로도 결혼할 생각이 없는 두 사람은 '생활동반자법'의 지지자이다. 서로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으로도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 주고 싶고 그 편이 실용적이고 안정적이라고 설명한다. 둘은 아직까지는 1인 가구의 연장선에서 임시적으로 2인 가구가 된 형태의 가족처럼 보이기도 한다. 둘 중 한 사람이 다른 형식의 삶을 선택하게 된다면 한 사람은 다시 1인 가구로 돌아갈 것이다. 현재 1인 가구 중 자신의 선택보다는 외부적 요인으로 1인 가구 형태가 된 사람의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2021년 통계청 발표, 왜 혼자 사는지에 대한 질문에 혼자 살고 싶어서라고 답한 사람은 16.2%, 학업, 직장의 이유가 24.4%, 배우자의 사망이 23.4%)
혼자 살든 둘, 혹은 셋이 살든 언제나 현재의 상태가 유지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또한, 가족의 형태라는 것이 비단 혈연이나 결혼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 유동적으로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그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사실상 한국에서 1인 가구는 이미 ‘싱글세’를 내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종합소득세, 연말정산 때마다 다인가족에 비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문항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1인 가구, 혹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대안적 형태의 가구는 자녀 양육-부모 봉양 합가와 같은 3-4인 가구에 비해 받을 수 있는 제도적 혜택이 현저하게 적다. 세금 혜택이 없을 뿐 아니라 임대주택 신청이나 청약과 같은 제도에 있어서도 불리하다.

 
1인 가구자율 혹은 외부적 요인으로도 만들어져

통계청이 2021년 발표한(2020년 조사 기준) 자료에 의하면 1인가구는 전체 가구 중 31.7%로 전체 가구 형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1인가구는 사회에서 다양성의 한 축으로 여기지기보다는 출생률 저하와 인구 절벽의 이유로 거론되며 사회 문제처럼 여겨지기는 것이 현실이다. 출생률이 1% 미만으로 떨어져 전 세계에서 가장 적은 신생아가 태어나는 국가라는 뉴스를 보며 “요즘 사람들은 이기적이라 애를 낳지 않는다”며 혀를 차는 구세대를 나만 목격한 것은 아닐 것이다.

ⓒ클립아트코리아

앞서 소개했던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인 가구중 50%는 주거면적 40m2 이하에 거주하고, 주당 평균 취업 시간은 감소했으며 연소득은 전체 가구의 36.5% 수준에 불과하다. 2인에서 6인 가구로 올라갈수록 중위소득은 증가한다. 소득이 적어서 1인 가구로 살고 있거나, 혹은 1인 가구라서 혼자 감당해야 할 지출이 높고 제도 혜택으로부터 멀어져 평균 소득이 줄었을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TV 속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1인 가구 셀러브리티의 집과 같은 곳에 사는 고소득 1인 가구는 일부에 불과한 것이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과거에 비해 미디어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실은 그 다양성 안에 빈곤의 그늘은 지워져 있는 것이다. 삶의 형태, 혹은 사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며 시대에 따라 그것이 변화해온 양상에 대해 언급할 때 쉽게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의 인정에 대해 말하곤 한다. 하지만 개인이 선택한 삶의 방식이라 할지라도 거기에는 사회적 보호 장치와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 ‘네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니 책임도 혼자 짊어지라’고 할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다른 삶을 살지라도 모두가 그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고 공평하게 혜택이 돌아가고 그것을 통해 자기 미래까지 그려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1인 가구가 다수의 가구 형태라고는 하면서도, 이 삶의 형태가 임시적이거나 개선되어야 하는 형태라 여기며 ‘혼자 살아서 자유롭겠다’는 인식만을 가지고 있다면 그 뒷면에 숨은 다양한 1인들의 삶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글 김송희 (<빅이슈코리아> 편집장, 대중문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