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게임에 진심인 사람들 (이혜린 대표) 첨부이미지 : 7.png

 

 

문화다양성 인터뷰 시리즈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을 위해 매월 특정 주제와 관련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질문하고, 그 생생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독특한 게임 소재로 다양한 스토리를 전하는 이혜린 대표님을 만나보았습니다.

 

1. 안녕하세요. 이혜린 대표님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인디게임 제작사 ‘더브릭스게임즈’를 이끌고 있는 이혜린입니다.
게임 기획 및 PD를 맡고 있습니다. 

2.  게임 개발이란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특이한 경험일 수 있는데요, 초등학교 4학년 즈음에 우연히 게임 만들기 특강을 듣게 됐습니다. 너구리 게임을 만들어보는 수업이었는데, 모든 과정이 너무 재밌어서 잊지 못할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이후 학부에서 게임공학을 전공하며 개발 이론에서 또 한 번 흥미를 느꼈습니다.
게임개발자는 내가 원하는 게임 세계를 내 손으로 직접 창조해 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입니다. 물론 게임 ‘플레이’와 ‘개발’은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이지만, 저는 둘 다 좋아하니 덕업일치네요.

3. 자살 예방이란 소재로 게임을 만들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2022 대한민국게임대상-굿게임상>, <2022 하반기 이달의 우수게임-기능성게임부문>까지 수상한
<30일>의 개발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대학교 3학년 때, BIC(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국내 인디게임 전시)를 처음 구경갔다가 시리어스게임 제작의 꿈을 가슴 한 켠에 품었습니다. 학부 졸업 후, (이제 때가 되었단 판단하에) 대학연합 게임제작동아리 BRIDGE에 가입해 ‘더브릭스’ 팀원들을 모았습니다. ‘자살 예방’이란 ‘<30일>의 소재는 아이디어
발표 전날에 제가 구글링을 통해 쥐어짜다가 머리에 전구 1,000개가 한 번에 켜지듯 떠올랐고요. 이후로 팀원들과 매주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하며 즐겁게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2022 대한민국게임대상-굿게임상>을 수상하는 이혜린 대표 ⓒINVEN

 

4. <30일>은 자살 예방, 멀티-엔딩 스토리 게임인데 제작 과정 당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정말 모든 게 어려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만, 현실적으로는 개발 자금 조달이 참 어려웠습니다. 감사하게도 꿋꿋하게 6년 동안 생존 중이네요.
‘자살 예방’이라는 소재를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게임으로 다룬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모험이며 도전이었습니다. 유희가 최우선인 게임 콘텐츠를 통해서 ‘자살’ 소재를 다룬다는 컨셉은 지인들조차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곤 했습니다.
게임 <30일> 제작 1원칙은, ‘플레이’만으로 자살 및 자살 예방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살’ 소재를 가볍게 다루거나 희화화하지 않아야만 했고,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만들거나 자살 트리거가 되거나 모방 자살을 유도할 수 있는 요소가 절대 없어야 했습니다. 따라서 시나리오를 검수하고 또 검수했습니다. 또 동시에 저희의 메시지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려면 게임 콘텐츠로서 충분히 재밌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도전 과제가 상당히 난이도가 높았습니다.

5. 최근 다양한 인디게임이 등장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요. 요즘 한국 인디게임의 추세가 이전과 달라진 점이 무엇일까요?
매년 게임쇼마다 느끼는 건데요, 다들 게임을 정말 잘 만듭니다. 인디게임 개발자의 빛나는 장인정신과 게임 다양성을 찾는 유저들의 니즈가 맞물리며, 인디게임이 대기업 게임 못지않은 인기를 견인하며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형 게임사들의 인디게임에 대한 투자 및 협업 사례가 늘어나는 것을 보아도 인디게임은 앞으로도 잠재력이 큰 시장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인디게임의 종류도 더 세분화되고 다양해진 듯합니다. 게임엔진의 고도화 그리고 유통 플랫폼의 확대로 게임 개발 환경이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대학 졸업작품 수준도 몇 년 새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험적이며 도전적인 인디게임들이 아이디어 단계에서 시장에 출시되기까지의 주기가 체감상 빨라진 것 같습니다. 인디게임 개발을 업으로 삼으시는 분들도 창업 초보다 더 많아진 것 같고요.

6. 게임 개발사 ‘더브릭스게임즈’의 대표로서 그리고 게임 제작 PD로서 상당히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계실 것 같습니다. 게임 개발사를 운영하는데 장단점이 궁금합니다. 

먼저 장점 같은 경우에는, 제가 하고 싶은 게임 개발을 ‘일’로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게임쇼에 참가해서 전시를 하고 옆 부스에 들려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도 업무입니다. 열심히 게임을 만들다 보면, 닥터프렌즈 정신건강전문의 오진승 선생님을 자문의로,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을 시상식에서 만날 기회도 생기는 돌발 이벤트도 발생합니다. 또 저희 게임 및 개발사를 응원해 주시고, 게임 주인공의 생일카페에 방문하고, 밋업데이에 개발자들을 만나러 오고, 차기작을 궁금해하시는 유저분들이 생겼다는 사실에는 무한한 감사를 넘어 경이로울 지경입니다.
단점이라기보다 어려운 점은 콘텐츠 산업의 공통점일 텐데요, ‘불확실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수익은 0원, 사실 투입된 인건비를 생각하면 마이너스로 봐야겠군요. 물론 크라우드 펀딩과 지원사업 덕분에 굶지 않을 수 있었지만, 어렵게 출시를 해도 과연 흥행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30일>은 ‘자살 예방’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우는 만큼, ‘사연팔이로 돈 버냐?’는 반감이 심할 거란 제 예상을 뒤엎기도 했어요.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소규모 개발사라서 게임 개발 방향이 제 개인의 역량에 좌우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창작 영감이 떠오르지 않고, 문제를 풀 방법을 도저히 모를 때도 많아서 삽질, 실패, 성공, 수많은 경험들을 통해 항상 배우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팀원들과 문제를 가운데 두고서 답이 나올 때까지 머리를 맞대다 보면 보통 좋은 해답이 나옵니다.

 

<30일>의 키비주얼 ⓒ더브릭스게임즈

 

7. <2022 플레이엑스포 게임쇼>에도 더브릭스의 대표로서 참가하신 줄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 <30일>을 발표할 때와 <30일 어나더>로 확장판까지 나온 현재, 느껴지는 게임 이용자들의 반응
차이가 있을까요?

(확장판인 <30일 어나더>가 아직 목표 게임 유통 플랫폼인 Steam에 출시 전임을 밝힙니다.)
<30일 어나더>는 <30일>에 비해 게임 콘텐츠 20% 추가, 또 플레이 환경이 모바일에서 PC로 나아가 콘솔로 확장되는 버전입니다. 22년 7월에 국내에 출시하게 되면서 게임 스트리밍도 한 웨이브 더 해주셨고, ‘스토브인디’ 및 모바일스토어에서 유료로 판매하게 되며 유통채널이 늘어나 게임의 인지도도 높아진 듯합니다. 게임을 PC에서 즐기기에도 편하다는 의견, 등장인물 각각의 사연 수집도감 및 21개의 엔딩 인증글 등의 반응을 보아 게임의 전반적인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8. K-게임과 문화다양성은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서울2033>은 텍스트 기반의 스토리게임입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이스오버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실제 플레이 후기를 통해 개발사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편집장>은 90년대 신문사의 편집장이 되어 헤드라인과 사진을 편집하는 게임입니다. 다양한 시각으로 사회 이슈들을 바라볼 수 있게끔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페치카>는 독립운동가 최시형 선생의 일대기를 고증하여 정확한 역사를 올바르게 알립니다. <산나비>는 사이버펑크가 된 조선의 모습을 담아낸 픽셀아트가 아름답기로도 유명합니다.
 K-인디게임들은 앞선 창의적인 시도를 통해 유저의 게임 접근성을 높이고, 사회 소수자 입장에서 고민하게끔 만들고, 일제강점기 역사를 알게 되기도 하며, 조선 후기를 재해석한 아트로 눈을 사로잡게도 만듭니다. 이를 통해 게임 플레이어는 새로운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경험합니다.
이토록 문화다양성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콘텐츠가 게임이며, 중요한 사실은, 앞서 소개한 게임들은 작품성, 완성도가 매우 높습니다. 메시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웰메이드 콘텐츠의 힘이고, 국산게임은 그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2033> ⓒ반지하게임즈

 

9. 차별성 있는 소재로 게임을 개발하셨던 만큼, 차기작도 궁금합니다. 향후 새로운 게임 개발 계획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차기작들 역시 다양한 스토리를 담은 게임들로 준비 중입니다.
차기작은 ‘유기묘’ 소재의 스토리 퍼즐 게임이며, 올해 3분기, 모바일로 출시 예정입니다.
그 이후로는 기후 위기와 공생에 관한 시뮬레이션 게임을 제작하고자 합니다.
 
 
10. 대표님이 생각하는 문화다양성이란 무엇인가요?(간단한 한문장 혹은 명사형)
공생을 위한 존중

 

 

이혜린
'더브릭스게임즈' 대표이자 게임 기획 및 PD.
게임 공학 전공 후, 만들고 싶은 게임만 밤낮으로
만들었을 뿐인데 어느새 6년차입니다.
소셜 임팩트를 ‘게임’으로 전하고자 합니다.
게임이어야 하는 이유는… 재밌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