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컬렉터에서 아트페어 기획자까지 (노재명 대표) 첨부이미지 : 8.png

 

 

문화다양성 인터뷰 시리즈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을 위해 매월 특정 주제와 관련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질문하고, 그 생생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MZ컬렉터로 시작해 아트페어 기획자로 출사표를 던진 노재명 대표를 만나보았습니다.

 

1. 안녕하세요노재명 대표님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아트 컬렉터이자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아트페어, 'ART OnO' 대표인 노재명 입니다. 

2. MZ세대를 대표하는 젊은 컬렉터로 불리는데, 아트 컬렉터가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우표를 모았고, 중학교 때는 농구화와 NBA 관련 아이템을 수집했어요. 고등학교 때까지도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회의감이 밀려왔어요. 쇼핑을 안 할 순 없고, 좀 더 오래 남을 만한 걸 모아보자는 생각을 하던 때에 아트 토이와 에디션 판화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아트페어에 다니며 새로운 작품을 만나고 작가와 소통하는 등 모든 과정도 흥미롭고, 원하는 작품을 데려왔을 땐 정말 기분이 좋아요. 그렇게 저희 생활의 일부가 된 것 같아요.

3.국내에서 아트컬렉팅에 대한 편견, 또는 MZ컬렉터로서 받는 오해가 있다면?

많은 분들이 아트 컬렉터는 엄청난 부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지요. 컬렉팅을 하다보면 만나게 되는 분들의 경제력은 정말로 다들 제각각입니다. 컬렉터들 중에는 정말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신 분들도 있지만 의외로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꾸준히 수집행위를 지속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거든요. 저희의 경우에도 정말 마른 걸레 짜듯이 모든 수입을 모아서 컬렉팅을 하고 있습니다.(웃음)

 

ⓒ노재명

 

4.  그동안 모아온 작품들 중에 젊은 작가들, 특히 소수자를 주제로 다룬 작품이 있나요?

많은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며 타인의 방식을 접하거나 이해할 기회가 적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컬렉팅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달라진 점은 작가와 작품에 대해 리서치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생각과 삶이 궁금해졌다는 것입니다. 전시와 작품을 보면 작가가 어떤 배경에서 무슨 생각으로 작업을 했는지 궁금해지는 경우들이 더러 있습니다.
작가의 성장 환경과 배경을 알아보고, 시간에 따른 작업의 변화를 살펴보며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타인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기도 하구요. 이를테면 저는 미국에서 꽤 오랜 기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성 소수자나 인종 문제처럼 제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이슈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특별한 삶을 살아온 이들의 작품이 깊은 울림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품과 함께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생각을 헤아려보려 노력하는 과정은 제가 전혀 관심 없던 타인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 변화가 저를 조금 더 따뜻한 사람으로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 딸도 컬렉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제가 동시대를 사는 작가들의 고민과 가치관이 담긴 작품을 통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려고 했던 것처럼 아이도 자신과 다른 환경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따뜻함을 지니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4. 올해 아트 페어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넘어 직접 아트 페어 기획까지 뛰어들게 된 이유는?
 

사실 저는 아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전공했습니다. 다만 매니지먼트라는 큰 틀에서 본다면 아트 매니지먼트와 스포츠 매니지먼트가 아예 관련이 없다고 하기도 어렵겠지만요. 저는 항상 좋아하는 것을 하는 이를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힘들어도 덜 지치기 때문이죠.

해외 아트 페어들을 다니며 보았던 독특한 작가와 그들을 선보이는 유니크한 갤러리들을 국내, 넓게는 아시아에서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랜 시간 했었습니다. 결국 아트 페어는 마켓이기에 많은 아트 페어들이 세일즈에 큰 초점을 맞추지만 단순히 그 한가지 목적성만을 가질 필요는 없지 않나라는 생각도 했었고요.
국내에서도 늘 보던 작품이 아닌 좀 더 다양하고, 신기하며, 새로운 작품들을 많이 보고 싶었어요. 물론 제가 직접 페어를 운영하는 것 보다는 기존의 국내 페어들에서 그런 모습을 보기를 아주 오랫동안 간절히 바랬었지요. 그런데 결국 이렇게 제가 아트페어를 런칭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컬렉터로써 글로벌 아트페어를 다니며 여러가지 경험한 것을 한국의 페어 프로그램에도 반영하고자 합니다. 막상 시작하니 이런 아트페어를 기다렸다면서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갤러리, 기관, 컬렉터 등 다양하게 많아서 책임감을 느낍니다.

 

4. 아트페어를 열기까지 컬렉터로서 국내외 갤러리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특별한 비결도 궁금합니다.
 
저는 항상 아트의 영역에서 뿐만이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결국 모든 일은 사람 대 사람으로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 컬렉션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도 갤러리와 컬렉터의 관계가 단순히 구매자와 판매자의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보며 세상 물정 모른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그들을 신뢰하고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컬렉터의 입장에서는 갤러리를 신뢰할 수 없다면 작품과 작가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수십개의 갤러리들을 초대하는 과정에서 모두 제가 직접 만나서 ART OnO의 취지와 목적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했어요. 첫해를 준비하기에 히스토리가 없었고, 실체가 없는 아트 페어를 설명하기는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초대하는 갤러리들을 하나하나 최대한 더 이해하고 싶었고, 그들도 저희 ART OnO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설명했어요. 단, 제 성격대로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 약점은 약점대로, 장점은 장점대로 최대한 솔직하고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아트 페어라는 것은 해마다 일어나는 행사이기에 올해 한번을 위해 과장을 하거나 거짓으로 갤러리들을 현혹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물론 기존에 저에 대해서 잘 알고 신뢰했던 갤러리들은 저희 페어에 대해서도 비교적 쉽게 이해했고 더 빠른 결정들을 내릴 수 있었지요.

 

ⓒ노재명

 

7. 이번에 기획하시는 아트페어가 기존 아트페어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더 비싸고 유명한 작가와 갤러리를 선보이는 아트 페어들은 있을 수 있지만 저희 ART OnO는 그만의 색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페어 탄생의 목적과 취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짧지 않은 기간동안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각기 다른 아트를 경험하고, 그러한 경험을 국내에서도 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습니다. 자주 보던 페인팅만이 아닌 다양한 재료, 소재, 이유, 과정을 가진 다양한 작품들을 경험할 수 있는 아트 페어를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트를 사랑하는 분들이 소외되지 않고, 아트를 좋아하는 많은 분들이 모여 아트를 즐길 수 있는 그러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ART OnO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8. 관심은 있으나 아트 컬렉팅을 주저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흔히들 작품을 컬렉팅 하는 행위를 아예 안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작품만 컬렉팅 한 사람은 없다고들 합니다. 그만큼 처음 시작이 어렵지 한번 시작하게 되면 왠만해서는 멈추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적인 취미이고 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수집하는 행위가 과거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는 의식이 강했다면 최근 들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뉴스에서 보게 되는 엄청나게 비싼 가격을 자랑하는 작품과 갤러리가 있다면 일반적인 취미의 범위에서 구매하고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친근한 가격대의 작품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가격이 비싼 작품이 꼭 좋은 작품이 아니듯, 가격이 낮은 작품이 꼭 나쁜 작품도 아닙니다. 충분히 비싸지 않은 가격대의 젊거나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들 중에서도 훌륭한 작품들은 너무나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보물을 잘 찾는 것이 아트 컬렉팅의 묘미라고도 생각하구요.  미술을 향유하고 더 나아가 소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이것이 미술시장의 다양성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기여하리라고 생각합니다.

 

9.  아트 컬렉터이자  아트페어 기획자로서  소망이 있다면?

많은 분들이 ART OnO를 돌아보시고 ‘아, 이런 식으로도 아트를 즐길 수 있구나’ 혹은 정말 이상한데 궁금하다 라는 생각들을 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아트란 그것이 긍정이던 부정이던 강한 느낌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은은하게 오랫동안 생각나는 작품도 있고, 짧은 순간에 강렬한 느낌을 주는 작품도 있겠지요.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작품이 있듯 우울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들게 만드는 작품도 존재할테구요. 아트라는 것은 어떠한 감정이나 의미를 전달하는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느끼는 수만가지의 감정을 어떤 형태던 잘 전달하는 그러한 작품들과 작가/갤러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페어를 참여하는 갤러리가 모두 대중적인 아트페어는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이 아닙니다. 각기 다른 정말 독특한 컬러를 가진 갤러리가 멀리서 보았을 때 너무 다양해서 대중적으로 보이기를 원합니다.
과거 컬렉터로서도 항상 제가 했던 얘기는 ‘예쁘다고 좋은 작품이 아니고, 못났다고 나쁜 작품도 아니다’ 였습니다. 물론 ‘비싸다고 좋은 작품이 아니고, 가격이 저렴하다고 나쁜 작품이 아니다’ 도 마찬가지입니다. 더욱 더 많은 분들이 작품이나 작가, 그리고 갤러리를 바라볼 때 가격이나 브랜드, 이미지가 아닌 작품의 퀄리티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시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노재명
MZ세대를 대표하는 젊은 컬렉터.
해외에서 컬렉션을 먼저 시작했고 2019년 귀국 후, 거꾸로 한국 미술을 접할 때 한국 미술이 가진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했다. 수없이 아트페어를 다니며 컬렉터로 아트페어에 갖는 아쉬움을 해소해보고자 새로운 아트페어 '아트 오앤오'를 기획했고, 한국 미술 시장이 국제적 무대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