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과 참신함! 글로벌로 향하는 K-게임 (김남규 게임전문기자) 첨부이미지 : 9.png

 

 

*본 게시물은 ‘K-게임과 문화다양성’을 주제로 외부 전문가가 개인적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한 칼럼입니다.

 

(좌)P의 거짓, (우)데이브 더 다이버 (출처=네오위즈, 민트로켓)

 

지난해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이 게임대상,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가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콘솔 게임 시대가 개막했다. 돈을 많이 번 것으로 성공 여부를 가린다면 이들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린 게임들도 많지만, 오랜만에 세계 게임 시장에서도 호평받은 게임성을 가진 명작이 탄생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오랜 기간 작품성보다는 확률형 뽑기로 최대한 많은 수익을 버는 것에만 집중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국산 게임들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국내 게임 업계가 처음부터 상업적인 성과만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 일본, 미국보다 게임 산업 출발이 늦었던 90년대 후반에는,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꿈만 가지고 게임업계에 뛰어든 이들이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창세기전' 등 지금도 회자되는 명작을 다수 선보였다. 물론 열악한 개발 환경, 불법 복제 문제 등으로 인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게임은 극소수에 불과했지만, 한국 게임 시장이 지금처럼 빠르게 발전한 것은 미국, 일본과의 수십년 격차를 패기와 열정만으로 극복했던 이들 덕분이다.
 
1998년 '리니지'와 '바람의 나라'를 통해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무대를 알게 된 한국 게임사들은 2000년대부터 화려하게 꽃을 피우게 된다. 당시 대한민국을 IT 정보화 강국으로 만들어준 ADSL 기술을 바탕으로 온라인 게임의 가능성을 본 국내 게임사들은 전 세계 91개국 진출한 '라그나로크 온라인', 중국 국민 게임으로 등극한 '미르의 전설2' 등을 선보이며 해외 게임사들보다 더 빠르게 온라인 게임 시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열혈강호 온라인'부터 '그라나도 에스파다', '아바', '아이온', 'C9', '마비노기 영웅전', '테라', '블레이드&소울'로 이어지는 게임대상 수상 작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양한 장르로 과감한 도전을 이어갔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새롭게 열린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시장 트렌드에 빠르게 적응하는 국내 게임사들의 강점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2012년 전 국민에게 퍼즐 게임 열풍을 불러 일으킨 '애니팡'을 필두로, '블레이드 for Kakao' 등 수많은 인기 게임이 등장했고, 지금까지 모바일 게임 강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시장의 변화에 누구보다 더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던 한국 게임업계가 정체되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확률형 아이템 뽑기 덕분에 막대한 수익을 올리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수익이 늘어난 만큼 회사 규모도 커졌고, 회사 규모가 커지다보니 기존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안전한 게임 개발에 몰두하게 됐다. 2017년에 전세계에 배틀로얄 열풍을 일으키며 게임대상까지 수상한 '배틀그라운드'도 당시 블루홀(현 크래프톤) 상황이 어려웠기 때문에 도박 같은 심정으로 출시된 것이지, 안정적인 회사였다면 다른 프로젝트로 변경됐을 것이라는 반응이 많다.
확률형 뽑기의 대중화로 인해 한국 게임사들이 급격히 규모를 키울 수 있었지만, 게임성보다는 매출에만 급급한 게임들이 계속 등장하다보니, 당연히 이용자들의 반응은 싸늘해졌다. 온라인 게임 시절 당시 한국 게임 수입에 의존하던 중국이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다양한 도전을 이어간 덕분에, 전 세계를 강타한 원신 같은 게임을 만들어냈으니, 실망감이 커진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만 통하는 확률형 뽑기 게임의 한계를 깨닫고, 새로운 시장인 글로벌 콘솔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결과 '배틀그라운드', 그리고 'P의 거짓'과 '데이브 더 다이버' 같은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실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모바일과 확률형 뽑기가 자유로운 발상을 막는 족쇄였음을 깨달은 덕분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K-팝, K-드라마처럼 가장 자신있는 콘텐츠로 세계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해외 시장 진출하려면 그들에게 익숙한 판타지 세계관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 될 정도로 판매를 우선했지만, 이제는 자신들이 가장 재미있고,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콘텐츠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에 조선을 배경으로 한 아침의 나라 지역을 추가해 전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았고, 넥슨은 낙원상가를 배경으로 한 서바이벌 장르 게임 '낙원'을 개발 중이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상에서 수상 소감으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을 남겨 화제가 됐다. 한국 게임업계도 이 말을 이제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김남규
게임동아 기자. 취미가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게임업계에 입문. 좋은 게임을 만드는 사람과 좋은 게임을 즐기고 싶은 사람을 잇는 가교가 되는 것을 목표로 게임 기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