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극찬받는 K-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 (황재호 디렉터) 첨부이미지 : 10.png

 

 

문화다양성 인터뷰 시리즈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을 위해 매월 특정 주제와 관련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질문하고, 그 생생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독특한 게임 소재로 글로벌 K-게임의 저변을 넓히고 있는 황재호 디렉터를 만나보았습니다.

 

1. 안녕하세요. 황재호 디렉터님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넥슨코리아에 2006년 입사하여 이후 넥슨 아메리카, 네오플 등을 거치며 PM과 개발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이블팩토리> <고질라 디펜스 포스> 그리고 <데이브 더 다이버>까지 규모는 작지만 개성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왔습니다.

 

2.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의 디렉터를 맡으셨는데, 게임 개발 과정에서 디렉터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나요? 데이브 더 다이버 개발과정에서는 구체적으로 해오신 일들을 소개해주신다면?
디렉터는 영화에서 '감독'에 해당하는 것으로 각자 영역에서 개발되는 것들이 통일감 있게 구성되도록 편성하는 작업을 합니다. 그림으로 예로 들면 아무리 잘 그린 두 가지 그림이라도 화풍이 다르다면 작품에 활용이 어렵습니다. 게임 기획 역시 개별적 재미뿐 아니라 전체 게임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방향성/우선순위/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디렉터의 일입니다.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 키아트 ⓒ민트로켓

 

3. 2018년 지스타에서 공개된 ‘데이브’가 현재의 ‘데이브 더 다이버’로 변화되어 돌아온 과정을 짧게 들려주실 수 있나요? 이 프로젝트의 어떤 포인트에서 확신이나 가능성을 느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바다'는 신비로우면서도 공포스럽고, 또 미지의 생물이 가득한 흥미로운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바다를 무대로 하는 게임을 만들어 보자,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2018년 초기 버전을 만들었을 때 그 콘셉트에 대해 많은 분들이 호응을 해주셔서 조금 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만 모바일 버전 당시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과의 협업으로 인해 사진을 찍고 환경을 보호하는 평화로운 게임으로 구성되었었는데, 이후 넥슨의 조직개편으로 인해 프로젝트가 일시 중단되고 이후 다시 PC 버전으로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아쉽긴 했지만 두 번째 도전 때는 좀 더 개발 자유도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처음에 구상하던 물고기 사냥 - 요리 - 좀 더 유머러스한 캐릭터를 도입했고 이 부분이 유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습니다.

 

4. 해양 하이브리드 어드벤처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는데요. 뚱뚱한 아저씨가 낮에는 다이빙을 하며 일하고, 밤에는 초밥집에서 일한다는 이 설정은 어디에서 모티프를 얻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캐릭터 관련해서는, 전형적인 미형 캐릭터보다는 좀 더 개성 있고 친근감 있는 캐릭터를 구축해 보고 싶었습니다. 다이버 캐릭터들은 대체로 날씬하고 탄탄한 느낌인데, 실제로는 다양한 몸매의 분들도 다이빙을 즐기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이고 코믹한 느낌을 넣어 보았습니다. 처음 게임에 대한 구상을 할 때 '바다에서 사냥을 하고 이 포획물을 돈으로 바꾸어 장비를 업그레이드한다' 라는 설정이 있었는데 그것만으로는 조금 단조롭다고 생각하여 '생선 요리'라는 콘셉트를 도입했습니다. 포획한 생선을 요리함으로써 좀 더 '무엇을 잡을까'에 대한 고민을 유저가 하도록이요. 여기에 추가적으로 낮/밤을 나눈 것은 현실에 있는 음식점을 보고 착안했습니다. 제주도에 주인장이 아침에 물고기를 잡아 저녁때 요리를 하는 가게가 있었는데 굉장히 재미있는 콘셉트라고 생각해서 게임에 녹였습니다. 
또 만화 <심야 식당>처럼 낮보다는 저녁 시간의 식당이 좀 더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서 사연이 있는 손님을 등장시키기에도 좋은 구성이었습니다.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 플레이 스크린샷 ⓒ민트로켓

 

5. 온라인이나 모바일이 아닌 패키지 게임으로, 또 스팀과 콘솔 모두에서 완성도 있게 출시했는데요. 이러한 새로운 도전을 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사실 저희 팀이 처음 하는 도전이었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고, 솔직히 자신도 좀 없었습니다. '우리의 첫 패키지 작품이 우리가 보고 자란 저 훌륭한 게임들처럼 즐겁고 매끄러운 경험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선택한 것은 '유저의 의견을 많이 듣자' 였습니다. 우선 내부 테스트를 많이 진행했고, 게임의 본질을 흐트러트리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겸허하게 수용했습니다. 이후 데모 버전을 냈고, 싱글 플레이 게임으로는 드물게 얼리 액세스 단계를 밟았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유저들이 원하는 것들을 조금 더 알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을 기반으로 좀 더 나은 게임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 플레이 스크린샷 ⓒ민트로켓

 

6.  ‘데이브 더 다이버’가 해외에서 더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해외 게이머들과 평단 모두에게 찬사를 받은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관리하자, 라는 접근 보다 실제로 저희 게임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과 소통하고 얘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하루도 놓치지 않고 디스코드에서 유저들의 의견에 답을 직접 하고 이 의견 중 저희가 반영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반영했습니다. 얼리 액세스 8개월 동안 25번의 개선 업데이트를 진행했고, 이런 정성이 유저분들에게 응원을 받을 수 있었던 계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순수하게 유저의 투표로 진행된 스팀 어워드에서 '부담 없이 즐기는 게임상'을 수상할 수 있던 것도 이런 커뮤니티와의 소통의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7.  문화적, 언어적 장벽을 넘어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는 게임을 만든 비결은? 이를 위해 세심하게 기울인 노력을 소개해주신다면? 
판타지물이 아닌 이상 현실을 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누군가는 다소 불편할 만한 얘기가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는 다소 가볍게 할 수 있는 데이브의 몸매에 대한 농담이 서구권 일부 유저에게는 과하다는 피드백을 받고 내용을 좀 수정하였고, 지역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있다는 의견을 받고 특정한 지역에 대한 언급을 삭제했습니다. 또 색맹 유저가 구분하지 못하는 콘텐츠가 있어 컬러 자체를 수정했고, 장애가 있으신 분들의 피드백을 받고 버튼 연타를 자동화하는 옵션을 추가했습니다. 이런 섬세한 배려들이 팬층을 두텁게 만든 요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8. 다채로운 소재와 그래픽, 아기자기하고 다양하고 세세한 것들 모두에서 개발자의 진심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개발진의 면면과 각 분야 개발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프로젝트에 임하였는지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저(디렉터)를 포함한 몇몇 개발진은 해외 거주 경험이 있어 외국 유저의 취향을 조금 더 이해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팀원분들은 한국에서 게임을 개발해온 분들입니다. 다만 우리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 다른 멋진 게임을 하면서 좋았던 점을 논의하면서 잘 반영했고 이것들이 같은 게임을 하면서 커온 해외 유저들에게 잘 어필한 것 같습니다. 미형의 캐릭터와 복잡한 시스템이 주가 되는 한국의 일반적 게임과 다르게 유니크한 캐릭터, 직관적인 구성 등에 굉장히 공을 들였습니다. 특별한 설명 없이도 쉽게 이해되고 플레이할 수 있도록요. 이런 부분에서는 좋은 성취를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9. 데이브 더 다이버가 이코노미스트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 2023년 최고의 게임이나 스팀어워드 부담 없이 즐기는 게임상’ 등을 수상했을 때의 소감은 어떠셨나요?
사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그렇게 편안하게 즐기는 게임이 아닙니다 (웃음) 
떨어지는 산소를 신경 쓰면서 상어와 싸워야 하고, 또 육지로 올라오면 바쁘게 손님 접대를 해야 합니다. 어쩌면 액션 게임보다도 소소하게 손이 많이 가는 게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유쾌한 캐릭터와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통해 이런 '바쁨'을 편안하게 느끼게 만들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 신선하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 많은 매체가 저희를 높게 평가해 주어서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어떤 유명 게임을 따라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어떤 것이 재미있을까만 고민하며 만들었습니다. 그런 부분을 높게 평가해 주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10. 디렉터로서 ‘데이브 더 다이버’가 유저들에게 어떤 의미로, 어떻게 플레이되고 기억되시길 바라나요?
'데이브 더 다이버'는 '바다'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두근거림, 
그리고 동료들과의 유대감을 전달하고자 했던 작품입니다. 엔딩을 보는 데까지 짧아도 
20-30시간이 필요하만, 게임이 끝나고 나서 이 험난한 여정을 같이 한 게임 속 동료와의 추억을 
돌아보며 감동을 받았다는 유저가 많았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무한 플레이가 아닌, 
끝이 있는 게임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도 어릴 적 플레이한 게임의 장면들이 여전히 기억나는데, 영화와 달리 제가 직접 제 손으로 일궈낸 경험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강하게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데이브 더 다이버'를 플레이했던 유저들이 언젠가 바다를 보면서, 또는 초밥을 먹으면서 저희 게임에서의 좋은 경험을 떠올려준다면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 스크린샷 ⓒ민트로켓

 

11. 차기작에 대한 계획 또는 ‘데이브 더 다이버’에 대한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데이브 더 다이버'의 스토리는 아주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진 않지만, 반면에 여러 확장의 여지를 갖고 있습니다. 저희 내부에서는 이 이야기의 틈새를 DLC나 별도 스토리 미션으로 더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현재도 몇 가지를 준비 중이고, 적절한 시점에 공개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은 유저들도 차기작보다는 현재 데이브의 모험을 더 풍성하게 경험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망스럽지 않은 결과물이 되도록 계속 고민 중입니다.

 

 


황재호
2017년 첫 개발작인 픽셀 아트 모바일 액션 게임 <이블팩토리>를 시작으로,
<고질라 디펜스 포스>, 그리고 2023년 <데이브 더 다이버>에 이르기까지, 유니크하고 완성도를 갖춘 게임들로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했다. 중국과 미국 등에서 다양한 게임 출시를 진행한 경험이 있으며, 이를 통해 글로벌 유저의 취향 파악에 강점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