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전시와 오페라, <퓨처데이즈>를 말하다 (김인현 예술감독) 첨부이미지 : 썸네일1-3.png

문화다양성 인터뷰

문화다양성 인터뷰 시리즈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을 위해 매월 특정 주제와 관련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질문하고, 그 생생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국내 최초의 메타버스 오페라 <퓨처데이즈> 제작한 김인현 예술감독을 만나봤습니다.

1.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퓨처데이즈 김인현 예술감독이라고 합니다. ‘퓨처데이즈’는 동시대 가장 혁신적인 미래지향예술 콘텐츠를 선보이는 융합예술 그룹으로 회화, 음악, 무용, 영상, IT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와 기술 전문가들이 모여 예술과 기술을 융합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2019년 세계 최초 XR 전시 <퓨처데이즈-순간을 경험하다>를 개최하여 문화예술계와 IT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확장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며 메타버스 예술 분야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2. XR이란 무엇인가요?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문화예술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계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XR, 확장현실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을 포함한 몰입형 기술을 총칭합니다. 예술에 있어, ‘확장현실(XR)’ 기술은 새로운 표현을 가능하게 하고 예술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미디엄(New Medium)입니다.
가상현실구현기술들 (VR/AR/MR/XR, etc.)과 예술가의 상상력의 만남은 예술 표현의 범위를 확장하고 예술 감상 방법과 개념의 범위를 넓혀 주며 새로운 예술의 장르를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 블루스퀘어에서 초연한  VR 라이브 콘서트를 시작으로, 2018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카이빙 아티스트로 선정, XR ART <퓨처데이즈 Futuredays 시리즈>, XR 오라토리오 , , 를 이끌었는데요. 예술에 있어 융합시대의 새로운 경험은 공감각의 확장, 즉 메타버스로 나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저의 예술 활동의 폭을 넓혔고, 예술과 기술을 융합한 메타버스 문화 예술 프로젝트를 지속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XR 오라토리오 , 2021 (퓨처데이즈 제공)

 

3. 대표작으로 생각하는 전시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당시 느꼈던 생각과 매력은 무엇이었나요?

2019년 국내에서 최초로 선보인 XR 전시인 2019년 <퓨처데이즈-순간을 경험하다>와 2020년 <퓨처데이즈-시간의 공간> 전시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래의 어느 날을 본 것 같은 기분”, “오감으로 경험한 이색 전시”,“전시장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 같았다” 등 가상현실 융합기술로 시공을 초월해 예술의 지평을 새롭게 열었다는 평을 받았고, 스스로도 예술작품 감상의 신개념을 제시한 선례가 되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XR 전시 <퓨처데이즈-순간을 경험하다>, 2019 (퓨처데이즈 제공)

VR, AR, MR, Volumetric 3D Capture 등과 같은 ‘가상현실기반기술’에 의한 표현방식을 넘어, 숲과, 바다 등 설치미술(Installation Art)로 현실 세계를 구성한다거나 실제의 자연환경을 그 배경으로 삼아, 소리(Sound), 냄새, 향기, 바람과 같은 다차원 감각기관 (multi-sensory or multi-modal)을 자극하고 시각, 청각, 촉각 등의 오감을 관람자의 외부 인터페이스를 통해 뇌를 자극하는 몰입형(immersive)감상을 제공하여 실제와 유사한 공간적인 체험 위에 가상을 더한 초현실적 경험을 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XR전시의 매력이라면 신체기관을 확장하여 관람자의 체험과 경험에 새로운 차원을 제공한다는 것이고, 그 가능성을 보였다는 면에서 당시로선 기존에 경험할 수 없었던 혁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그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습니다.

 

4. 작곡가이면서도 동시에 전시 기획자이기도 합니다. 작품 제작과 연출 과정에서 관객들을 위해 특별히 고려하는 점이 있다면?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예술가의 상상을 작품으로 실현하고 관람자에겐 상호작용이 가능한 몰입형 관람 감상법을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재현된 작품 공간 내면에서 스스로 작품의 일부가 되어 확장된 접촉 기관으로 양방향 감상을 제공받는 새로운 차원의 작품인 만큼 ‘관람객이 어떻게 감상하게 할 것인가’를 특별히 고려합니다.

 

XR 전시 <퓨처데이즈-시간의 공간>, 2020 (퓨처데이즈 제공)

 

5. 메타버스 오페라 <퓨처데이즈>는 공연이라기보다는, 공연장이 아닌 곳 어디에서나 플레이어가 가상의 세계에 들어가 플레이하는 게임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요?

메타버스 오페라 <퓨처데이즈> 포스터 (제공=퓨처데이즈)

메타버스 오페라 <퓨처데이즈>는 예술가와 관객 모두 현실의 물리적인 한계를 초월해 각자 다른 장소에서 자유롭게, 실시간으로 작품에 참여하고 관람하는 새로운 방식의 이머시브 오페라입니다. 실제 공연하는 아티스트와 관객은 정해진 공연 시간에 맞춰, 각자의 공간에서 VR HMD인 오큘러스 퀘스트 2를 통해 아바타로 메타버스 공간에 들어섭니다. 3차원 메타버스 작품 속으로 들어온 관객은 감상자이자 참여자로서 스토리텔링을 주도하는 역할을 부여받습니다.

그 안에서 실시간 연주하는 아티스트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작품의 다양한 요소와 상호작용하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게 됩니다. 이렇게 관객 스스로 포털을 만들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며 느끼는 초감각과 극대화된 자유는 메타버스의 속성을 십분 활용한 예술이기에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공연입니다. 애초에 현실의 물리적 공간을 인식하지 않는 새로운 공연의 가능성을 실현하려 기획한 것이기 때문에, 게임의 요소와 느낌도 인지할 수 있겠지만, 게임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기존의 공연예술의 현장성, 순간성, 일회성등을 극대화하는 메타버스의 요소를 적극 활용하여 제작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3D 3차원 공간 안에서 연주자와 관객은 실시간으로 만납니다.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서 출발해 하나의 세계에서 마주한 관객과 예술가 사이에 축적되는 공동의 경험은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할 것 같았던 현장성과 공동체성을 새롭게 확장시킵니다. ‘소리를 보고, 이미지를 듣고, 함께 공존하는’ 오페라를 제작하여 관객에게 자기 결정권 및 창작과 표현의 일부 권한을 부여해 메타버스 속성을 활용한 예술 표현을 통해 존재의 가치에 대한 주제 및 성찰 의식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하고자 했습니다.

메타버스 오페라 <퓨처데이즈> (제공=퓨처데이즈)

 

6. 메타버스 오페라 <퓨처데이즈>에는 어떤 기술이 어떻게 활용됐나요?

작품의 핵심 키워드는 높은 자유도(Freedom), 실시간 상호작용(Interaction), 순간이동(Teleporting), 비선형 음악과 비선형 스토리 (Non-Linear Music & Storytelling), 몰입감(Immersive)입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가상현실 융합 기술들이 사용되었는데, 패스스루 VR 기술을 비롯하여 현실의 관객의 손과 몸이 가상과 혼합된 초실감 몰입감을 선사하는 오큘루전 매시와 IK 연동기술, 관객의 이동 방향에 따라 공간화 되는 입체음향 기술 등으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7. 기술도 빠르게 변화하고, 시행착오도 많을텐데, 늘 새로운 시도를 추구하게 하는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어제와는 다른 새로운 가치와 그 경험을 존중하고, 찾아 나서는 모험은 모든 예술가의 숙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군가 선점한 음표, 화풍을 피해 각기 다른 사조의 예술이 탄생했고, 현대에 이르러 그 마저 뛰어넘은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 등장하고 또 사라지는 중입니다. 오랜 세월 예술가들의 영감과 모험에 큰 힘이 되어준 한 축은 기술이었습니다. 악기의 발명과 개량, 시대마다 이어져온 신기술은 예술가의 창작물을 감각적인 형태로 변환해 청중과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수단이었습니다. 살롱에서 시작된 이래 대규모 홀과 광장으로 퍼져나간 예술 활동들이 이제는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HMD 헤드셋을 통해, 개개인의 손안에서, 개개인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예술로 변모하며 확장되고 있습니다.
‘미래’란 아직 오지 않았음을 뜻합니다. 과거를 공부하는 열의와 오늘을 지각하는 감각, 그리고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상상력은 예술가의 덕목이자 특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예술가는 미래를 보는 눈을 가졌다고 하지요. 고전 예술의 개념을 인지하고, 오늘날에 탄생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을 예술 도구로 활용하여,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예술 세계를 구축하고 하는 열망이 늘 새로운 시도를 추구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메타버스 오페라 <퓨처데이즈> (제공=퓨처데이즈)

 

8.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전시/공연에서 음악에 요구되는 자질이 있을까요? 작곡할 때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나요?

오프라인에서 공연을 하든, 메타버스에서 공연을 하든, 독창적인 창의성이 반드시 요구되는 것 같습니다. 또 기술을 활용한 전시/공연인 만큼, 기술에 대한 이해도와 연구가 필요한 자질이라 생각됩니다. 작품에 따라 작곡 표현 방법은 다른데, 특별히 <메타버스 오페라- 퓨처데이즈>에서는 과거, 현재, 미래가 혼재된 기억을 음악으로 탐구했습니다. 관람객이 스스로 이동하며 보는 기획 의도에 따라 각 음악의 구성요소를 각각의 프레이징과 사운드 블로깅으로 나눠 무작위 변수에 따라 움직이는 퍼즐 같은 상태로 설계했습니다. 또한 공간마다 독립적인 스토리텔링 요소를 배치해 관객의 선택에 따라 독자적인 작품 전개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로써 작품 속 관객, 예술가, 오브제 간 상호작용에 따라 음악과 스토리의 모든 요소가 불규칙하게 조합되면서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서 각자의 스토리가 탄생합니다. 협화음과 불협화음이 연속으로 빚어내는 낯설고도 환상적인 음향 가운데, 오라토리오, 컨템포러리 보컬, 일렉트로닉등 다채롭고 미래지형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낸 가운데, <메타버스 오페라 - 퓨처데이즈>의 일관적인 음악 성격을 지키고자 했습니다.

 

9. 작품을 관람한 관객들의 반응 중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반응은?

‘메타버스가 음악극을 구성하는 매체로서 충분한 준비가 되었다’, ‘콘서트장의 가상화 정도로 생각했는데,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작품의 관점에서 다양한 장면과 음악, 메시지가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면서 존재에 대한 사고를 자연스레 불러일으켰다’, ‘연출가가 말하려는 메시지를 강요받는 것이 아닌, 각자의 의미를 짚어보는 민주적인 관람 방식을 체험했다.’, ‘이머시브 공연의 목표는 현장성인데, 이러한 현장성이 가상 세계에서도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 사뭇 놀랍다’ 는 긍정적인 반응들이 기억에 남았고, 무엇보다, 관람객들이 기술의 신박함이 아닌, 예술작품으로서 <메타버스 오페라-퓨처데이즈>를 관람해 준 것 같아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10. 미래의 메타버스 기술과 문화예술의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개인적인 목표와 계획도 소개해주신다면?

21세기 관객은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맵니다. 새로운 경험에 대한 즐거움과 만족감 때문이지요. 메타버스 기술을 통한 문화예술 다양한 분야에서 오프라인 공연에서 충족할 수 없는 감성을 지속적으로 건드린다면, 분명 많은 관객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목표와 계획은 XR ART <퓨처데이즈>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발표할 예정이고, 메타버스 오페라 시리즈도 시즌제로 지속적으로 발표 및 장기 공연할 예정입니다. 오프라인 전시로는 올해 9월부터 소마 미술관에서 퓨처데이즈 세 번째 전시가 개최될 예정이고, 메타버스 오페라는 이번 봄에 장기공연 오픈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오페라 후속작품도 제작을 시작했는데, ‘제너레이티브 AI’ 기술을 도입하여, 스스로 진화하는 오페라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김인현
미국 맨해튼음악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이후 다른 장르와 끊임없이 협업을 이어온 그가 이제는 디지털 기술혁명 시대를 이끌고 있는 실감 기술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한국창작음악제 사무국장, 건국대학교 겸임교수, 서울문화재단 Unfold X Sapy 총감독을 맡았으며, 첨단융합예술 그룹, 퓨처데이즈 예술감독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