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다양성 인터뷰
문화다양성 인터뷰 시리즈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을 위해 매월 특정 주제와 관련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질문하고, 그 생생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NFT 뮤직 플랫폼 '3PM'의 임지순 대표님을 만나봤습니다.
1. 안녕하세요, 대표님.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엔터테인먼트 기술 스타트업 3PM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임지순입니다.
2. 하이브라는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를 퇴사하고 새롭게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든 계기와 각오가 궁금합니다.
사실 하이브에 다니기 이전에도 여러 스타트업에 몸담고 있었습니다. 상장사 규모의 조직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작은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산업계에는 양쪽 플레이어가 조화롭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웹3 기술이 적용되며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 같은데 예측불가능한 시장이라 아무래도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작은 스타트업이 역할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던 게 창업을 결심한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그 외에도, 제가 하이브에 다닐 땐 르세라핌과 뉴진스가 없었어요. 있었으면 선택이 달라졌... 으려나 ...
3. 3PM 사명의 의미는? 어떤 특별한 의도를 담았나요?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며 음악이 공기처럼 공공재가 되었거든요. 그 변곡점이 음원 압축 기술인 MP3의 등장이었습니다. 그 전에는 매체는 달라지더라도 카세트, CD, 미니디스크 등 ‘소장’할 수 있는 피지컬 앨범 시장을 유지해 왔는데, MP3의 등장을 전후로 음악의 무한 복제 시대가 열린 거죠. 그 뒤로 약 20년간 고속 인터넷, 네트워크, 모바일 인프라, 구독 모델 등이 등장하며 ‘무한 복제가 가능하더라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스트리밍 시장이 자리잡았습니다. 스트리밍 전성기의 정점에서 NFT가 갑자기 음악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으로 등장한 것이고요. 저희는 NFT를 ‘소장의 귀환’, ‘무한 복제의 대척점’으로 봤습니다. 그래서 MP3를 뒤집어서 회사 이름을 만들었어요. 디지털 복제의 정반대에 서 있는, 디지털이지만 복제 불가능한 소장품의 상징으로서 지은 이름입니다.
4. 메타버스 시대에는 NFT기술이 왜 중요하죠? 집중하고 계신 대중음악이나 공연 분야에서는 어떤 가능성을 지니고 있나요?
NFT가 ‘메타버스의 티켓’이라는 내러티브가 초기부터 주목받아 왔습니다. 저희는 NFT가 메타버스만을 위한 티켓이 아니라 실제 이벤트의 티켓이 안 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엔데믹 이후의 공연 시장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연, 페스티벌은 호스트 입장에서도 관객 입장에서도 삶의 중요한 한 순간을 차지하는 기억이지만 그 티켓은 일회성으로 소모됩니다. NFT를 티켓에 도입함으로서 이러한 기억을 간직하고, 거기서 나아가 공연의 생생한 현장을 NFT 티켓에 업데이트해서 공연 이후에도 호스트와 관객의 소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NFT가 가지는 호환성 덕에, 멤버십이나 작품 개념으로 나온 NFT가 티켓으로 쓰일 수 있고, 티켓으로 나온 NFT가 앨범이 될 수도 있다는 유연함도 저희가 활용하고 있는 기술적 특성입니다.
ⓒ3PM
국내에서는 NFT 티켓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글로벌하게는 많은 기업과 스타트업이 NFT 티켓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일본에서 2022년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 중 하나로 소개된 ‘티켓미’ 역시 NFT 티켓을 사업화하고 있는데요, 저희 3PM과 최근에 MOU를 체결하고 양국의 이벤트를 서로의 플랫폼으로 판매하는 전략을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NFT의 호환성 덕분에 가능한 일이죠.
5. 미술과 달리 음악이나 공연 실황 등은 복제가 계속 이뤄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NFT 원본을 소유한다는 게 별반 특별한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NFT 기술이 미술계에 준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처음부터 디지털로 제작이 이루어져서 ‘진품’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디지털 아트도 소장품으로 가치를 부여받게 해 주었다는 점입니다. NFT는 ‘진품’이란 것이 물리적 세계의 물성으로만 정의되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대답 중 하나입니다. 음악은 음향, 신호처리, 압축, 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물성이 존재하지 않는 미디어가 되었고, 이것이 음악 창작자들에게 진품이 없는 예술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패널티를 부과했습니다. NFT는 이러한 음악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매개체인 셈입니다.
6. 현재 NFT앨범 구매자들은 어떤 프로세스로 음악을 듣고 있나요? 이러한 방식이 향후 지금의 스트리밍 방식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서비스마다 다르지만 3PM의 NFT 앨범은 주로 3PM 서비스 내의 NFT 컨텐츠 페이지를 통해 음악을 감상하고 있습니다. 3PM은 다양한 음악 감상 방법을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포지션에 있는 회사는 아닙니다. 오히려 3PM은 CD, LP를 듣는 경험을 Web3.0으로 옮겨오는 데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뮤지션이 의도한, 하나의 앨범 내에 기획한 셋리스트를 온전히 감상하는 경험이죠.
ⓒ3PM
다양한 음악을 저렴하게, 편리하게 감상하는 방법은 현재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맞다고 보고 있고, 이 흐름은 아마도 취향별 큐레이션을 넘어서 취향별 제작(생성 AI 기술)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NFT는 오히려 그 반대편에서 아티스트의 작품에 묵직하게 닻을 내리고 작품을 소장하는 방법을 제공합니다. 최근 피지컬 앨범 시장에서 LP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구매자들이 실제 음악 감상은 LP 플레이어보다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7. NFT앨범이나 티켓이 대중들에게 아직은 생소한 분야입니다. 이러한 진입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오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가장 큰 장벽이었던 암호화폐 결제, 그리고 블록체인 지갑의 필수 소지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 한 해 동안 많은 연구개발을 진행했고, 덕택에 현재의 3PM 서비스는 암호화폐 없이 NFT 구입이 가능하고 간편 로그인만으로 지갑이 개설되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근본적으로는 NFT가 컨텐츠 산업의 일부가 되어, 기존의 매체로 전달할 수 없는 매력적인 경험을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으며 이를 위해 다양한 뮤지션들과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8.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NFT티켓 판매, THE Rabbit Hole, NFT 멤버십 디지틴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오셨습니다. 이 과정에서 느꼈던 특별한 생각이나 인사이트를 살짝 공유해주신다면?
NFT 티켓을 운영하면서, 공연 현장의 티켓팅과 입장 프로세스가 2020년대에도 생각보다 노후되었고 디지털 전환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지류 티켓을 이용하는 불편도 그렇지만, 사실 NFT 티켓도 전자지갑 애플리케이션을 반드시 사용해서 증빙해야 한다면 사용자 경험이 썩 좋은 편이 아닙니다. 이러한 단점은 현장 경험을 통해서만 캐치할 수 있는데, 현장 경험과 IT 노하우를 동시에 갖춘 기획자가 많지 않다 보니 이 영역에서 많은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3PM은 2023년에 이를 해결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3PM
밴드 글렌체크의 멤버십인 The Rabbit Hole, 그리고 싱어송라이터 이바다님의 멤버십으로 시작한 디지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국내에 훌륭한 아티스트가 많고 K-POP 아티스트가 아니더라도 해외에 상당한 팬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Web3.0 기술이 가진 유연성이 이러한 아티스트들의 팬덤을 유지하는 데에 잘 쓰일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9. 문화예술 분야는 통념상 시장이 크지 않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다 보니 많은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 확신을 갖고 NFT 음악 비즈니스를 지속해나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시장이 크지 않다기에는 국내에서 음반 및 음원 시장만 놓고 보아도 연간 거래액 규모는 1.5조원에 달합니다. 글로벌로 보면 30조원 이상의 시장이구요, 심지어 이건 공연이나 머천다이스 사업의 숫자는 제외한 통계입니다.
신기술을 문화예술 분야에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시장이 작기 때문이 아니라 이 분야의 네트워크에 들어가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3PM의 구성원들은 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계에 몸담아왔거나 음악을 사랑해 왔기에 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것 같 습니다.
10. 앞으로의 계획이나 비전들을 간단히 들려주신다면?
2022년에는 Web3.0 음악 유통을 위한 기술적인 모든 준비를 마쳤고, 2023년부터는 본격적인 확장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많은 국내의 아티스트들과 NFT 음반 유통, 쇼케이스 개최 등을 논의하고 있고, 작년에는 시범적으로만 진행했던 해외 아티스트 거래도 좀 더 확장해서 진행하려 합니다. 3PM이 다양한 글로벌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교류할 수 있는 Web3.0 음악 산업의 허브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임지순
뮤직 NFT기업 ‘3P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