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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14회 서울영등포국제초단편영화제 문화다양성 특별전 관람 및 인터뷰

올해로 14회를 맞은 서울영등포국제초단편영화제가 지난 10월 18일부터 23일까지 CGV 영등포 및 영등포 일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초단편영화제는 그간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되었으나, 2022년에는 3년 만에 다시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한 다채로운 축제로 꾸며졌습니다. 총 263편의 다양한 초단편 영화와 여러 특별전, ‘찾아가는 영화제’와 같은 이동형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는데요. 이 가운데 이번 포스트에서는 <문화다양성 특별전>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문화다양성의 측면에서 수집된 여섯 편의 초단편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던 문화다양성 특별전 관람 및 GV 후기, 이어지는 문화다양성 인터뷰까지 지금 바로 현장을 만나보세요!

 

2022.10.20 서울영등포국제초단편영화제 <문화다양성 특별전>

문화다양성 특별전을 관람하기 위해 찾은 CGV 영등포. 영등포 타임스퀘어 내에 위치한 영화관에 도착한 뒤 본격적인 관람에 앞서 티켓을 발권하였습니다. 축제가 진행되고 있는 CGV 영등포 일대에서 제14회 서울영등포국제초단편영화제 포스터 및 이미지로 곳곳이 꾸며져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문화다양성 특별전은 총 여섯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각 작품의 시놉시스 및 간단한 후기를 함께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서울영등포국제초단편영화제 <문화다양성 특별전> 작품 시놉시스 및 간단 후기

 

1. <루체와 나 Luce & Me> 이사벨라 살베티
10살 소년과 축구 열성 팬인 아버지는 더비 경기에 늦었다. 하지만 경기를 보러 가기 전에 들릴 곳이 있는데...

(출처 : 서울영등포국제초단편영화제)

<루체와 나>는 10살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소년은 수술을 앞둔 친구를 위한 응원의 공연을 진행하고자 만화 속 여자 주인공 ‘루체’의 코스튬을 한 채 병원으로 이동합니다. 친구의 수술 직전 어려움을 딛고 공연을 성공시키는 과정은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려지지만, 한편으로는 소년이 치마를 입고 루체 흉내를 내는 것에 대한 여러 등장인물의 차별적 시선에 대하여 생각해 봄 직합니다.

 

2.  <네 얼굴을 잊는 게 두려워 I am afraid to forget your face> 사메흐 알라

(출처 : 서울영등포국제초단편영화제)

이집트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네 얼굴을 잊는 게 두려워>는 남자인 주인공 ‘아담’이 부르카(이슬람 여성들의 전통 복식 중 하나)를 쓰고 죽은 연인을 만나러 가는 슬픈 여정이 담긴 작품입니다. 러닝타임 내내 특별한 대사나 구도의 전환이 없는 채로 작품이 진행되다가 마지막 재회의 장면에서 오열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억압된 사회에서 개인이 견뎌야 하는 암울한 상황이 표현되었습니다.

 

3. <수라(修羅) SURA> 정해지

고등학생.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임신을 했다.

(출처 : 서울영등포국제초단편영화제)

시인 백석의 시 ‘수라’를 모티브로 한 영화<수라>는 고등학생의 임신과 임신 중절 수술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작품입니다. 임신한 학생의 절친한 친구의 관점에서 영화가 진행되어, 청소년이 겪어야 하는 임신 중절 과정이 어떠한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유의미한 작품이었습니다.

 

4.  <드랙킹 아장맨 Dragking, Toddling man> 오현경
한국의 드랙킹들은 누구이며, 그들은 쇼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그들의 모습과 메세지를 어린 아장맨의 인터뷰와 퍼포먼스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출처 : 서울영등포국제초단편영화제)

<드랙킹 아장맨>은 한국의 퀴어 드랙킹 퍼포머 ‘아장맨(김다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전개되는 초단편 영화 속에서 낯설었던 드랙킹, 특히나 여성 드랙킹의 존재와 의미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과 배움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5. <오드는 달걀이야 Odd is an egg> 크리스틴 울세트
오드는 자신의 머리가 무섭다. 용감하고 행복한 건과 사랑에 빠지게 되기 전까지…

(출처 : 서울영등포국제초단편영화제)

<오드는 달걀이야>는 이번 초단편영화제에서 가장 재밌게 본 작품이었습니다. 어떤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 한참을 집중해서 관람했지만, 주제보다는 표현이 더욱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머리가 달걀로 만들어진 주인공 오드가 늘 두려워하는 ‘깨어짐’으로부터 해방되는 순간이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그려집니다.

 

6. <당신의 브라운 넘버는 무엇입니까 What is your brown number> 비니 보스

인도인들은 왜 밝은 피부색을 갖고 싶어하는 것일까?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피부색과 아름다움에 대해 살펴본다.

(출처 : 서울영등포국제초단편영화제)

특별전의 마지막 작품인 <당신의 브라운 넘버는 무엇입니까>는 하얀 피부에 집착하는 인도인들의 문화를 담아낸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피부색에 대한 차별과 우월주의 문화는 정도만 다를 뿐 대부분 국가에 존재하겠지만, 그중에서도 영화를 보기 전엔 알지 못했던 인도의 밝은 피부 선호 문화에 대해 무겁지 않게 알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서울영등포국제초단편영화제 <문화다양성 특별전> 스페셜토크 (GV)

여섯 편의 초단편 상영이 끝난 뒤, 문화다양성 특별전과 관련한 스페셜 토크가 진행되었습니다. 본 행사는 모더레이터 김도훈 영화 평론가와 특별전 작품 중 하나였던 <수라>의 정해지 감독, 그리고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 NGO 활동가이자 독립영화 감독이기도 한 정소희 대표님께서 함께하였습니다.

 

 

스페셜 토크는 관객의 질문에 따른 답변 및 패널 간 토크가 진행되는 방식이었는데, 이때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더욱 활발한 관객 참여가 가능했습니다.
 
오갔던 여러 가지 이야기 중 영화 <수라>의 제작 동기가 특별히 기억에 남습니다. <수라>는 감독님께서 가까운 친구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대학 졸업 작품이라고 합니다. 감독님은 수능특강에 출제되었던 백석의 시 ‘수라’를 친구의 임신 중절 수술 이후 다시 읽으며 과거와는 다른 감정을 느끼셨다고 하는데요. 전쟁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를 거미에 빗대어 표현하는 작품에서 친구를 떠올렸고, 임신 중절 수술은 결국 타인의 시선에 의한 강요된 선택이 아닐까라는 물음으로부터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수라에서 백석 시인이 거미들을 바라보는 것 같이, 사람들이 미혼모들을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겨있는 것일까요?”라는 관객의 질문에 부정의 답변을 하신 점은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사실 감독님께서는 영화<수라>를 통해 관객들에게 안타까운 감정에 동화되기를, 이야기에 목소리를 내어주기를 부탁하는 메시지를 전하기보다는 본인이 느꼈던 감정을 서술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다고 합니다. 찬반을 논하기보다 낙태라는 주제가 대두되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었다는 정해지 감독님의 말씀에 패널 정소희 대표님 역시 사람들에게 생각의 여지를 주는 작품이 가지는 의미가 큰 것 같다는 말씀을 덧붙이셨습니다.

문화다양성 인터뷰 : 김희라 영등포문화재단 문화다양성 사업 담당자,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 정소희 대표

서울영등포국제초단편영화제 문화다양성 특별전 행사가 모두 종료된 이후, 문화다양성을 주제로 한 이번 특별전에 관하여 더욱 세밀한 이야기를 듣고자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인터뷰이로는 영등포문화재단의 김희라 님, 그리고 앞선 GV의 패널로 참여하셨던 정소희 님께서 함께해 주셨습니다.

Q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 영등포문화재단에서 문화다양성 및 관련 업무를 수행하며 영등포를 상호문화적 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김희라입니다.
(정)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AMC factory)라는 비영리 이주민 문화예술단체에 상근활동 중이며 독립영화 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정소희라고 합니다.

Q2. 올해 14 서울영등포국제초단편영화제의 <문화다양성 특별전> 중심으로그간의 초단편 영화제와 가장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 예년과 가장 달라진 부분이라면 역시 대면으로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관객들과 직접 호흡하며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다는 점을 가장 큰 차이로 생각하며 준비해온 바 있습니다.

(정) 문화다양성의 측면에서 이야기하자면 해외 작품이 국내 작품에 비해 갖는 더욱 다양한 관점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특별전의 첫 작품인 <루체와 나>를 예시로 들자면, 관객들은 이 작품을 볼 때 주인공인 소년이 ‘트랜스 젠더인가? 드랙 요소인가?’ 라는 생각에 빠지기 쉽지만, 사실 이 영화는 그가 어떠한 성소수자인가에 대해 집중해야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렇듯 외국 작품은 문화다양성을 영화로 승화시키는 과정에 있어, '소수자'라는 것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소수자인 '개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하려고 하고 이것은 우리보다 조금 더 앞서나가 있는 상태죠. 이렇게 기존에 한국에서 다뤄졌던 것보다 조금 더 깊고 확장된 다양한 국가의 영화들을 모았다는 점이 차이이자 특징인 것 같습니다.

Q3. 문화다양성 특별전의 작품을 구성할 때 특별히 우선시 되었던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정) 제가 직접적으로 작품을 선정하는 데에 관여한 것은 아니지만, ‘문화다양성’의 시선으로 보아야 할 영화들 혹은 문화다양성의 시선이 아니라면 보기 힘든 영화들, 그리하여 문화다양성 특별전이 소중한 기회가 되는 초단편 영화들을 모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개별 작품을 문화다양성이라는 하나의 섹션으로 묶은 것이 관객들에게 또 다른 시선에서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효과적으로 제공하지 않나 싶습니다.

Q4. 문화다양성 확산의 차원에서 영화라는 매개가 갖는 역할장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정)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저는 다른 분야의 예술에 비해 영화가 좀 더 1차원적으로 직설적인 메시지를 보낸다는 특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특히나 영화제가 정말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이 직설적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영상이라 해도 우리는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집중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나아가 관객이 오롯이 집중할 때에 영화의 가치 역시 달라집니다.

(김) 공감합니다. 보고 듣고 무언가를 감각할 수 있는 데에 효과적인 도구가 바로 영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개되는 이야기를 보고 있자면 ‘내가 이 상황이라면, 주인공이라면 어떨까?’와 같이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묻고 가정하게 되는데, 영화는 이 과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내가 타인이 되는 경험과 몰입감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매개가 되어줍니다. 이것이 문화다양성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 영화와 영화제가 꼭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Q5. 올해 문화다양성 특별전을 구성한 여섯 편의 초단편 작품 가운데 두 분의 원픽이 궁금합니다.

(김) 저의 원픽은 <당신의 브라운 넘버는 무엇입니까>입니다. 다른 분들도 꼭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하는 인사이트를 가진 작품이에요. 작품의 배경인 인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역시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하는, 외모지상주의가 심각한 나라 중 하나인 만큼 피부색에 대한 집착의 문화를 다루는 이 영화를 보며 깨닫는 부분이 생기리라 생각합니다.

(정) 저의 원픽은 <오드는 달걀이야>입니다. 특히 한국인의 시선에서 오드라는 아이를 표현하게 되면 분명 외부의 폭력과 시선을 많이 그려내는 이야기가 전개될 텐데, 이 영화에서는 자기 자신의 생각과 세계 안에 갇혀 있는 주인공이 더 크게 표현됩니다. 스스로 깨어 나가야 하는 자신의 콤플렉스에 대해 지극히 평범하게 다루는 방식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고 개인의 다양성에 대한 여러 메시지를 대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습니다.

Q6. 나에게 문화다양성이란?

 (정) 문화다양성은 ‘각자가 나다울 수 있는 것’이다.
<오드는 달걀이야>가 문화다양성의 범주에 포함되는 이유와도 맥락을 같이 하는 정의입니다. 현재는 이주민, 소수자 등 특정 집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문화다양성으로 여겨지곤 하지만, 이러한 우선적 불평등이 해소된 다음의 단계에서는 각 개인이 모두 자신다울 수 있는 사회를 문화다양성으로 부르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김) 문화다양성은 ‘세계 평화의 시작’이다.
사실 저에게는 수많은 문화다양성에 대한 정의가 존재합니다. 저의 일이자 삶의 일부이기도 하기 때문인데요. 요즘 그리고 오늘 영화제 이후 저의 생각을 정리해보자면 세계 평화의 시작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화다양성의 가치가 모두의 일상에 녹아 있다면 전쟁과 차별이 일어날 일이 없고, 그렇기에 저는 문화다양성이 세계 평화의 씨앗이자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다양성 특별전 관람부터 GV 그리고 인터뷰까지 저에게 이번 서울영등포국제초단편영화제는 영화를 매개로 한 문화다양성에 대해 개인적으로 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유의미한 시간이었습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의 존재를 긍정하고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문화다양성의 진정한 가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메시지의 영화 그리고 영화제의 기회가 계속해서 확장되기를 바랍니다.

 


김상아
문화예술이 가지는 긍정적 영향력을 믿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다양성의 메시지로 용기를 전하는 기획자를 꿈꾸며 나아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