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의미의 가족이란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을 의미한다. 제도와 혈연으로 맺어진 이 좁은 의미의 가족을 넘어, 삶을 함께할 수 있는 존재를 모두 가족으로 칭한다면 넓은 의미에서의 ‘사회적 가족’이 지니는 의미 역시 다양할 것이다. 그렇다면 Z세대는 현재 어떤 존재를 자신의 새로운 의미의 가족으로 인식하고 있을까?
MZ의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MZ’s pick!
MZ세대가 생각하는 가족과 그 의미에 대한 견해를 지금 만나보자
*'문화다양성 가보자고'는 문화다양성 서포터즈 '늘다양 2기'가 직접 기획하고 구성한 콘텐츠입니다.
1. 연인과 사회적 가족이 될 수 있을까? / 작성자 장용준
학창시절까지만 해도 내 주변 친구들은 기혼주의가 더
많았는데, 요즘은 학교, 직장, 개인적인 가정사 등으로 인해서 1인가구가 점점 증가하다 못해 비혼주의, 독신주의가 늘고 있다. 이런 가장 큰 이유는 사회진출시
일단 자신의 일, 커리어가 결혼과 육아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결혼과 육아 등 가정을 이루는 것 때문에 자신의 커리어가 끊기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연애는 하지만 연인과 혼인은 어렵고, 결혼할 나이가 지나도 연인과 동거하는 사회적 가족을 이루지만 혼인은 하지 않는 주변 형, 누나들도 종종 있다. 그들에게 연인은 혈연으로 이어진 통상적인 가족은 아니지만, 사회적 가족으로 볼 수 있냐고 물어봤을 때, '지금 당장은 혼인 생각은 없지만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족일 시기가 필요한 것 같다' 또는 '서로가 비혼주의이기 때문에 충분히 사회 가족일 수 있다.' 등등 다양한 답변들을 받았다.
내가 만약 여자친구와 동거만을 하고 혼인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을 해봤다. 사실 나는 혼인이라는 사회적 약속에서 만들어지는 부부라는 사회적인 가족에서 더욱 안정감을 얻는 사람이다. 그런데 혼인이 이뤄지지 않고 언제 헤어지고, 미래가 어떻게 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이뤄진 동거라는 사회적 관계에서는 장기적으로 행복하지 못할 것 같다. 결론적으로 나는 연인과는 단기적으로는 사회적 가족이 될 수도 있지만, 부부에 비해 서로의 관계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성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2. 서로가 선택한 사회적 가족, 친구 / 작성자 김상아
때로는 함께 사는 가족보다 더 가족같이 느껴지는 친구들이 있다. 나의 필요나 불만에 대해 부담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그런 과정에서 가감 없이 온전한 나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슷한 경험과 감정적 공유를 통해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내가 생각하는 가족의 순기능인 ‘정서적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대가족 사이에서 성장해온 나는 아무리 피가 섞인 가족이라 해도 수많은 이해관계와 갈등이 필연적이라는 사실에 묘한 괴리감을 느꼈던 적이 있다. 반면 나의 오랜 그리고 절친한 친구는 그러한 가족 내의 불화와 내가 겪는 여러 어려움에 대해 그 누구보다 편히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이 되어주었다. 또한 서로의 다름을 이유로 멀어지지 않았으며 특별한 위로 없이도 각자의 삶을 버텨낼 수 있는 든든한 편이 되어주었다.
친구가 아무리 편안하고 든든한 존재라 해도 부모님처럼 물질적으로 나를 지원해 주고 서로의 삶을 법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선택한 관계라는 점에서 사회적 가족이자 삶의 동반자로서 오래도록 인연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듯 느슨하게 연결되어 더 단단한 친구와의 관계는 이미 내게 가족만큼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3. 평생 함께하고 싶은 소중한 존재, 반려동물 / 작성자 나유민
자취를 시작하면서 본가에 있는 가족들뿐만 아니라 키우던 반려동물과 헤어지는 것은 너무나 힘들었다. 항상 내 옆에 있어 주던 존재와 떨어진다는 것이 처음에는 너무 외롭게 느껴졌다. 한동안은 자취를 하면서도 주말마다 본가에 내려갔지만 학기를 보내면서 점차 내 생활에 집중하게 되며 본가에 가는 일이 한 달에 한 번쯤으로 뜸해졌다. 그럴 때마다 메신저로 가족들한테 강아지 사진을 보내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갤러리에 있는 강아지 사진과 영상들로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한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나를 지긋이 올려다보는 눈빛과 따듯하게 전해져오는 체온을 느끼면 우리가 같은 마음을 나누고 있다는 것을 안다. 단순히 같이 사는 반려동물이 아닌 나를 이해해 주고 어떤 모습이든, 어떤 상황이든 나를 믿어주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가끔 강아지들한테 ‘나중에 언니가 돈 많이 벌어서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다 해줄게.’라고 말할 때가 있다. 그때는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지만 지금은 정말 그런 마음이다.
나는 삶의 이유가 되고 삶의 원동력이 되는 우리 집 강아지들과 영원히 함께하는 미래를 꿈꾸고 싶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 걸 알기 때문에 하루하루 함께 사는 것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걸까. 우리는 함께라면 어디서나 행복할 거야!
4.나에게 사회적 가족은 고양이(반려묘)이다 / 작성자 손정민
나는 20년이 넘게 부모님과 한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고양이와 함께한 지도 거의 10년이 되었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 중 다수는 동물들을 자신의 가족으로 여긴다고 한다. 나도 우리 집 고양이가 가족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소중하다. 집을 비우고 며칠 여행을 가도 그리울 정도로 말이다. 사실 이 친구한테 삐졌던 적도 많다. 이름을 불러도 들은 체 만 체 하는 경우도 많고 귀여워서 만지작거리면 상처를 남기고 도망가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내 감정을 빨리 읽는 이 친구가 있기에 나는 많이 활기차졌고 큰 행복을 경험했다. 미우나 고우나 가족인 것처럼 이 친구도 그런 걸 보면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를 다니며 집을 떠나서 일 년 동안 다른 곳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그 시간 동안 부모님과 고양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매우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젠가는 독립을 해야 할 날이 찾아올 것이다. 혼자 살게 된다면 경우에 따라 동물을 키우는 데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는 오래 혼자 있지 않으면 자신만의 시간도 필요로 하는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친구들과 함께 살아간다면 진실한 마음을 주고받고 가족처럼 따뜻하게 살 수 있다고 느낀다.
이번 MZ‘s pick을 통해 우리는 새롭게 가족으로 인식하고 있는 대상과 생각이 각자의 삶마다 다르다는 점을 파악하였다. 그러나 가족의 범주에 드는 대상들은 모두 마음을 나눌 수 있고 안정감을 주는 존재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이제 가족은 관례적 의미 그 이상을 포함하는 단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다양한 의미의 가족과 그 가치를 존중할 수 있도록 생활동반자법과 같은 법적 차원에서의 실행이 함께 이루어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