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3대 욕구인 식욕. 과거의 식문화는 생존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면, 2022년 현재는 음식을 통해 다양한 가치들을 만들고 재창조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음식을 그저 소비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공유하고, 더 나아가 친환경에도 한 발짝 더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트렌드에 MZ 세대는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문화다양성 일상을 MZ의 시선으로 바라본 MZ’s pick!
이번에는 식문화와 가치소비 사례들을 만나보자.
*'문화다양성 가보자고'는 문화다양성 서포터즈 '늘다양 2기'가 직접 기획하고 구성한 콘텐츠입니다.
1. ‘버려질 것’의 공식을 깬 못난이 농산물 판매 서비스 / 추천인 김상아
이미지 출처=어글리어스 공식 홈페이지
유엔식량농업기구 통계에 의하면 외적인 기준에 미달해 버려지는 농산물은 연간 13억 톤으로, 이는 전세계 농산물의 무려 1/3에 달하는 양이다. 흠이 나거나 크기와 중량이 판매에 용이하지 않은 탓에 버려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온 이른바 못난이 농산물. 그러나 이제는 환경을 생각하는 음식 문화의 흐름에 발맞춰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먹거리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 예시인 못난이 농산물 판매 서비스는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B급 상품으로 이름 붙이고 가격을 낮춰 판매했던 방식에서 더 나아가 지속적인 납품을 추구한다. 재해 등 특수한 상황에만 이벤트성으로 헐값에 처분하는 개념이 아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못난이 농산물을 농가로부터 적정 가격에 전달받고 판매하는 지속 가능한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또한 친환경 농법으로 모양보다 품질을 우선시하는 농가와의 상생을 통해, 과도한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은 건강한 농산물의 생산에 보탬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버려질 농산물의 외관이 아닌 품질과 환경 문제에 집중했던 서비스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와 생산자, 나아가 농업 생태계 전반에까지 이로운 영향과 변화를 제시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굳이 버리지 않아도 될 먹거리를 찾아내고 이를 전 지구적 차원에서 슬기롭게 소비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의 확산이 필요한 시점이다.
2. 남거나 버려질 식료품을 내가 필요한 것으로! / 추천인 나유민
20살을 맞아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나는 ‘자취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1인 가구로 홀로 서게 되었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 직접 식사를 만들어 먹지만 1인 가구에게 식자재 구매는 쉬운 일이 아니다. 대파 한 대가 필요해 한 단을 사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러다 우연히 학교 커뮤니티에서 '감자가 많이 남아 사과와 교환하고 싶다'는 글을 보게 되었고 나도 교환을 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는 냉장고 안에 숨어있던 야채와 비누를 교환했다. 버려지는 음식물도 없었고 필요한 물품을 얻기 위해 비용을 지불 할 필요도 없었다. 두 번째로는 단순한 교환을 넘어 혼자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식자재를 같이 구매해 소분했다. 버려지는 음식과 돈 낭비 없이 적절한 양에 적당한 가격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는 생각에 온종일 뿌듯했다. 이렇게 '푸드 쉐어링'을 통해 버려지는 음식물을 줄이고 돈도 아낄 수 있음을 몸소 경험했다. 이제 냉장고 한편을 차지했던 필요 없는 식재료들과는 안녕이다!
3. 축제에서도 볼 수 있는 다회용기 / 추천인 손정민
(이미지 출처=트래쉬버스터즈)
3년 만에 즐겼던 페스티벌에서 다회용기를 만났다. 불티나게 팔리는 음식들을 모두 일회용기에 담는다면 분명 환경에 악영향을 줄 텐데, 이곳에서 핫도그를 시켰을 때는 다회용기에 음식이 담겨 나와서 환경에 대한 죄책감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주황색으로 예쁘게 만들어진 그릇이라 더 기분 좋게 먹었던 것 같다. 또 다회용기 식기 반납소가 설치되어 있어서 음식을 다 먹고 나면 용기만 가져다주면 되니 굉장히 편리했다.
축제를 다녀온 후 알아보니 이 서비스는 한 업체에서 제공하는 거였고 흥미로움에 그 회사를 자세히 알아보았다. 이 업체는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를 진행하는 곳으로, 일회용품 쓰레기 퇴치를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축제나 행사 말고도 배달이나 카페 내에서 다회용 컵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는데 앞으로도 많은 곳에서 이러한 다회용기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4. 그냥 마시지 말고 일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하세요!
테이크아웃 다회용 컵 대체 서비스 / 추천인 장용준
(이미지 출처=스타벅스)
한 프렌차이즈 카페는 제주도 지점에서만 특별 메뉴를 판매한다. 나는 그 메뉴를 맛보기 위해 제주도 애월점을 방문했는데, 처음으로 일명 다회용 컵이라고 불리는 ‘리유저블 컵’을 접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카페에서 흔히들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종이 캐리어, 홀더 등을 보면서 항상 저 일회용품들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고 생각했는데, 제주의 이 카페에서는 고객들이 음료를 테이크 아웃 할 때, 개인 텀블러가 없다면 일정 보증금을 지불하고 다회용 컵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이 다회용 컵은 공항에서 반납하는 방식을 차용하면서, 관광객들이 일회용품을 함부로 쓰고 버리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강조해왔다. 그리고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경우 리워드를 더 많이 주면서 고객들에게 친환경적인 방법을 유도하고 있다. 요즘 유독 관광객이 늘어난 제주도에는 함부로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도 지나치게 늘어나고 있다. 난 이 프랜차이즈 카페의 친환경적인 활동과 발걸음을 시작으로, 다른 브랜드들 또한 환경을 보호하는데 앞장서는 거대한 반향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자그만 바람이 생겼다.
푸드 쉐어링, 다회용 컵/제품 사용, 푸드 업사이클링 등의 사례처럼 식재료나 음식 관련 제품들을 절약하고 공유하는 식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대체로 가구의 소규모화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해당 트렌드가 자리 잡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음식을 포장하는 플라스틱, 비닐, 종이 등 지속적인 일회용품 사용 증가로 인해 극심해지는 환경오염, 가속화되는 지구온난화를 늦추고자 식문화 분야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을 축소하는 동향들이 등장했다. 더불어 친환경 제품들을 사용했을 때 더 높은 리워드를 제공하거나 여러 이점 등을 제시하면서 소비자들이 환경을 보호하는 식문화와 가치소비를 추구할 근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이제 친환경이란 단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다가왔다. 음식을 소비하거나 만드는 일상 속에서도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적인 면모를 보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