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게시물은 다양한 가치 추구의 관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체 음식’을 주제로 작성한 외부 전문가의 문화다양성 칼럼입니다.
요즘 대체(代替)라는 말이 핫하다. 특히 식품시장에서는 대체 식품, 대체 음식이 대세다. 대체 식품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식품을 대신하는 식품, 즉 어떤 식품을 구할 수 없거나 먹을 수 없는 경우, 성분이 유사하거나 영양률이 비슷하여 대체하는 식품을 이른다.”라고 내려져 있다. ‘대체 음식’이라고 하면 아직 익숙한 단어는 아니지만, 사실 이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인류가 음식을 먹기 시작한 원시시대부터 늘 함께해 왔다.
인간이 수렵으로 생명을 유지하던 때에는 제철 농산물과 수산물, 날짐승 등을 잡아먹었다. 그러나 계절이 바뀌며 제철 음식과 날짐승을 구할 수 없거나 열악한 날씨 등으로 농산물이나 과일의 공급량이 줄어들면 다른 대체 음식을 찾아야만 했을 것이다. 요즘은 이렇게 자연스러운 대체 음식의 발생 이외에도, 고의로 대체 원재료를 속여 넣거나, 공급 부족으로 인해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비교적 싼 원재료로 대체하는 경우가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최근에는 동물성 고기를 식물이나 미생물, 곤충 등으로 대체하는 ‘대체육(肉)’과 우유를 대체하는 ‘식물성 대체유(乳)’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면역력이 중요시되면서 단백질이 때를 만나 더욱 그렇다. 또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며 3D 프린팅을 활용하거나 다양한 소재들로 육류를 대체하는 대체 단백질의 빅 마켓도 열리게 됐다. 이 대체육, 대체유에는 단순히 기존 먹거리 대체에 그치는 산업적 측면만 있는 게 아니다. 전염성 질병의 주원인인 육류에 대한 거부감 해소, 고기 자체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 감소, 환경보존, 동물복지, 지속 가능한 개발 등 많은 장점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고, 이게 곧 대체 식품의 성공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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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최근 전 세계 식품업계 대부분의 신제품 개발 타겟이 비거니즘, 대체육 등 신(新) 식품의 혁명에 맞춰져 있다고 한다. 특히 ESG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환경을 손상시키며 얻어왔던 가축 단백질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축산(畜産)업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지구 전체 배출량의 14%에 육박하며, 단백질을 얻는 데에는 식물에 비해 물이 4~25배 더 필요하고 화석연료도 6~20배 더 들기 때문이다.
대체식품으로 자주 언급되는 대체육의 경우에는 2013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배양육 햄버거 형태로 선보였다. 이후 2020년 11월 가축의 근육(筋肉)세포를 배양해 만든 배양육(培養肉)이 세계 최초로 싱가포르 정부의 식용 승인을 받았고 美 잇 저스트도 2017년부터 배양육 치킨 개발에 나서고 있다. 요즘 대체 식품 시장을 살펴보면, 대체육 이외에 우유를 대체하는 식물성 대체유(milk)도 고성장을 보이는데, 반대로 소가 만든 우유(cow milk)의 소비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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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아직 규제(規制)에 갇혀 배양육 제품이 시장에 나오는 것을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대체육의 시장 진입을 원론적으로는 허용하겠지만, 단기에는 현재의 법체계로도 만들어 팔 수 있는 두부와 같이 식물성이나 이미 허용된 곤충만을 활용하게 하는 등 소극적으로 임할 것이다. 따라서 유전자를 다루는 생명공학 기술로 만들어졌거나 실험실에서 식품첨가물로 사용할 수 없는 혈청 등의 성분이 들어간 배지로 키운 배양육은 시장으로 쉽게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시장은 아무도 막을 수 없는 대체 식품, 대체 음식의 거센 바람에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안전성 평가를 완화해 신기술 개발을 장려하면서 소비자들이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전향적인 규제의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다. 즉, 무엇으로 만들어진 대체육 인지를 표시(label)해 소비자가 꼭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상도
식품의 안전성, 규제를 탐구하는 교육자이자 과학자. 현재는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에 있으며, (사)한국식품안전연구원 원장, (사)소비자시민모임 부회장, (사)한국식품안전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또한 <문화일보>에 ‘하상도교수의 식품오디세이’, 전문지 <식품음료신문>에 ‘하상도의 식품바로보기’를 연재하는 등 활발한 언론 활동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