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표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시니어들과 함께 패션 콘텐츠 만들고 있는 더뉴그레이 대표 권정현입니다.
2. THE NEW GREY(더뉴그레이)라는 시니어패션 콘텐츠 에이전시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시니어 관련 사업을 하고 계시는데요. 사업내용을 소개해주신다면요?
크게 CCC(Consulting, Contents, Commerce)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컨설팅(Consulting) : 직접 메이크오버 시켜드리는 서비스로 시작하여, 시니어 분들에게 패션을 가르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드리는 시니어 인플루언서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컨설팅으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더뉴그레이가 미디어에서 주목받게 되었고, 힙한 시니어들이 모인 에이전시로까지 사업이 확장됐습니다.
컨텐츠(Contents) : 지금까지 없던 힙하고 트렌디한 시니어 콘텐츠, 미디어력, 에이전시의 힘을 바탕으로 패션을 넘어 금융, 자동차, 가구,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기업, 국가기관 등과 함께 메이크오버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멋진 시니어를 위한 용품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커머스(Commerce) : 안경, 구두, 옷을 시작으로 기존에 광고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곳들과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중입니다.
3. 더뉴그레이(THE NEW GREY)에서 관리하는 시니어 크리에이터 ‘아저씨즈’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틱톡, 릴스에서도 엄청난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요. 아저씨즈를 결성하게 된 계기 특히 숏폼영상 콘텐츠를 올리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시니어 크리에이터 그룹 ‘아저씨즈’ (출처 = 더뉴그레이)
시니어들을 직접 만나서 메이크오버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더뉴그레이가 바라는 멋지고 당차게 본인의 삶을 살아가는 시니어가 많아지는 세상이 오려면 한분 한분 직접 만나 뵙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시니어가 따라하고 싶은 롤모델,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가 있어야 했고, ‘아저씨즈’라는 크리에이터 그룹을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시니어분들을 독립적인 인플루언서로 키우는 것을 장기 목표로, 우선은 젊은 세대의 아이디어를 더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숏폼을 올렸던 이유는 솔직히 물리적 자원의 한계 때문이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인기업이었던 더뉴그레이가 10분짜리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빠르게 시도해볼 수 있는 틱톡을 시작했고, 이제는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숏츠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1분 미만의 콘텐츠를 중심으로 활동하려고 합니다.
4. 아저씨즈와 대표님은 완전히 다른 세대이시잖아요? 활동하시면서 세대 차이를 느끼신 적은 없으신가요?
권정현 대표와 시니어 크리에이터 그룹 ‘아저씨즈’ 멤버 (출처 = 무신사 스튜디오)
아저씨즈 멤버들 정도면 젊은 친구들과 대화하는 게 일반 시니어층보다는 훨씬 나은 수준일 텐데도 늘 투닥투닥거리며 갈등합니다.
저희가 가족관계였다면 더 심한 갈등이 생겼을 수도 있지만, 저희는 같이 ‘일’을 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 그 일이 사회적인 가치를 좇고 있는 것이지만 결국 ‘일’을 하는 관계죠. - 일반적인 세대갈등이라기 보다는 서른살이나 어린, 아들뻘 되는 리더와 평균 나이 63세의 아이돌 그룹을 매니지먼트하면서 생기는 갈등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공통의 아젠다를 가지고 있습니다. “the new grey” 입니다. 지금의 시니어가 좀 더
젊게, 멋지게, 주체적으로 살아가게 하고, 또 그 시니어를 바라보며 젊은 세대가 우리도 저렇게 나이가 들어야지 하며 보고 배울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는 겁니다.
그 아젠다를 함께 설정한 뒤로는 큰 갈등이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가 조금 어려워하긴 해요^^ 여전히 저보다 나이가 한참 많으신 인생 선배이시니까요.
5.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시니어 프로필 촬영, 시니어 모델을 발굴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신데요. 실제 시니어분들이 관심이 갖는지, 어떤 분들이, 어떤 계기로 참여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더뉴그레이의 시니어 프로필 촬영 서비스 (출처 = 더뉴그레이)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둔 시니어분들이 굉장한 우울감을 가지신다고 합니다. 시니어 프로필 촬영은 그런 차원에서 자녀들이 효도 선물용으로 메이크오버를 신청하게 해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니어 모델 쪽은 시니어 3대 취미시장(등산, 골프, 시니어모델) 중 하나라고 생각될 정도로 이미 대한민국에선 상당히 유행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따로 발굴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다만 이를 악용하는 시니어 모델 아카데미, 시니어 모델 패션쇼, 오디션 등을 정화시켜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대 위에 누군가가 세워주는 시니어 모델보다는 본인의 콘텐츠로 본인이 무대를 설정할 수 있는 시니어 인플루언서가 되어보자고 설득하고 있습니다.
6. 사업을 시작했던 때와 지금,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또한 시니어 사업을 하시면서 힘들 때, 뿌듯했던 때는 언제인가요?
시니어 사업은 ‘체면’이라는 게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내가 뭘 이런 걸 해.”, “왜 이런 걸 굳이 해.”, “나이 먹고 무슨 짓이야 저게.” 등등 해보시지도 않고 보통 거부부터 하시죠. 그래도 3년 가까이 700명이 넘는 시니어분들을 만나 메이크오버하고, 아저씨즈와 콘텐츠 활동을 꾸준히 해왔더니 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자제분들이 부모님을 설득하기 쉬워졌죠. 저희 사례를 보여주면서 “이거 다들 하는 거야 아빠, 엄마도 한번 해 봐.” 라고 말하면 되거든요. 원래는 대부분 화내면서 거부하셨는데, 이제는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저는 시니어들에게 젊어지자고, 그대로 멋지게 나이드시는 것도 좋지만 우리 젊은 생각을 가져보자고 주장하는 편입니다. 당신들의 지혜와 삶을 존중하지만, 거기에 머물러있지 말고 좀 더 개방적인 생각으로 눈치보지 말고 행동해보자구요.
이게 어려워요. 아저씨즈 분들에게도 늘 주창하는 것인데요. 제 생각만큼 빠르게 변하지 않아서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주저하실 때도 많습니다. 그분들에게 용기를 주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럴 때는 기다려드리고 또 함께 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아저씨즈는 혼자 인스타를 하고 성수동 멋진 카페도 가고 릴스를 만드는 분들이 됐지요. 많은 분들이 이런 삶을 살아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 꿈이에요.
7. 앞으로 시니어들과 하고 싶은 더뉴그레이의 계획도 알려주세요.
더뉴그레이는 시니어 분들에게 생산자가 경제의 주체, 사회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거에요. 그러기 위해서 시니어분들에게 용기를 주는 콘텐츠를 만들고, 멋지게 살아가는 시니어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그 콘텐츠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할거에요.
그 콘텐츠를 통해 시니어들이 외화도 벌고, 공공근로와 단순 노무직 외에도 나이에 관계없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릴 겁니다.
간단히 말하면 시니어들과 지금처럼, 아니 더 열심히 콘텐츠 만들고 글로벌로 갈 겁니다.
8. 대표님께서는 IT기업에 입사하고나서 퇴사라는 결단을 내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을 하면서 실패와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감한 행동들이 시니어 사업을 시작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사업가로서 시니어 사업에 대한 전망을 어떻게 보고 생각하시나요? 시니어 사업을 위해 필요한 태도가 있을까요?
시니어 관련된 산업은 앞으로 팽창하겠죠. 다만 기존의 케어 영역(건강,요양원 등)의 비즈니스보다는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변화들이 많이 나타날 것 같습니다. MZ세대가 트렌디하고 멋지긴 하지만 실질적인 인구 자체가 너무 적거든요. 그래서 기존의 젊은 세대를 타겟으로 했던 사업들이 역으로 시니어를 타겟으로 하려는 노력이 늘어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사실 딱히 시니어 사업이라고 구분 짓는 게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시니어 사업은 보통 효도선물로 시작해서 성공사례를 보고 시도해보고, 그 후에 자발적인 소비가 일어나는 흐름을 가집니다. 이런 흐름을 형성하는 기간이 생각보다 엄청 길어요. 몇 년이 걸릴지도 몰라요. 그래서 시니어 사업은 인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뉴그레이는 시니어를 소비자로 보는 관점보다는 생산자가 되라고 하는 희한하고 매우 어려운 사업을 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몇백억 가치를 지닌 다른 시니어 관련된 플랫폼보다 성장이 더디지요. 하지만, 저는 시니어분들이 돈을 쓰기만 하는 게 아니라 벌기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세상이 많이 바뀔 것 같아요.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9. 마지막으로 대표님과 함께 활동하시는 아저씨즈들 멤버들에게, 시니어분들께, 콘텐츠 구독자분들께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더 다양해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다양한 이들이 멋지게 살아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 길이 우리의 삶을 더 멋지게, 행복하게 만든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