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작가님,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90년생이 온다> 저자 임홍택입니다.
ⓒ웨일북
2. 실제 경험과 관찰을 통해 ‘90년생이 온다’를 쓰셨다고 들었습니다. 회사생활과 병행하며 책을 세상에 내놓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어떤 마음가짐으로 책을 완성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한 마음을 가지고 책을 썼기 보다는, 그저 그 당시 저의 경험과 생각을 누군가에게 공유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회사에서 매일 퇴근한 후에 집 부근에 있는 커피숍에서 작업을 이어나갔을 뿐이죠 : ) 그런데 가끔 집에서 아이를 보면서 글을 쓰는 것보다 퇴근을 하고 글을 쓰는 게 더 시간이 여유가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3. ‘82년생 김지영’처럼 ‘90년생이 온다’도 세대가 들어가는 제목으로 정말 큰 반응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윗 세대들에게는 이해의 계기를, 90년생들에게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는 의미에서 위로가 되었다는 평도 있었는데요. 작가님께서 <90년생이 온다> 출간 이후 보았던, 개인적으로 특별히 기억에 남는 리뷰는 무엇인가요?
온라인 상에 있는 대부분의 리뷰를 보고 있지만, 기억에 남는 것들로는 ‘임홍철’, ‘임홍털’, ‘임홍책’, ‘임형택’, ‘김홍택’, ‘임홍’ 등으로 저자 이름 오타를 낸 리뷰가 있겠네요. 듣보라서 기분이 나쁘기 보다는,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 이름 보다는 제 콘텐츠 자체가 주목이 받고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4. 밀레니얼 세대, Z세대와 같은 표현보다 90년대생, 2000년대생 등 10년 간격으로 세대를 구분하셨는데, 그렇게 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반골기질이 있어서 예전부터 미국에서 쓰는 세대 구분법을 우리 세대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에 대한 이상하다고 했었고, 별다른 비판 없이 그대로 집단사고와 같은 방식으로 활용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보다 10년 단위로 측정을 하는 것이 명확하게 구분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죠. 386세대라는 60년대생 기준이 이미 과거에 존재했기도 했고, 중국에 있는 10년 단위 ‘~허우’ 구분도 있었기 때문이죠.
ⓒ클립아트코리아
5. <90년생이 온다>는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함과 동시에 많은 분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는데 그 힘은 어디에서 왔다고 생각하세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저는 80년대생인 저를 기준으로 해서 저보다 10년 어렸던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의 생각과 행동이 그냥 궁금했기 때문이죠. 많은 공감을 받았다는 것은 출간이 됐을 시기가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2014년에 쓴 책이 그때 출간을 못하고 4년 후인 2018년에 출간된 것이 전화위복 같은 것이었죠. 단지, 최초의 접근 자체가 기존의 ‘밀레니얼 세대’ 혹은 ‘요즘 것들’이 아니라 ‘90년대 출생 세대’로 최초로 잡았던 것에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6. 멘토와 꼰대는 한끗 차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 작가님이 90년생 직원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또 좋은 상사로 기억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이 있다면?
딱히, 90년대생 친구분을 찍어서 좋은 선배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단지, 회사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가능하면 모두와 원만하게 지내면서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했을 뿐이죠. 젊은 직원들 혹은 직원이 아니어도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90년대생 친구들과는 그저 내가 지금 경험하지 못하는 대학생 혹은 젊은 친구들의 삶이 궁금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배우려고 했던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죠. 제가 잘 모르고 궁금한 부분을 알고 싶어했기 때문에 딱히 조언이나 충고를 할 상황은 안되었다고 생각합니다.
MZ세대의 특성을 다룬 신조어 ⓒ클립아트코리아
7.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세대 차이를 극복하는 실마리’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일상에서 세대 차이를 느낄 때, 그것을 ‘꼰대스러움’이 아니라 ‘다름’으로 받아들이려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책에서 썼듯이 ‘세대’ 차이가 아니라 살아온 ‘시대’ 차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야지 기성세대가 서운하지 않거든요. 특정 개인을 봐주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살아온 시대의 환경을 인지한다면 쓸데없는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인의 문제를 세대의 문제로 치환하는 손 쉬운 길을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젊은 세대나 기성세대의 문제가 아닌 ‘그 사람’의 문제인 경우도 많거든요.
8. 작가님의 프로필에서 작가는 부캐고, 본캐는 전국빨간차연합회(전빨련) 회장이라고 쓰셨던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특별히 단체의 네이밍을 이렇게 정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또 전빨련은 어떤 활동을 하는 단체인지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요?
전빨련은 이름 그대로 ‘전국에 있는 빨간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명칭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정경련의 네이밍 방식을 따랐을 뿐이구요. 힙하지 않은(?) 이런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것은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는 심리’ 때문이죠. 저는 그러한 심리가 정상이라고만은 생각하지 않거든요. ‘경’이 ‘빨’이 되었다고 편견이 가득한 세상이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전빨련은 ‘자동차 동호회’지만 특정 자동차를 가진 사람들의 동호회라기보다는 차종과는 관계없는 색상과 관계있는 동호회입니다. 빨간차를 가지거나 좋아하시는 전국의 모든 분을 모실 생각이구요. 무채색이 아니라서 편견을 받고 있는 많은 유색 차량 소유자 분들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전국빨간차연합회 카페)
9. 유독 빨간 차에 집착하시는 이유를 소개해주신다면?
빨간차를 집착하는 이유는 보통 우리 사회에서 빨간차를 타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나라 도로의 절반이 빨간차였으면 빨간차를 타지 않았을 겁니다^^ 어느 색상의 차를 타는 것은 자유인데, 이상하게도 우리 사회에는 빨간색 자동차를 소유하면 ‘튄다’라고 생각하는 관점이 강하거든요.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자유이지만 튄다는 의미로 다른 이들의 선택마저 삐딱하게 보는 시선이 불만입니다. 자유민주주의공화국에서 빨간차를 타든, 노란차를 타든 자유인데 유달리 한 마디 결들이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 시선이 사라지기 전까지 빨간차를 탈 겁니다. 물론 자신이 좌파여서 빨간차를 탄다는 작가님의 인터뷰도 봤습니다만, 저희는 특정 정치 단체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그런 생각조차도 약간 1차원적인 사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구요.
(이미지 출처=전국빨간차연합회 카페)
10. 관심 자원을 활용하는 법을 다룬 작가님의 신간 <관종의 조건>. 특별히 제목에 ‘관종’이라는 단어를 고집하셨다고 들었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냥 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느낌이 강한 단어를 그대로 제목으로 쓰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냥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하는 제목이 <관종의 조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웨일북
11. 어느 인터뷰에서 ‘지금은 육아를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하시기도 했는데요. 많은 분들이 퇴사를 꿈꾸는 요즘 시대, 작가님께 과연 ‘회사’는 어떤 의미인가요?
회사가 ‘특정 목적(보통은 영리)을 달성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로 정의된다고 봤을 때, 회사는 단지 공통 목적을 위해서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회사가 개인이 혼자가 하기 어려운 일을 ‘필요’로 인하여 사람이 모여서 하는 조직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혼자하기 어려운 일을 하기 위해서는 회사를 만들거나 특정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것이죠.
그러한 의미에서 ‘회사 다니기 싫어’라는 문장에서 ‘회사’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회사 자체보다는 ‘그 회사 조직’ 혹은 ‘그 회사 안의 인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임홍택
작가. 빨간색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전국빨간차연합회(전빨련)’를 결성해 회장직을 맡고 있다. 동국대학교에서 영문학과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KAIST 경영대학에서 정보경영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12년간 CJ그룹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외교부 혁신이행 외부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포스퀘어 스토리》(2011), 《90년생이 온다》(2018),《관종의 조건(2020)》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