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생각하는 패션 브랜드 이야기(낫아워스 대표 박진영, 신하나) 첨부이미지 : 2낫아워스.jpg

문화다양성 인터뷰
 
문화다양성 인터뷰 시리즈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을 위해 매월 특정 주제와 관련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질문하고, 그 생생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고민을 담은 패션 브랜드 ‘낫아워스’의 두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1. 안녕하세요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진영
안녕하세요. 낫아워스의 공동대표 박진영입니다. 낫아워스에서 디자인을 맡고 있습니다.
신하나
안녕하세요. 낫아워스의 공동대표이자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을 맡고 있습니다.

(제공=낫아워스)

 

낫아워스(NOT OURS)는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된 브랜드인데요, 이름은 영문 그대로 ‘우리의 것이 아닌’이라는 뜻입니다. ‘우리의 털이 아닌 동물의 털’, ‘우리의 자원이 아닌 미래 세대의 자원’이라는 우리의 철학을 담았습니다.
 
저희는 제품을 제작할 때 동물성 소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또 유행을 타는 디자인보다는 오래 두고 보아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 자주 손이 가는 디자인이 무엇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불필요한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주문과 같은 방식을 이용하는 등 지속가능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나가며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 ‘낫아워스라는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패션 회사에서 동료로 만났고, 두 사람 모두 비건입니다. 이렇게 공통된 관심사가 있는 사람끼리 만났기 때문에 ‘낫아워스’라는 브랜드를 런칭할 수 있었어요.
 
저희는 식품 산업 다음으로 동물 착취가 심한 곳이 바로 패션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패스트 패션이 확산시킨 과도한 소비문화, 과도하게 생산하고 버려지는 의류 쓰레기 등 현 패션 산업의 현실에 큰 문제를 느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고민을 담아 브랜드를 론칭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옷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보니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도 저희의 신념이 담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3.‘낫아워스에서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패션과 비건 패션은 무엇인가요?

지속 가능한 패션이란 결국 슬로우 패션이라고 생각합니다. 패스트 패션은 나중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음 세대에 대한 고민이 없죠. 에너지나 자원은 한정적인데 생산하고 소비하는 속도는 너무 빨라요.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고 자원을 만들어내는 주기가 지금의 어마어마한 생산량과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겁니다. 결국 모든 브랜드가 제품을 덜 생산하고, 물건의 생애 주기를 늘리는 방향으로 패션 산업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건 패션에 관해서 이야기하려면 우선 비거니즘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데요. 비거니즘은 먹는 것뿐만 아니라 입는 것, 쓰는 것, 즐기는 것 등 나의 삶 전반에서 동물의 고통을 줄이고 동물을 착취하지 않으려는 삶의 태도이자 실천 철학입니다. 비건 패션은 이러한 신념을 담아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패션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패션과 비건 패션은 완전히 같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피와 가죽 산업은 심각한 토양 오염과 수질 오염의 문제도 있지만, 살아 있는 존재들을 착취하고 학대하는 윤리의 문제도 발생합니다.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는 큰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 이러한 문제들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연결된 하나의 문제인 거죠. 그래서 지속 가능함에 대해 고민하는 브랜드들은 동물성 소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또 비건 패션 브랜드들도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노력을 합니다.
 
지속 가능한 패션과 비건 패션을 지향하는 저희에게는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그리고 환경을 망치는 산업에 속한 생산자로서의 책임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재고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한편, 환경을 위해 더 나은 소재가 무엇일지, 우리에게 익숙한 동물성 소재의 가장 좋은 대안은 무엇일지, 또 불필요한 포장이나 포장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고민하며 제품을 만듭니다.

 

4. 아무래도 사용하시는 소재가 흔한 가죽이나 플라스틱이 아니다보니생소해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사용하시는 소재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우선 저희는 필요에 따라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세 플라스틱 문제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기는 하지만, 오늘날 플라스틱 소재를 아예 사용하지 않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겨울 패딩 점퍼라든지, 등산복, 텐트, 백팩 등의 많은 아웃도어 제품들, 수영복을 비롯한 각종 운동복, 기능성 작업복 등등 합성 섬유로 만들어야만 하는 옷들이 분명히 있고, 일반적인 패션 의류라고 하더라도 나일론 소재만이 줄 수 있는 기능적이거나 미적인 요소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우선 플라스틱 소재를 아예 없애는 것보다도 무분별한 플라스틱 소재 사용을 자제하고 리사이클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한다거나,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하는 식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합성 섬유도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일회용 플라스틱 등 일상에서의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선인장 가죽으로 만든 카드홀더와 만두백 ⓒ낫아워스

 

또 저희가 사용하는 선인장 가죽이나 사과 가죽을 순 식물성 소재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선인장 가죽이나 사과 가죽에는 폴리우레탄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소재의 내구성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선인장 가죽은 멕시코에서 만들어지는데요. 유기농으로 재배한 선인장의 잎을 잘라 말리고 가루로 만든 다음, 폴리우레탄 등 다른 여러 가지 성분들과 섞고 압축하여 만드는 소재입니다. 또 사과 가죽은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데, 사과주스를 만들 때 나오는 껍질이나 사과심과 같은 부산물을 말리고 빻은 후 폴리우레탄과 섞어 가죽으로 만듭니다. 이러한 대안 소재들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선인장이나 사과 섬유가 포함되어있으니 일부가 생분해되고 100% 폴리우레탄보다는 친환경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지, ‘그래봐야 폴리우레탄을 섞어서 만드는 소재’라고 이야기한다면 대안 소재의 필요성은 사라지고 맙니다.
 
그에 반해 동물 가죽은 많은 환경 문제와 윤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천연 소재라는 이유로 지속 가능한 소재라는 잘못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환경 문제가 중요한 것만큼이나 윤리 문제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대체 소재들이 더 많이 개발되고 또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 기억에 남는 고객의 리뷰나 브랜드에 대한 반응이 있다면요?

제공=낫아워스

 

신하나
얼마 전에 한 아이돌 멤버분이 일부러 저희 쇼룸까지 찾아오셔서 선인장 가죽으로 만든 카드 지갑을 구매해 간 적이 있습니다. 평소에도 비건이나 친환경 제품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더라고요. 저희 브랜드를 알고 방문해 주신 게 감사해서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6. 요즘 가치 소비 문화가 확산되면서 비건 패션에 대한 니즈도 많아진 것 같은데요대표님들도 체감되시는 게 있나요있다면 과거와 비교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2017년 겨울에 브랜드를 런칭했는데요 그때와는 많이 다른 분위기입니다. 매출로 체감되는 것은 아니지만, 오가닉 코튼이나 리사이클 나일론 등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가 늘어났다는 점도 눈에 띄는 변화이고요. 많은 브랜드가 지속가능성을 기업의 가치로 내세우고, 구체적인 목표와 실천 방법들을 고객에게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리고 브랜드 초기에는 우리가 왜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지에 대해 고객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 많은 공을 들였었는데, 이제는 굳이 저희가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이해하고 있는 고객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7.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과잉 생산에는 과잉 소비가 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은 제품을 덜 생산하고, 소비자는 제품을 덜 구입하고, 또 물건들은 온당한 가격과 그에 합당한 품질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에서 각자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으로는, 이미 가지고 있는 옷을 잘 관리하여 오래 입는 것만 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같은 소재라도 옷의 종류에 따라 세탁 방법이 모두 다르거든요. 케어 라벨을 꼭 확인해서 올바른 관리로 의류의 수명을 늘리는 게 중요합니다. 또 옷을 구입할 때 일반 소재보다는 지속 가능한 소재를 선택하기, 새 옷보다는 중고 의류를 선택하기, 수입한 옷보다는 로컬의 옷을 구입하기 등도 좋은 실천이 될 수 있습니다. 무결한 소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이렇게 더 나은 소비, 적은 소비가 중요할 것 같아요.

 

8. 브랜드 론칭과 운영 외에 두 분이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해 하고 계신 활동이 있을까요?

박진영
날씨가 너무 습하다거나 하는 등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은 세탁 건조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건조기는 의류의 변형이나 손상을 부르기 때문에 의류의 수명에 좋지 않고 많은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신하나
얼마 전에 진영 씨랑 같이 공동 집필한 책 <지구를 살리는 옷장>이 출간되었습니다. 거대한 규모의 패션 산업이 지닌 문제점과 동물성 소재 사용에 대한 고민, 그리고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해 생산자이자 소비자로서 할 수 있는 방법이 담겨있는 책입니다. 환경 관련 내용이라 표지부터 내지까지 친환경, 재활용 종이를 사용하고 콩기름 인쇄를 하는 등 출판사인 창비에서도 신경을 많이 써주셨어요. 얇고 가벼운 크기로 다행히 독자 반응도 좋은 편입니다. 그래도 더 많은 분이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

도서<지구를 살리는 옷장>,박진영,신하나(2022), 창비

 

9. 친환경 패션을 표방한 브랜드 중에서 그린워싱이라는 문제가 발생하곤 하는데요이 그린워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인 척하면서 제품을 판매하는 ‘위장 환경주의’를 ‘그린워싱’이라고 하는데요. 어떤 기업이 환경에 대해 진심인지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철학에 깊이가 있는지, 기업의 태도에 일관성이 있는지 알아보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의류 수거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마음 편한 과잉 소비를 부추기고 한편으로는 더 많은 제품을 소각한다거나, PVC로 만든 제품을 에코 레더라고 말하는 것은 분명한 그린워싱입니다.
 
친환경을 마케팅으로 내세워 제품을 판매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친환경’이라는 가치는 그렇게라도 유행해서 널리 보편화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친환경이라면서 쓸데없이 많은 제품을 만들어내고 친환경이라고 해서 필요 없는 제품을 구입한다면 원래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는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 패션 브랜드 낫아워스가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앞으로의 계획과 비전은 무엇인가요?

제품을 입을 때마다 좋은 기분을 전해줄 수 있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목표는 최대한 오래 버티면서 느리더라도 계속 성장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입니다.

오가닉 코튼으로 만든 복숭아 티셔츠 ⓒ 낫아워스

 

11. 끝으로두 대표님이 생각하는 문화다양성은?

나에게 문화다양성이란 '같이 공존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 -낫아워스 박진영

나에게 문화다양성이란 '내 세계를 확장시키는 유니버스' -낫아워스 신하나

 

박진영신하나
한 패션 브랜드에서 동료로 만나 친구로 지내다가, 지속가능한 패션이라는 뜻을 모아 패션 브랜드 ‘낫아워스(NOT OURS)’를 함께 론칭하여 운영 중입니다. <지구를 살리는 옷장>을 공동 집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