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심은이 장례지도사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001년도에 장례지도학과를 졸업하고 장례지도사로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해주고 있는 심은이입니다.
현재 장례지도사로 근무한 지 21년 정도 되었고요. 지금은 잠시 휴식 중입니다.
장례지도사는 죽은 자의 마지막 가는 길이 아름답고 편안할 수 있도록 장례에 관한 모든 의식을 총괄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경황이 없는 유가족들을 대신해서 안치부터 발인 또는 장지까지의 장례업무를 맡아서 진행하여 고인을 마지막까지 편안히 모심으로써 유가족들이 슬픔을 이기고 다시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일을 합니다.
2. 간호조무사로 일하시다가 장례지도사의 길을 걷게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직업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20대 초반,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면서 돌아가신 분을 처음 보게 되었는데, 고인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사람의 마지막 삶을 함부로 대하는 직원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어요. 고인을 모시는 모습이 ‘사람이라는 물건을 다루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본인 가족이어도 저렇게 함부로 할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어요. 그때 마침 우리나라에 장례지도학과가 신설된다는 보도를 보고 우리나라 장례문화의 잘못된 부분들을 바로 잡고 싶다는 생각으로 장례지도학과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출쳐=tvN 유퀴즈온더블럭)
3. 선생님은 우리나라 첫 여성 장례지도사이신데요. ‘여성’ 으로서 일하시기에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현재는 장례지도학과에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장례지도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여자가 왜 이런 직업을 가지느냐며, 많은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거나, 회피하기도 했었는데요. 오히려 여성장례지도사라서 경황이 없는 가족들에게 장례상담도 부드럽게 해주고, 섬세하게 장례 진행을 해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4.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도 출연하셨었는데요. TV 출연 이후 변화가 있었나요?
우선은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셔서 부담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데요.
이런 경우가 있었어요.
고인을 병원에서 안치실에 모시고 난 후, 장례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서 상담을 진행하는데, 어떤 분께서 저를 유퀴즈에서 보셨다면서 상담을 의뢰한 적도 있었습니다.
제가 방송이나 언론에 출연하고 인터뷰를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장례문화, 또는 죽음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나를 비롯해서 주위 사람들이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살면, 지금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어떻게 지내야 할지를 알 수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것을 ‘다른 생’이 아니라 ‘현재 삶의 일부’라고 생각했으면 합니다.
5. 우리가 장례라는 것을 대부분 갑자기, 준비 없이 맞이하다 보니 정확한 절차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장례절차는 어떤지, 과거와 현재의 변화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출처=오마이뉴스)
우리나라의 전통장례는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3년 상까지 지내기도 하죠, 장례절차도 매우 복잡하고, 상복 또한 가족관계에 따라서 복잡하게 입었었지요. 또한, 장례 중에 치러야 하는 제사만 해도 수십 가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많이 간소해졌고 특히, 핵가족이 많아지면서 종교 유무를 떠라 제사를 지내는 곳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전과 후의 차이가 큽니다.
코로나 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3일장은 무조건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가족장이 늘어나고 있으며, 빈소를 마련하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하는 것으로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장례는 대부분 3일장으로 진행하고 있고요. 장례식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수시 및 안치 -> 장례상담(장례방법, 고인의 종교, 사망종류, 국가유공자 및 수급자 등 유무확인, 유가족들 이름작성, 시설안내, 장의버스, 꽃장식, 상복, 영정사진, 화장예약 또는 매장지확인 및 서류확인) -> 빈소차림 -> 염습 및 입관 -> 성복 및 성복제(종교의식) -> 발인 및 발인제 -> 장지
6. 가장 기억에 남는 장례식이 있으셨나요?
기억에 남는 상가(喪家)가 있는데요.
보통은 빈소의 영정사진 주변을 하얀 국화로 장식을 많이 하는데, 그분 같은 경우에는 평소에 책을 좋아하셨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영정사진 주변을 책과 사전 등으로 전시를 해놓았었지요. 그 책은 나중에 어려운 학생들에게 기부를 하셨습니다.
아직까지는 특별히 장례 관행에서 벗어나서 하는 분을 많이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저는 이런 장례를 참 좋아해요. 평생 내가 좋아했던 것들로 장식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7. 외국의 장례식 문화는 우리나라와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한때 화제가 되었던 가나의 장례식이나 유럽의 사례를 보면 장례식이 하나의 축제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지도자님께서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장례식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죽음이라는 것은 생각하면 슬프고, 우울하고, 눈물이 날 수밖에 없지요. 사랑하는 가족을, 친구를 잃었으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장례식은 마지막에 누워있는 고인을 후회없이 웃으면서 보내주는 것이에요...그게 참 쉽지 않지요.
그래서 웃으면서 보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해봤는데, 일상 속에서 죽음이 언제 닥칠지 모르니, 후회없는 삶을 살아가면 되겠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에게도, 나에게도, 가족에게도... 후회없는 삶을 살아가면 마지막을 웃으면서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8.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장례지도사님의 장례식이 치러질 때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으신가요?
(출처=오마이뉴스)
저는 사실 현재 우리나라의 장례문화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아요..
대부분 장례식에서는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 이야기할 시간도 없이 보내게 됩니다. 장례 기간 내내 각자의 손님들 조문만 받다가 3일이 훌쩍 가버리죠. 그 부분이 참 안타깝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장례식은 우선, 빈소를 하얀 국화로 꾸미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 제가 좋아했던 음악을 틀어주고, 산에 다니면서 찍었던 야생화 사진들을 작은 액자에 넣어서 전시를 해놓는 거예요. 저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말이죠.
그리고 행복했던 순간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전시하는 거예요. 거창하게 전시를 하는 게 아니라 빈소 안에 전시를 해놓고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나와의 추억을 기억하고, 이야기를 하는 거죠. 그래서 가족들이 함께 사진들을 보면서 고인과 함께한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거죠.
마지막에 고인을 기억해주고, 그 모습을 보면서 서로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장례문화를 만드는 게 제가 바꾸고 싶은 것 중 하나에요. 정신없이 조문만 받다가 끝나버리는 장례는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할까요? 늘 그런 생각을 해 왔습니다.
9. 장례지도사로서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이 있으시다면요?
장례지도사로 일을 하면서 처음에는 제가 하는 업무는 고인에 대한 것들만 보였어요. 그러다가 10년이 지나니 무연고자 장례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또 시간이 흐르니 고인을 떠나보내고 힘들어하는 유가족들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현장에서의 무연고자의 장례절차를 보면서 생각한 것은
우리나라 공공기관에 장례복지과가 생겼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회복지과가 있는 것처럼요. 지금은 무연고자 또는 고독사로 돌아가신 분들의 장례 진행을 사회복지과에서 진행을 해주는데, 모든 것을 서류로만 진행하다 보니 이분들의 마지막이 참 외롭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장례복지과가 신설된다면 장례지도사가 고인을 좀 더 잘 보내드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는 ‘사별가족 심리상담’ 프로그램과 ‘사별가족 심리상담사’라는 직업을 만들고 싶어요.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고 마음이 힘든 분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가족들과 사별한 후 치유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쪽으로 공부도 더 하려고 합니다.
10. 장례지도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장례지도사를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장례지도사님들은 항상 나의 가족들을 대하는 마음으로 고인과 유가족에게 대하면 좋을 것 같아요. 나도 언젠가는 고인의 자리에, 유가족의 자리에 분명 있을 거니까요.
저와 같은 장례지도사를 만나는 분들께서는 저희를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 바라봐주면 좋을 것 같아요. 기가 세서 그런 일을 한다느니, 팔자가 그렇다느니... 하는 편견을 가지지 말고, 긴 생을 살아온 한 사람의 마지막을 배웅해주는 사람이라고, 직업이라고 바라봐주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인데, 그 누군가가 나의 가족의 마지막을 배웅해주고 있는 것이거든요.
심은이 장례지도사 저서 <아름다운 배웅> (제공=푸른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