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려요. 우야다 스튜디오에서 함께 하고 계신 분들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노년의 여유를 그리는 우야다 입니다. 우야다 ‘스튜디오’ 뭔가 많은 분들이 함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 같습니다만, 현재 1인 스튜디오이구요. 앞으로도 사실 1인으로 운영될 계획입니다. 하지만 1명의 개인이기보다 좀 더 회사라는 의식을 갖기 위해 스튜디오라고 붙여봤어요.
2. 회사 생활을 하다 독립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프리 선언을 하며 겪었던 변화에 대해 들려주세요.
UI/UX 디자인 회사를 만 3년을 다니다가 작가로 전향했어요. 사실 그림을 그리는 일을 계속 하고 싶었는데요. 대학을 졸업하고 어떻게 그림 그리는 일을 시작할 수 있는지 몰랐고
확신도 없어서 일단 회사에 갔죠. 회사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로딩 에니메이션을 그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요. 그런 일을 잘할 수 있고 재밌어하는 걸 적극적으로 어필했어요. 그래서 디자인은 물론이고 일러스트나 간단한 애니메이션도 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쓸모가 있다고 해서 안정감을 갖기가 어려웠어요. 내 작업을 하고 내 브랜드를 갖는 것이 장기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퇴사를 했습니다. 퇴사를 하고 디자인 외주를 하면서 그리고 싶었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요. 그러면서 제가 더 확장할 수 있고 더 다양한 가능성이 회사 밖에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누군가는 프리랜서의 불안감에 대해 말하지만 저는 더 재미있는 기회들이 많았고 훨씬 더 신나게 일하고 있어요. 제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고요. 일을 선택한다고 해서 일을 가려서 하는 것 같지만 일정만 맞으면 거의 합니다. 다만,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이 일을 하기로 결심을 했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주체적으로 일을 한다는 의미죠. 그런 것이 저에게 중요한 것임을 회사를 나오고 알게 되었어요.
우야다 스튜디오의 작업실 ⓒ우야다 스튜디오
3.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로서 요즘 작가님의 생생한 일상, 하루 일과를 들려주신다면?
특별한 일상을 보내는 건 아니지만요. 주로 오전에 운동을 하고요.(살려고요.) 작업실에 가서 커피를 내리고 그날 올라온 팟캐스트를 들으며 아침에 운동까지 하고 온 대견한 저를 우쭈쭈해줍니다.(간단하게 군것질을 한다는 얘기죠.) 작업실 식물들을 돌보고 미뤄둔 메일업무와 일정을 확인하고 할일을 합니다. 아무래도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보니 보고 싶은 전시를 한적한 시간에 보러 간다거나 가을 날씨가 너무 좋은데 이 햇살을 더 느끼고 싶을 때는 충분히 더 시간을 내서 즐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울면서 밤에 일합니다 ㅎㅎ 혼자 일하는 제가 외롭지 않게 일할 수 있는 이유는 팟캐스트 덕분이에요. 제 동료 팟캐스트를 소개해드리고 싶네요.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 비혼세, 밀림의 왕, 영혼의 노숙자, 듣똑라, 큰일은 여자가 해야지, 서늘한 마음썰, 씨네마운틴, 시스터후드, 이스라디오, 독일 언니들, 책읽아웃! 감사히 잘 듣고 있습니다.
4. 어떤 그림이 좋은 일러스트라 생각하세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좋은 일러스트에 대한 기준은?
저는 일러스트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에 대해 비슷한 기준을 갖고 있는데요. 어떤 설명이나 의미를 떠나서 그냥 봤을 때 좋고 재미있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제 그림이 너무 말이 많은 건 아닌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미로만 접근하면 그림 자체가 좀 아쉬워도 반응이 나쁘지 않고 어영부영 넘어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주의하고 있어요.
그냥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러스트는 필력이 느껴지는 약간 러프한 느낌의 그림이에요. 손그림의 대체할 수 없는 느낌이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해서 디지털 그림을 주로 그리는 저도 화실을 다니고 있어요. 디지털이든 손그림이든 둘 다 잘하고 싶어요.
5. 일러스트 작업에 대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애환에 대해 들려주실 수 있나요?
협업을 하다 보면 우야다 스튜디오의 그림을 딱 짚으면서 이런 느낌으로 요청을 해주시기도 하지만 찾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는 스케치안을 먼저 보내고 오케이가 나면 컬러링을 보내는데요. 스케치도 정말 러프한 스케치가 아니라 컬러링만 올라가면 완료될 정도로 거의 완성된 스케치를 전달 드리거든요. 근데 어떤 경우는 작가의 스타일을 존중하며 맡기는 경우가 있어요. 혼자 아! 이런 느낌! 하고 자신감 있게 스케치 단계 뛰어넘고 1차 마감으로 컬러링까지 거의 완벽하게 전달 드렸는데 사실은 원하는 방향이 있으신 경우 다시 작업 해야할 때가 종종 생겨요. 그냥 처음부터 모든 패를 보여주시고 충분히 의사소통을 하면 좋을 것같아요.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말한다고 해서 작가의 생각이 갇히게 될까봐 걱정하시지 않아도 되는 게 어떤 작가도 해달라는 대로만 해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거기에 자신의 생각도 더해서 분명히 더 발전된 작업물을 전달하려고 노력할 거기 때문이죠.
6. 작가님의 작품엔 유쾌하고 귀여운 할머니의 모습이 등장해서, 노년에도 뭔가 새롭고 재미있는 일들, 젊은 감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이 드는데요. 작가님께서 이러한 그림들을 그리기 시작해서 여기까지 이어온 계기가 있나요?
29살에서 30살이 될 때 나이로 놀림을 많이 당했어요. 사실 여자들은 20대 중반만 돼도 이제 더이상 ‘가치’가 없고 ‘값’이 떨어진다는 표현을 매우 자주 들어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말이죠. 그런 말들에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기도 하고요.
근데 막상 30대가 되고 20대보다 훨씬 재미있고 좋았어요. 아니 왜 겁만 주고 어떻게 잘 살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는 거야? 하는 욱하는 심정이 생겼어요. 할머니가 될 때까지 계속 두려워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답답했어요. 그래서 그 두려움을 기대로 바꾸고 싶었어요. 지금보다 자유로운 모습으로 혹은 여전히 건강하게 욕망하는 모습으로 나이든다면? 더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우리가 나이 듦에 대해 얘기할 때 항상 ‘상실’하는 것에 더 초점을 뒀던 것 같아요. 지금보다 더 성숙하고 확장하는 면도 있을 텐데 말이죠. 그런 점들을 더 얘기하고 함께 기대하면 더 나은 우리의 노년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뭔가 캠페인같네요. ㅎㅎ
ⓒ우야다 스튜디오
7. 평소 무엇을 어떻게 그릴지에 대한 영감과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으세요?
어떤 인물의 의외성을 발견할 때, 내 안의 편견을 깨는 어떤 콘텐츠를 만났을 때, 그리고 역설적이지만 ‘젊음’을 느낄 때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예를 들면, <스우파>의 리정이라는 열정적이고 젊은 감각의 천재 댄서를 보며 할머니 댄서를 떠올리는 거죠. 크롭티입고 조거 팬츠를 입고 완급조절을 완벽하게 움직이는 할머니 댄서라니 너무 멋질 것같다 하는 식이죠. 근데 이런 생각을 하면 바로 현실적으로 그것이 가능한가?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거든요. 그럴 때마다 꿈꾸는 모습으로 늙을 수 없는 이유는 현실에 너무 많지만 환상은 언제나 현실 앞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8. 우야다 스튜디오의 대표작 <어쩌면 황금기>는 신기하게도 팝업북으로 제작됐는데요. 대량생산이 어려워보이는데 왜 하필 수제 팝업북이었을까요? 이 프로젝트의 과정을 좀 상세하게 소개해주신다면?
팝업북 <어쩌면 황금기>스케치, 제작 과정
ⓒ우야다 스튜디오
독립출판페어에 참가 신청서에 새로운 책을 만들겠다고 적어 낸 것에서 시작되었어요. 참가팀으로 뽑히고 나서 제작에 들어갔는데 우야다가 계속하고 있던 얘기를 글로써 더 좋게 전달 드릴 자신이 없어서 그림을 더 재미있게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팝업북을 독학하기 시작했어요. 세상에 경이로운 팝업북이 너무 많잖아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구할 수 없는 책들도 많고요. 보는 순간 재미있고 유니크하니까 무작정 시작했던 것 같아요. 어떤 화면을 어떻게 만들지 상상하면서 정말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팝업북의 원리도 하나도 알지 못해서 찾아보면서 자문도 많이 구하고 시간이 많이 들었지만 그 2-3달 동안 정말 재미있고 정말 힘들었어요. 페어 전날 제작이 완료되었는데 그날 밤을 꼴딱 새며 7권의 팝업북을 만들어 갔는데요. 그제야 제가 참 무모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렇지만 무모함이 때로는 동력이 되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근데 그 무모함 때문에 지금 몇 년째 고통받고 있기는 합니다. 완제품인 팝업북을 입고하기 위해서는 조립하는 작업을 해야 하니까요. 처음에는 제가 매일매일 10~15권정도 만들다가 도저히 다른 작업은 아무 것도 못하겠어서 손이 꼼꼼한 친구에게 부탁해서 외주로 돌렸어요. 그러다가 조립하는 것을 워크샵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제 그림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직접 만나고 나이 듦에 대해 얘기하면서 벅찬 경험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독립출판으로 팝업북을 만들기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또 만들라고 하면 뒷걸음질 치기는 합니다 ㅎㅎ
팝업북 <어쩌면 황금기>워크숍
ⓒ우야다 스튜디오
9. 우야다 스튜디오의 작품들은 대형 유통 플랫폼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던데요. 독립출판이나 자체 또는 독립플랫폼과의 협업을 고집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고집한다기보다 현재는 그쪽이 저의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디서든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더 많은 분들이 우야다 스튜디오 그림을 아시면 좋겠어요.
그래서 가족들에게도 제 그림을 송은이, 김숙님이 언급했다고 자랑할 수 있게요. ㅋㅋㅋ 이렇게 말하면 이루어질 것 같네요. 이루어져랏!
10. 최근에는 미술을 감상하고 판매하는 방식이 다양한 것 같아요. 우야다 스튜디오에서도 꾸준히 작품을 활용한 굿즈를 내고 전시를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실제 반응이 궁금합니다. 실제 워크숍이나 전시에서 만나는 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억나는 반응이 있다면?
제 입으로 제가 반응이 좋다라고 말해야겠죠? ㅎㅎ 실제로 제 그림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을 오프라인으로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아서 인지 못 하고 있다가 페어나 전시, 워크샵에서 실존하는 인물을 만나면 뭔가 바로 친밀한 느낌이 들어서 제 마음대로
막 드립을 치는데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있고 재미있어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게 또 잘 맞아서 쿵짝쿵짝 주고받으면 얼마나 재미있게요? 그런 분들께는 홍보대사같은 직책(?)을 부여하면 또 얼마나 열심히 홍보하시는지 정말 귀엽고 웃기고 좋아요. 미친 외향인들 ㅋㅋㅋ ‘미친’이라는 표현이 좀 거칠지만 딱 맞아서 다른 말로 대체할 수가 없네요. 칭찬이니 오해마셔요(찡긋) 강남에서 열렸던 책보부상에서 만난 분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며칠 뒤 결혼하시고 캐나다로 이민을 가시는데 혼수로 챙겨갈 거라며 그림을 사가셨어요. 근데 자꾸 안가시고 앞에 서서 모르는 분들께 막 그림 추천해주시고 다른 층에 계신 분을 끌고 와서 구매하게 하고 계속 부스로 찾아오시며 저와 재미있게 놀아주셨던 분이 떠오릅니다. 캐나다에서 행복한 날들 보내시고 계시면 좋겠어요. 인친이라 종종 피드에 떠서 캐나다를 구경하곤 합니다.
그리고 제주 워크샵에서 만난 해녀지망생분도 기억나요. 이 분도 인친인데요. 워크샵 당시에는 해녀지망생이었는데 지금은 인턴기간을 지나 얼굴만 한 전복도 따오는 어엿한 해녀가 되셨어요. 믓찌다 믓찌다 우런니! 우리가 잠깐 스치듯 지나간 인연이지만 이렇게 어디론가 분주히 나아가시는 분들을 보면 저도 자극이 되고 좋아요. 우야다 스튜디오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은 저와 제 그림을 좋아해주시고 저는 또 그런 분들을 좋아하고.. 좋아함의 무한대에 빠졌습니다.
전시회 방명록 일부 (제공=우야다 스튜디오)
11. 작가님이 접하시고, 격하게 공감했던 ‘다양한 나이듦’을 보여줬던 작품이 있다면?
<디어 마이 프렌즈>라는 드라마를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그 작품에는 정말 싫은 꼰대 노인도 나오지만 서로 연대하고 욕망하는 노인도 나오거든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문정아(나문희 분) 할머니에요. 평범하고 고된 삶을 살다 보니 어느새 나이 들어 버렸지만 그녀에게는 ‘세계일주’라는 꿈이 있죠. 정아 할머니가 사랑스러운 건 자신의 욕망을 정확히 안다는 점인데요. 결국 그 욕망을 위해 안전하고 시시한 삶에 균열을 일으키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박막례 유튜버의 채널은 이미 너무 많은 분들이 알고 있으니까 두말하면 입 아프쥬? 박막례 할머니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갑툭덕 (갑자기 툭 덕심)
12. MZ세대 사이에서도 점점 멋있게 나이들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늘어가고, 사회 분위기도 과거와는 달라진 것 같아요. 혹시 작가님도 이러한 변화를 피부로 느낄 때가 있나요?
네. 변화를 저는 정말 많이 느껴요. 우리 세대는 일단 제가 그리는 멋지고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노년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 같아요. 이미 중년을 넘기고 장년, 노년을 사시는 분들은 제 그림을 좋아하지 않아요.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길에서 열리는 페어에 참가하면 종종 나이 지긋하게 드신 관람객이 그렇게 나이들 수 있을 것 같냐고 물으세요. 혹은 관심이 전혀 없으시고요. 이런 반응을 보면 되게 재미있고 신기한데 생각해보면 민주화나 전쟁을 겪으신 분들이잖아요.
이런 개인의 욕망과 자유로움을 생각하기 어려울 것 같아
요. 하지만 지금 우리 세대는 욕망하도록 양육되었잖아요. 그 욕망이 직업과 먹고사는 것에 대한 일로 한정된 것일지라도 아무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으라는 메시지니까요. 그런 세대가 나이 들면 지금의 노인분들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나이들 것 같아서 기대됩니다.
ⓒ우야다 스튜디오
13. 참, 전시 참여자들에게 노년의 모습을 캐리커처로 그려줬다고 들었는데요. 이 때 참여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분들의 글을 보며 마음이 웅장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대부분 지금의 모습에서 잃고 싶지 않은 자신의 코어에 대해 말씀해주신 것 같았거든요. ‘다정함’, ‘도전’, ‘용기’, ‘여유’. ‘평화’, ‘자유’ 같은 것들이요. 잃고 싶지 않다는 것은 지금 갖고 있는 거라는 얘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좋다고 느꼈고 나이 들어도 여전히 우리는 우리일 수 있으니 쫄지 말자고 얘기해주고 싶었어요. 조금 위트 있게 그리고 싶었고 반응은 좋았는데 잘 모르겠어요. 모든 분들이 인스타 계정이나 이메일 같은 개인정보를 남기신 건 아니어서 그분들께 전달이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굿즈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은 받았지요.
우야다 스튜디오의 전시회 모습 (좌)소심한 책방, (우) 이스트씨네 (제공=우야다 스튜디오)
14. 우야다 스튜디오가 앞으로 어떤 작품들을 어떻게 선보이실지 궁금한데요. 앞으로의 활동계획도 소개해주세요.
앞으로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기회가 된다면 전시도 하고, 출판 쪽과 SNS를 통해 활동할 것 같아요. 구체적인 작업 방향은 잘 모르겠지만 인물과 풍경이 더욱 풍성한 작업을 하고 싶어요. 수작업도 역시 너무 해 보고 싶고요.
그리고 멋진 여성 창작자들과 재미있는 작업을 많이 하고 싶어요.
15. 우리가 어떤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싶은지 고민하는 건 왜 중요할까요? 끝으로 작가님은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으세요?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또 그때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요?
그냥 시간이 지나서 자신을 잘 알지 못한 채로 나이 드는 것과 자신의 욕망을 잘 알고 어떻게 나이 들고 싶다고 생각하며 나이 든 것은 많이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과일이나 후숙하는 과일도 잘못하면 썩어버리잖아요. 잘 무르익고 싶다면 어떤 모습으로 나이들고 싶은지 한 번쯤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많은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지금도 하고 싶은 것을 되도록이면 미루지 않으려고 하지만 현실에 치여서 어려울 때도 있거든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내가 뭘 원했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나의 다양한 욕망에 귀 기울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세상에는 내가 해본 것과 내가 해 볼 것들로 가득하고 자주 설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곳이 어디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그때도 그림을 그리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글쎄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요? 할머니가 되면 더이상 나이듦에 대해서는 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때는 젊음을 그릴까요? ㅎㅎ
우야다 스튜디오
노년의 여유를 동경하며 노인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랑스러운 노인을 만나며 당신의 몸과 마음도 건강하게 무르익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