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에 하나는 네 취향에 맞는 인디게임이 있겠지(강한결 기자) 첨부이미지 : 4.png

 

*본 게시물은 ‘K-게임과 문화다양성’을 주제로 외부전문가가 개인적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한 칼럼입니다.

 

인디게임(Indie Game). '독립된'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인디펜던트(independent)의 준말과 게임을 합친 단어다. 사전적인 정의로는 유통이나 스폰서 등 거대 자본의 간섭에서 자유로운 형태의 독립적인 게임을 의미한다. 인디영화, 인디음악 등의 의미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게임 산업이 시작된 초창기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인디게임이라는 용어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인디게임이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은 2007~2008년 무렵이다.당시 대다수 메이저 게임사들은 안정적인 매출을 위해 대중성이 높은 AAA급 게임(대량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작)에 집중했다.

게이머들도 초반에는 쏟아지는 대작 러시에 환호했지만, 게임 다양성이 점차 훼손되는 부분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AAA급 대작에 비해 작품의 완성도는 낮지만 독창적이고 참신성이 높은 1인 혹은 소규모 개발사의 작품이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게 됐다. 이것이 인디게임의 태동이라 볼 수 있다.

2010년 중반부터는 바야흐로 인디게임 전성기의 시작이라 볼 수 있다. 구글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 모바일 앱마켓과 스팀과 같은 PC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대중도 손쉽게 인디게임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스팀의 로고 ⓒ밸브 코퍼레이션

 

앞서 인디게임의 사전적 정의를 유통이나 스폰서 등 거대 자본의 간섭에서 자유로운 형태의 독립적인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게임 업계에서는 인디게임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인디게임이 태동하던 시기부터 이어지던 것처럼 자본의 간섭에서 독립돼야 한다는 것과, 자본에서 독립됐지만 참신성이 없는 소위 양산형 게임도 인디라고 볼 수 있냐는 것에 대한 팽팽한 대립이다.

개인적으로 양측 입장 모두에 어느 정도 공감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인디게임 개발사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 가운데는 게임사에 근무를 하다가 자기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창업에 뛰어든 분들도 상당수다. 이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인디게임을 어떤 것이라고 정의내리는 게 참 쉽지는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회사에서는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회사를 차렸다. 이전에 큰 회사에 있을 때에 비하면 확실히 고생은 많이 한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은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인디게임이 아닐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개발자들이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만든다면, 게이머는 총천연색의 다양성이 보장된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어찌 보면 인디게임으로 성공을 거둔다는 것은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플로리스 다크니스>의 키비주얼 ⓒ올드아이스

 

그럼에도 꾸준히 인디게임 개발에 대한 수요가 유지되는 것은 한 명의 게이머로서도, 게임기자로서도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실제로 플레이엑스포,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 버닝비버 등의 인디게임 행사를 몇 번 다녀보면, 참신함으로 무장한 게임을 생각보다 자주 만날 수 있다. 또한 해당 작품이 프로토타입부터 어떻게 발전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올드아이스가 개발한 <플로리스 다크니스>는 그래픽 없이 소리를 통해서만 미로를 탈출하는 게임이다. 시각 장애인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고민 끝에 이와 같은 콘셉트를 게임에 적용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해당 작품은 ‘2023 대한민국게임대상에서 굿게임상’을 수상했다.

더브릭스의 <30일> 자살이라는 사회문제를 다룬 소셜 임팩트 게임이다. 소셜 임팩트 게임은 작품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 파급력을 전하는 장르를 의미한다. 30일은 출시 이후 대중과 평단 양쪽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지난 ‘2022 대한민국 게임대상 굿게임상’ 등을 비롯해 다양한 상을 받았다.

 

<산나비> ⓒ원더포션

 

인디게임 취재를 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재밌게 했던 게임이 성공할 때다. 이 글을 읽으며 인디게임에 관심이 생겼다면, 당신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개발 단계에 있는 인디게임의 후원자가 되는 것이다. 인디게임은 이용자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기에, 오프라인 행사나 플랫폼 온라인 쇼케이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다. 온라인의 경우 스팀 넥스트 페스트 등의 행사에서 무료로 데모 게임을 즐길 수 있고, 오프라인에서는 각종 인디게임 행사를 방문해 개발자와 직접 소통하며 게임을 체험할 수 있다.

사우스포게임즈 <스컬: 더히어로슬레이어>, 원더포션 <산나비>, 키위웍스 <마녀의샘>, 프로젝트 문 <림버스 컴퍼니>, 하이디어 <고양이와 스프>. 해당 작품들은 글로벌 게이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은 국산 인디게임이다. 이 작품들도 모두 각종 인디게임 행사를 거치며 많은 게이머의 피드백을 통해 수정되고 발전한 작품이다. 당신도 어쩌면, 필자가 느꼈던 원석을 발견하는 기쁨을 체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강한결
지디넷코리아 콘텐츠팀 게임담당 기자.
어린 시절 컴퓨터 판매를 하시던 아버지 덕분에 3살 때 처음 게임을 접했다. 특별히 가리는 장르는 없지만, 스토리가 탄탄한 작품을 선호한다.
도트그래픽과 횡스크롤 플랫포머 방식이 인디게임의 전부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나름대로 자타공인 인디게임 애호가가 된 게이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