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 '다양성을 그리는 방법' (홍경한 미술평론가) 첨부이미지 : 7.png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는 편견을 멀리하고 차별과 거리를 둔다. 대신 평등과 공정을 수용하며 공존과 상호작용을 우선하는 공동체 구축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는 구분을 초월한 연결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공의 요구에 의해 발생하지만, 서로 다른 문화의 풍요로움을 인정하는 포용적 환경은 그 자체로 건강하고 새로운 모더니티(Modernity)를 생성하기 위한 필요 요소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미술이 ‘다양성’을 그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선 지난 10월 6일부터 약 일주일 간 장애예술기획전 <내가 사는 너의 세계(Your World I Live In)>가 진행됐다. 2023년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13기 입주작가 6명이 참여한 기획전이다. 작가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계와 내가 바라보는 세계가 어떻게 다르고, 또 같은지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한 이번 전시는 우리 모두는 같은 세계를 살아가고 있지만 각자 삶을 경험하고 채워나가는 방식은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방점을 뒀다.

 

ⓒ서울문화재단, 예술의전당

 

지난 11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공간 와디즈’에선 장애·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교감의 장이 펼쳐졌다. 발달장애 작가 15명의 평면 작품과 미디어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 ‘열린행성프로젝트 2023-미디어컬래버레이션’이다. ‘눈에 보이는 것 그 이상의 세계’를 테마로, 작가들의 내면세계를 예술을 통해 열람케 하고 편견 없는 자유로운 교류에 무게를 둔 전시였다. 내면세계를 예술을 통해 열람케 하고 편견 없는 자유로운 교류에 무게를 둔 전시였다.

 

제공=공간와디즈

 

이 밖에도 협력과 조화를 통한 사회적 논의를 시도한 기획과 문화다양성을 밑동으로 한 전시는 곧잘 눈에 띈다. 《그림 읽어주는 여자》로 유명한 한젬마처럼 발달장애 예술가들이 자신의 재능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미술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기업들의 문화다양성 사업도 활발하다. 특히 시청각 해설 전시를 도입해 관람방식의 차등을 없애려는 전시장도 점차 불어나는 추세다. 이 모두가 배려와 존중, 공존의 일상적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공존의 가능성을 관용의 시선 아래 담은 디아스포라(Diaspora) 관련 전시도 빈번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 중인 정연두 작가의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 정연두-백년 여행기’(2023.9.6.~2024.2.25.)마냥 본래 살던 땅을 떠나 이국땅을 떠돌던 이들과 그 후손의 흔적들을 좇는가하면, 광주비엔날레와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등의 여러 국제행사에서도 ‘이주’와 ‘국가’, ‘경계’와 같은 거시적 내러티브(Narrative)는 쉽게 발견된다.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 정연두-백년 여행기 ⓒ국립현대미술관

 

문화다양성을 포함하여 타지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민족이나 집단에 초점을 둔 전시가 늘어나는 현상 뒤엔 ‘나’와 ‘너’가 아닌 ‘우리’가 교류할 수 있는 물리적·심리적 참여공간에 관한 시대적 요청이 놓여 있다. 다양한 문화에 대한 학습 및 소통에 대한 필요성 확산, 사회적 소수자를 비롯한 대중을 위한 문화기관으로서의 정체성 확보, 유기적 연대라는 가치관의 고착화 등도 하나의 이유다.
문화다양성을 인정한다는 건 여러 배경으로부터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정책과 법의 개발로 이어져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인정의 결과는 존재의 선입관을 배척하게 만들며, 통합을 통한 유기적 통일체에 내재된 ‘벽’을 허무는 단계로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한다. 그렇게 우린 저마다의 존재성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건설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진 보편적 양상으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여전히 인종, 국가, 신체의 다름이 차별이 되는 사회구조는 유효하며, 나와 다른 정치적 발언이나 성적 취향의 표현 등에서도 용인되지 않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아직 우리에겐 문화적 배경과 색깔이 다른 사람들, 떠도는 자들이 하나의 자리에서 공존하기 위한 인식개선 및 해결해야할 과제가 적지 않다.

 


홍경한
미술평론가이자 전시기획자, 칼럼니스트이다. 미술전문지 월간 <미술세계>와 <퍼블릭아트>, <경향아티클> 편집장을 거쳐 2018평창동계올림픽 문화예술 행사로 열린 강원국제비엔날레 예술총감독,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이사, 대림미술관 사외이사, 국립현대미술관 운영위원,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경향신문>과 <메트로신문> 고정 필진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