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책BTI는 무엇인가요? 첨부이미지 : 그림16.png

*'문화다양성 MZ그림일기'는 문화다양성 서포터즈 '늘다양 3기'가 직접 기획하고 구성한 콘텐츠입니다.

 

  최근 MBTI가 큰 인기를 끌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MBTI로 자기소개를 하고 한다. 다양한 성격을 4글자의 영어로 간단하게 나타내는 MBTI는 보다 쉬운 방법으로 상대가 어떤 성격인지, 어떤 매력을 가졌는지 알 수 있게 도와준다.
  사람들이 서로 만나면 MBTI가 무엇인지 묻는 것처럼 다양한 K-문학을 교류하자는 취지에서 ‘책BTI’라는 이름으로 좋아하는 책에 대한 매력을 4글자로만 짧게 소개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각자의 취향이 드러나는 책을 정하고, 책을 접하게 된 일화와 자신이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나름의 책BTI를 설정해보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대인관계에 상처를 많이 받았고 나의 존재를 존중받지 못해 뒤로 밀려난 경험이 있었다. 그때 읽었던 소설이 김애란 작가의 <비행운>이었다. 슬픔과 외로움의 정서가 짙게 묻어있는 동시에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가 솔직하게 드러나 있어서 ‘나도 그래’라는 생각을 했다.
작품 속 캐릭터에게 동질감을 느껴서 등장인물과 이야기에 자연스레 애정이 갔다. <비행운>에는 결핍으로 인해 현실을 탈피하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숨겨왔던 나의 치부를 마주하고 편히 울 수 있어 큰 위로가 되었다. 주변에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 <비행운>을 통해 위로받았고, 그렇기에 <비행운>의 책BTI는 ‘마음일기’라고 정해보았다. 공감 가는 이야기와 등장인물이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교보문고 <비행운> 표지

 

 

나는 영화를 본 후, 여운이 남으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대사들을 읊으면서 즉석에서 상황극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기억 속에 오래 간직하고 싶은 작품은 각본집 혹은 대본집을 통해 소장하기도 하는데, 2022년에는 ‘헤어질 결심’이 나의 책장에 꽂히게 되었다. 마침내 영화를 대사로 간직하게 된 순간, 나는 ‘헤어질 결심’ 속 주인공 서래 혹은 해준이 되어보았다. 각본집은 대사를 한 번 더 곱씹으면서 장면을 떠올리는 재미가 있다. 살인 사건 속 의심에서 시작된 형사와 용의자로 추정된 여자의 사랑 이야기, 대사의 속뜻을 음미하며 그들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것이 대사를 해석하면서 느끼는 영화와는 다른 각본집만의 매력이다.
  <헤어질 결심>의 책BTI를 얘기하자면, ‘헤결중독(헤어질 결심 중독)’이 떠오른다. 각본집을 보면서, 영화 속 매력에 더더욱 심취하고 중독되어 ‘헤결’앓이를 하게 된다.

ⓒ교보문고<헤어질 결심> 각본집 표지

 

 

 

  나는 한국사, 그중에서도 근현대사를 좋아하지 않는 학생이었다. 헷갈리는 여러 용어들과와 복잡한 시대의 흐름은 분명한 것을 좋아하는 나와는 맞지 않는 과목이었다. 그런 나를 바꿔 놓은 문학이 바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이다. 5월 민주 항쟁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당시의 참상과 피해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특히 인상에 깊이 남았던 것은 소설의 전개이다. 목차별로 다른 등장인물을 설정한 전개 방식은 하나의 사건 아래 다양한 관점을 보여 주었다. 소설을 읽으며 어떤 순간에는 함께 분노하고, 울기도 했다. 그 이후로 나에게 한국의 근현대사란 단순히 지루한 과목이 아니라 몰라서는 안 되는 역사가 되었다. 그래서 나에게 <소년이 온다>의 책BTI는 ‘역사이상’이다. 역사를 배경으로 집필했지만, 분명히 이 소설 속에는 딱딱한 역사 그 이상의 감정이 실려 있다.

ⓒ교보문고 <소년이 온다> 표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글을 읽는 시간이 줄어들며 어느샌가 문학과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 우연히 읽게 된 현대문학에 너무나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단 한 번도 읽어본 적 없었던 SF 호러 장르의 소설 ‘므레모사’가 그 주인공이다.
  특이한 제목에 이끌려 호기심에 읽기 시작한 작품이었지만 첫 장을 펼친 순간, 순식간에 이야기에 빨려 들어갔고, 하루 만에 완독을 했다. 처음 접한 SF 장르가 새롭기도 했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스토리에 책을 덮을 수 없었다. 그렇게 책 속 세상이 내 머릿속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을 때,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그려왔던 작품 속 세상이 한순간에 완전히 달라졌다. 책을 다 읽은 후에도 큰 충격과 여운이 남아 몇 번이고 책장을 뒤적였다. 오랜만에 문학을 읽으며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그 여운에 힘입어 현대문학 자체에 큰 관심이 생겼다.
  최근 순문학과의 경계가 없어질 만큼 장르 문학의 인기가 커지고 있다고 하는데, 나 또한 ‘므레모사’를 통해 장르 문학의 매력과 그 인기의 이유를 체감한 순간이었다. 충격적으로 재미있는 하나의 이야기가 나를 현대 장르 문학의 세계로 이끌었고, 더 많은 문학을 경험할 기회를 주었다. 그래서 <므레모사>의 책BTI는 ‘충격입덕’으로 정해보고 싶다.

ⓒ교보문고 <므레모사> 표지

 

 

  ‘비행운’, ‘헤어질 결심’, ‘소년이 온다’, ‘므레모사’ 총 4개의 책을 자신의 이야기와 네 글자의 ‘책BTI’로 풀어내 소개해봤다. 이를 통해 문학 작품에 얽힌 각자의 취향과 개성을 확인할 수도 있었고, 다양한 장르 안에서 그 작품을 자신이 좋아하고 추천하고 싶은 이유도 간결하게 소개할 수 있어 뜻깊었다. 때로는 K-문학의 다양한 스펙트럼 안에서 저마다 자신만의 ‘책BTI’를 이야기해보며, 나와 타인의 취향과 개성을 존중하고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