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서 찾는 미래의 문화예술 전시 (김선혁 교수) 첨부이미지 : 썸네일6.png

*본 게시물은 메타버스와 문화다양성을 주제로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칼럼입니다.

메타버스와 문화예술 전시, 신기하지만 여전히 낯선 만남


최근 메타버스(Metaverse)
에 대한 열기가 다소 식은 듯하다. 불행 중 다행이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메타버스가 미래의 문화예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전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당장은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여러 요건(실시간성, 다중접속, 경제시스템 등)
의 구현보다도 관람객이 메타버스 전시에 머무르고 싶은 경험 가치의 전달이 더 시급하다. 관람객이 전시 경
험을 판단할 때는 엄격하다. 메타버스 전시에 머무를 만한 가치를 찾지 못한다면, 메타버스 전시는 신기루처
럼 손에 잡히지 않은 채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메타버스가 제공할 수 있는 경험적 가치와 문화예술 본연의 경
험적 가치가 만나는 교집합에 대한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다. 

문화예술 경험 채널로서의 메타버스(Metaverse)

이제는 ‘전시를 보러 간다’는 의미 자체가 변하고 있다. 물리적인 이동으로 특정 미술관의 전시실을 찾아가는 경험을 넘어, 웹브라우저를 통한 전시, 모바일 증강현실을 통한 전시, HMD 등 가상현실을 통한 전시, 혹은 이 모든 것이 다양한 채널로 동시에 존재하는 전시까지 ‘전시를 보러 간다’는 경험의 채널이 다양해지고 있다. 문화예술 경험이 가능한 채널 중 하나를 메타버스라고 부르는 것이고, 관람객을 이 채널에 머무르도록 하는 기획은 이제 시작 단계이다. 메타버스 안에서는 직접 만나지 않아도 친구와 함께 전시를 볼 수 있고, 작품 앞에서 자유롭게 추억을 남길 수 있다. 그리고 게임과 같이 나의 모든 행동에 대하여 피드백과 리워드를 받을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기존의 전시공간보다 관람객과 더 적극적인 교류가 가능해진다. 전시 경험의 가능성은 무한히 열려 있지만 이를 어떻게 구성할지가 앞으로 기획자, 창작자, 작가들의 과제인 셈이다.

 

1) Unreal City 전시
Acute Art와 Dazed Media가 2021년 런던 내 24곳에서 증강현실로 선보인 전시 <Unreal City>. 물리적으로 런던의 특정 지점을 찾아가 작품을 증강하여 감상할 수도 있고, 전 세계 어디서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작품을 증강하여 감상할 수도 있다.

ⓒ2021 Acute Art

 

2) 2022년 루이비통이 선보인 쿠사마 야요이의 모바일 증강현실 전시 <LVxYK>
이제는 전시, 게임, 프로모션, 증강현실의 경계가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다.

ⓒ2022 Louis Vuitton Malletier

메타버스 전시 <닷과 대쉬의 모험>의 실험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사업을 통하여 <닷과 대쉬의 모험>이라는 전시를 메타버스 플랫폼 Figro에서 선보였다. 가구디자이너 소목장세미, 회화작가 이해강, 영상작가 임영주 작가가 전시에 참여하여 관람객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을 창작하였다.

 


https://vimeo.com/799742239

 

메타버스 전시에는 몇 가지 변화의 지점이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전시를 보러 오는 관람객층의 변화이다. 메타버스가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메타버스를 어느 매체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성향의 이용자층이 관람객이 된다. <닷과 대쉬의 모험>은 PC로도 접속할 수 있지만 주 채널은 머리에 착용하는 형태의 HMD VR이다. 그렇다면 HMD VR에 익숙한 동시에 주제와 작가에 관심을 가질 만한 그룹의 교집합이 해당 전시의 관람객이 된다. 대부분의 메타버스 전시는 기존 관람객을 그대로 옮겨오지 않는다. 그래서 메타버스와 전시의 만남은 미래의 문화예술 향유자를 개척하는 영역이다.

두 번째 변화는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의 변화이다. 경험 중심의 메타버스 전시는 가상공간에 작품의 3D모델을 배치하는 것 이상을 지향한다. <닷과 대쉬의 모험>에 참여한 세 작가는 각자의 영역에서는 창작 문법에 익숙한 작가들이지만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설치, 회화, 영상 기반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결국 작가, 기획자, 메타버스 플랫폼이 함께 풀어가야 할 영역이 된다. 메타버스에서는 백색 공간에 눈으로만 보는 작품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가상환경, 인터페이스, 모델링, 사운드, 상호작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관람객이 인지하는 공간, 작품, 경험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이러한 메타버스 전시 과정을 간과한다면 메타버스 전시는 계속해서 뷰잉룸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세 번째 변화는 당연한 결론이다. 전시를 보러오는 사람이 변하고, 작품의 경험이 변하게 되면 전시의 정의와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관람객은 가상 공간을 유영하는 플레이어에 가까워지고, 작가는 일정한 공간의 세계관을 구성하는 사람에 가까워지고, 기획자는 세계관들을 묶어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메타버스 플랫폼은 단순히 공간을 내어주는 임대 전시장이 아니라, 관람객과 작품, 작가를 만나게 하는 경험의 모든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미래의 미술관에 가까워진다.

<닷과 대쉬의 모험> 전시는 메타버스 전시이기도 하지만, 얼핏은 예술과 무관한 게임월드에서 우연히 마주친 예술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관람객은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메타버스의 플레이어가 된다. 각 전시공간에서 작가가 제공하는 미니골프채와 도깨비방망이를 휘두르며 작가가 의도하였거나 혹은 의도하지 않은 경험을 친구와 실시간으로 나누기 때문이다. 이처럼 메타버스에서 만나는 문화예술 경험을 전시 관람이라고 할지, 게임 플레이로 보아야 할지, VR체험이라고 할지 여러 관점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이 메타버스 전시의 다양성과 가능성을 시사한다.

 

3) 전시 <닷과 대쉬의 모험>은 HMD VR을 통해 미래의 메타버스 전시를 탐색하는 실험이다.

ⓒ Elephantspace

4) 소목장세미 작가의 <환대의 재개장>에서 미니골프를 하고 있는 관람객

ⓒ2022 Figro

5) 이해강 작가의 <느영나영>에서 도깨비방망이로 작가의 작업을 변화시키고 있는 관람객

ⓒ2022 Figro

6) 임영주 작가의 <빙>에서 물리적인 전시실에서는 불가능한 조각과 영상 경험의 경계를 넘나드는 관람객

ⓒ2022 Figro

문화예술 전시에서 ‘사용자 경험(UX)’의 등장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이라는 용어는 디자인 분야에서는 매우 익숙하다. 그러나 문화예술 분야에서 그간 등장할 일이 없을 뿐더러 문화예술 향유자를 사용자라고 칭하는 접근 자체가 어색하다. 그러나 최근 영국 서펜타인갤러리의 메타버스와 미래의 예술 방향을 담은 보고서 <Future Art Ecosystem 2: Art X Metaverse>에서 ‘예술의 사용자 경험(UX of Art)’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지금까지의 화이트큐브 모델에서 벗어나 메타버스라는 미래의 기술 환경 안에서 문화예술 경험을 사용자 경험의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메타버스와 전시의 만남이 왜 특별한지, 정말로 지속가능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답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미래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정보 인터페이스의 사용자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대부분의 문화예술 경험은 사용자 경험의 연장이다.
 
앞으로 메타버스를 정책의 방향 혹은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비대면의 논리만으로 문화예술 현장에 강요하기는 어렵다. 메타버스에서 이루어지는 전시가 주말에 직접 찾아가 볼 수 있는 기획전시보다 재미가 없다면, 혹은 친구에게 같이 가자고 설득할 만하지 않다면 메타버스는 트래픽 없는 온라인 사이트에 불과하다. 메타버스라는 지금의 열풍이 지나가고 나면 이제까지 현장에 쌓인 교훈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메타버스와 문화예술 전시의 만남은 가상세계에서 전시가 이루어질 장소나 건물을 찾는 것이 아니다. 메타버스라는 채널에서 맞이하는 관람객들의 새로운 문화예술 경험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접점에서 경험과 참여의 수준을 어떻게 기획할 것인가가 메타버스와 전시의 만남을 더욱 풍성하게 하리라 본다.

 

 


김선혁
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디지털뮤지엄과 디지털아카이브를 연구하고, 산하 문화기술연구소에서 다수의 디지털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현재는 문화예술 분야 디지털 리소스 및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의 전시, 교육, 문화경험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레벨나인의 대표이다. 고려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융합전시와 디지털아카이브를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