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팬데믹 시대, NFT와 미술 생태계 (양초롱 교수) 첨부이미지 : 썸네일7.png

*본 게시물은 ‘NFT와 미술 생태계’를 주제로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칼럼입니다.

 

Beeple의 작품 'Everydays : The First 5000 Days' ⓒ크리스티

2020년 12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트 바젤 마이애미는 미국 그래픽 디자이너 비플(Beeple, Mike Winkelmann)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후 비플이 만든 NFT 작품, <Everydays> 의 판매 가격을 둘러싸고 한국 미술과 문화산업계를 중심으로 많은 논쟁이 촉발되었다. 문화산업 분야에서 디지털 아트의 급격한 성장과 미술 영역에서 예술 작품의 NFT 발행은 그 자체로 디지털 빅뱅이자 미술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변혁시키는 사건이다. 즉, 디지털 아트의 새로운 스타들이 미술계로 진입할 뿐만 아니라, 미술(인)은 작품의 NFT 전환을 시도하고, 미술인들이 디지털 작품을 만드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 미술계와 문화산업계의 이러한 적극적인 변화를 추동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클립아트

최근 한국 사회에서 문화산업계와 관련된 거의 모든 이슈는 ‘디지털’에 기반한 것들이며, 메타버스(metaverse)와 NFT(대체불가토큰 Non Fungible Token)가 특히 많이 언급되고 있다. 메타버스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대중문화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했고, 이용자들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메타버스의 이용자는 디지털 세계에서 자신의 아바타와 함께 새로운 ‘사회적’ 상호작용에 따른 새로운 세계를 형성해 나간다. 이용자들은 NFT와 같은 디지털 상품을 제작하고, 토지를 구입하고, 상점과 갤러리를 구축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플랫폼이 개발 툴(tool)을 만들어 이용자를 개발자 역할로 유도하고 자신이 스스로 만든 상품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다양한 산업 분야가 국가 지원을 등에 업고 예술을 대상으로 메타버스의 현실화를 모색하는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NFT는 고유한 증서 방식으로 존재해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디지털 자산이다. 이는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과 유사하지만,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의 기능과는 다르게 자산의 소유정보 및 거래 내역 등을 인증하는 원본 인증서 역할을 한다. NFT는 ID를 할당하는 데이터로 작업 변조 방지를 할 수 있다. 작품은 디지털 이미지 파일로 제작해 따로 저장하고, 이 파일에 대한 소유권 증서를 NFT로 발행한다. 그런데 여러 분야로 접근하는 디지털 아티스트들의 NFT 아트가 미술을 블랙홀의 세계로 이끈다.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미술 생태계 차원을 개방하는 것이다. 물론 그 차원이 우리에게 어떤 절망을 가져다줄지는 아직 가늠하기 힘들지만 말이다. 예술가의 시간, 탐구, 감상자의 심리, 교육, 소유, 소비, 작품의 깊이와 부피, 밀도 등에서 이전의 모든 것과 다른 방식으로 증식하기 때문에.

ⓒ클립아트

미술은 항상 ‘새로운 것’을 위해 포용력을 발휘했다. 심지어 ‘자유롭게’ 온-오프라인에서 NFT 미술관을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가상 세계의 이용이 ‘교육’, ‘정보 제공’, ‘새로운 경험’, 혹은 ‘창의성’ 등과 같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일까? 인터넷 정보 제공자가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것을 추천해는 전자 상거래 서비스가 다양하게 나타났다. 필터 버블(Filter Bubble)과 같은 필터링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취향에 맞는 전시, 작가 등을 추천해 주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서비스가 그 예시이다. 예술은 그야말로 유례없는 호황인 듯 보이며,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새로운 영토를 발견한 것처럼 메타버스에 환호하는 듯이 보인다. 한국 사회는 미술 시장의 경제 효과에 대한 기대감 증폭과 비약적인 기술 발전에 따른 예술의 산업화에 대한 유례없는 낙관성론을 견지하고 있다. NFT의 참신함과 시장 이윤의 잠재력, 그리고 디지털 자산의 몇 가지 선정적인 판매를 고려하여, 많은 기관이 이 새로운 주제에 대해 대중 교육을 주도하면서 대중을 NFT에 노출시킨다.

ⓒ클립아트

‘NFT가 ‘예술의 미래인가?’라는 주제와 관련해 다양한 예술가, 큐레이터 및 디지털 기업가들이 다양한 전망을 발표한다. 그런데 이 발표들은 비플처럼 유명하지 않은 예술가일지라도 유명세와 함께 하룻밤 사이에 백만장자가 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예술의 민주화 가능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비플의 경매 낙찰자는 세계 최대 NFT 펀드의 공동 설립자인 인도 출신 비그네시 순다레산(Vignesh Sundaresan)이다. 과연 이 모든 것이 민주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며 가상세계에서 민주화의 주체는 그 세계를 이용하는 당신일까? 새로운 미술 생태계에 직면한 우리에게 많은 예술가가 비플의 성공이 그들에게 투영되길 바라는 이유가 무엇인지, 디지털 예술이 어떻게 수정되고 거래됨으로써 보존되는지, 그리고 디지털 세계에서 문화적 물체가 선별되고 소비되는 과정에 대해 심도 있는 분석과 성찰이 요구된다.

지금까지 NFT를 둘러싼 예술계 대부분의 담론이 업계 전문가와 이해 관계자를 교육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현재는 예술과 기술의 미래에 대한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일반 대중을 끌어들이고 있다. 디지털 자산이 미래에 차지하게 될 중요성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통한 수많은 과대광고와 가상 세계의 설계는 우리의 삶과 철학적 방향을 뒤흔들 정도로 위협적이며 그 자체로 디지털 팬데믹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 현대의 기술이 제공해준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만, 사실 이미 설계된 플랫폼과 마켓 메이커들의 과대광고로 운영되는 여러 사회적 명령에 자기 자신을 순응시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인간이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 불평등한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 편향과 통제 기제는 어쩌면 더욱 독점화가 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연히 가상세계에서 열린 기회를 얻게 된 인간들에게조차도 ‘상호작용’은 그 자체로 이해관계를 둘러싼 삶의 도구이며 전장(戰場)이다.

NFT와 미술(계)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술의 변이체, 용어 남발, 디지털 기술의 무분별한 적용으로 인한 운영 등은 그 자체로 우리를 디지털 팬데믹 상황으로 몰아간다. 미술 관련 기관들 그리고 일부 미술인들과 단체들 역시 미술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산업 육성이라는 명목 아래 한국의 다른 부서들은 문화예술의 산업화에 따른 신생 기업, 개인 개발자를 양성하고 있다. 그래서 비전문성에 기반한 디지털 산업 투자가 급속도로 진행 중이다. 가상자산을 활용한 문화예술의 산업화 가능성에 관해 장밋빛 성장만을 언급하는 글들이 난무한 이 시점에서우리는 문화적으로 새로운 사실인간과 생활 환경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심오한 변화즉 예술의 호황 속 예술의 거대한 퇴보를 감지해야 한다.

 

 

양초롱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회화학부 겸임교수.
프랑스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후 한국 예술계에 관한 여러 고민 과정에서 현장에 뛰어들어 담양군 해동문화예술촌 운영 책임을 맡고, 지역(민)과 예술의 관계, 그리고 예술의 역할을 고민하며 활동하고 있다.
이론적 분석을 통한 비판적 반성과 그에 따른 실천적 이성이 동반될 때 비로소 자신의 신념이 구현될 수 있다고 믿으며, 경력을 위한 일이 아닌 진정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고, 스스로 예술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