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은 문화다양성을 어떻게 수용할까? (이성민 교수) 첨부이미지 : 5.png

 

 

본 게시물은 ‘K-게임과 문화다양성’을 주제로 외부 전문가가 개인적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한 칼럼입니다.

 

한국 게임은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다른 문화콘텐츠 들과 차별적인 특징을 갖는다. 온라인 컴퓨터 게임의 초기 발전 단계에서 MMORPG 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아시아 시장을 넘어서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게임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K-게임’이야말로 콘텐츠 한류와 수출을 가장 초기부터 이끌어온 핵심적인 콘텐츠 분야라 할수 있는 것이다.
 
문화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K-게임에게 문화다양성이란 고민은 이미 현실의 문제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한국의 게임 산업은 온라인 게임으로의 전환 초기부터 수출 산업으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해외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성장한 기업들의 경우,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의 해외 성과가 문화적으로 어느 정도 유사성이 있었던 아시아 지역에 한정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북미,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더 다양한 지역으로의 확장을 시도하면서 새로운 고민들을 만나게 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게임이 더 많은 지역의 이용자와 만나게 될 수록,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의 요구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아시아 시장에서 기존 게임 산업은 인종적인 다양성과 게임 취향과 표현 방식의 특성 등의 측면에서 비교적 유사한 배경과 기반을 가진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전개했다. 그러나 보다 인종적으로 다양성이 높아진 지역으로 확장되고, 문화적 취향의 다양성도 높아진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실질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점점 더 많은 이용자들이 게임 내에서의 올바른 묘사와 관련된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이전 보다 더 다양한 이용자들이 게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포용적인 서비스를 제공해달라는 요구 역시 높아지고 있다. 보다 확장된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를 얻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이러한 문화다양성에 대한 요구에 대해 섬세하게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바타의 커스터마이징이다. 어떤 범위까지의 피부색과 체형, 성별 등을 제공해야 할까? 복장에 담긴 문화적 특성을 어느 정도까지 고려하고 제공해야 할까? 노출과 같은 요소에 대한 수용성의 차이를 어떻게 반영해야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게임 기업에게, 문화 다양성은 윤리의 문제를 넘어서 사업적 기회와 위험의 문제로 다가오게 된다.
 
게임 내에서의 '재현'만이 문화다양성의 쟁점은 아니다. 게이머의 다양성, 즉 참여의 접근성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여성 게이머의 참여를 높이고, 장애인과 같은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존의 불친절한 인터페이스 등을 개선하는 노력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콘텐츠 장르의 다양성이나 게임을 만드는 제작진의 다양성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콘텐츠를 만들게 되고,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면 기존에 한국 게임의 오랜 한계로 지적되어 온 획일화된 콘텐츠라는 문제 역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게임 업계의 문화다양성에 대한 대응의 노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조직 측면에서는 스마일게이트가 최초로 C레벨에 다양성 관련된 전담 부서를 최초로 설치하면서 다양성과 포용이란 화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기존의 획일화된 K-게임의 장르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브'와 같이 새로운 게임의 경험을 제공하며 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의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좌)스마일게이트 그룹, D&I(Diversity&Inclusion) 위원회 발족ⓒ스마일게이트
(우)게임<데이브 더 다이버>키아트 ⓒ민트로켓

 

K-게임이 문화다양성에 대한 요구에 대응하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산업적으로 기존의 주류 이용자의 취향과 요구가 엄연히 존재하며, 전 세계 이용자들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과 자원의 투입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지금 K-게임의 미래를 열어가는 새로운 성과들은 공통적으로 문화다양성에 대한 요구에 대한 적극적 대응의 결과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두를 위한 게임’에 대한 기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K-게임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며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K-게임이 문화다양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더 넓은 지역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문화의 한 영역으로 도약할 수 있길 기대한다.

 

 

 

이성민
미디어-콘텐츠 정책 분야와 미디어 역사 분야에서 다수의 연구를 수행해왔다. 문화정책 분야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재직하면서 콘텐츠 산업 현장의 변화를 정책의 언어로 담아내는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현재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에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