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다양성 교과 실행연구] 나의 진로와 문화다양성(옥련여자고등학교 현지호 교사) 첨부이미지 : 문화다양성 교과 실행연구 소개_현지호 교사.png](/attach/board/4/content/20251216143010TbNDdnigTapT28A1adnC.png)
[문화다양성 교과 실행연구]
나의 진로와 문화다양성 —옥련여자고등학교 현지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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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에서 피어나는 다양성의 순간들 학생들은 교실에서 어떤 방식으로 문화다양성을 배울 수 있을까요?
교실은 서로의 다름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작은 세상입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교육 현장에서 문화다양성의 씨앗이 자랄 수 있도록 「문화다양성의 이해」 교과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선생님들은 각 교실의 특성에 맞춰 수업을 설계하고 실제 수업에 적용해 보았습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초·중·고 선생님 세 분이 전하는 수업 설계 의도와 운영 과정, 그리고 교실에서 발견한 작은 변화의 순간들을 전합니다. |
수업은 언제나 목마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교직에 들어선 지 어느덧 20년째가 되었습니다. 교사로서는 이제 막 성인이 된 것입니다. 성인은 말 그대로 완성된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교직 생활은 행정 업무 처리 부분에서 저를 성인에 가깝게 만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수업만큼은 여전히 저를 부족한 교사로 만듭니다. 교직 초기의 강의식 수업은 하면 할수록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이 있었지만 학교 교육이 학생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자연스레 시작된 학생 활동 중심 수업은 하면 할수록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각종 연수를 찾아다니며 여러 방식을 적용해 보려 했지만, 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현재 일반 고등학교 교육은 대학 입시를 떼어놓고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학생들은 대입에 예민하고, 수업 내용이 대입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되는지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깁니다. 교사는 학생을 위해 존재하고, 그들의 행복이 곧 나의 기쁨이기에 저 역시 그러한 필요에 타협해 수업을해 온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교사로서 맞는 수업인가에 대한 의문은 늘 마음 한편에 남아있습니다.
이러한 고민이 이어지던 중, 문화 다양성 수업 개발 연구에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문화다양성이라는 주제 자체 때문이었습니다. 제게 ‘다양성’은 이미 학교에서 10가지 이상의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범교과 수업’ 같이 느껴졌습니다. 이전 학교에서 3년간 다문화 교육을 담당하며 다양한 프로그램과 수업을 접했지만, 초중고를 관통하는 위계성과 구조를 갖춘 체계적인 사례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연 2시간의 다문화 교육을 위해 외부 강사를 초청해 프로그램을 운영해도 학생들은 대체로 “시시하다”라는 평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교과 수업처럼 탄탄한 구조를 갖춘 범교과 수업은 왜 개발되지 않는 것인지, 입시에 민감한 고등학생들의 관심을 끌 만한 위계성과 입시 연관성을 갖춘 범교과 수업은 없는 것인지. 이런 의문과 호기심이 이번 연구에 참여하게 된 가장 큰 동력이 되었습니다.
고등학생들에게 재미와 의미가 있어야 한다
본 수업을 구상하면서 가장 크게 고민한 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로는 이미 머리가 커버린 고등학생들에게 문화다양성의 필요성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였습니다. 전국의 고등학생에게 문화 다양성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지 묻는다면 대부분 ‘그렇다’고 답할 것입니다. 학생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다양성은 중요한 가치이며 존중받아야 한다고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이는 ‘친구끼리는 당연히 잘 지내야 한다’와 같이 당연한 논리일 것입니다.
실제로 수업 시간에 틈을 내어 2학년 학생들에게 “문화다양성은 왜 필요한가?”라고 물었더니 “다양하면 아름답잖아요”, “하나만 있으면 재미없잖아요”, “당연히 사회는 다양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예상대로 학생들은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정작 수업을 설계하는 저조차도 ‘당연하니까’ 이상의 설명을 하기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어떻게 하면 현실적으로 고등학생들이 문화다양성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할 것인가였습니다. 문화다양성은 사회 교과의 작은 챕터로 다뤄질 뿐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주요 평가 요소가 아닙니다. 또한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문화다양성 관련 활동은 핵심적인 학업 역량이나 진로 역량을 드러내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각적으로 학생들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대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문화다양성이라는 주제로 대학이 요구하는 역량을 담을 수 있는 수업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자
문화다양성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새로운 설명 방식을 찾기 위해 꽤 오랜 기간 고민했습니다. 책도 찾아보고 AI에게도 물어봤지만, 만족스러운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교무실에서 생명과학 선생님이 보고 계시던 생물다양성 수업 자료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지나가던 길을 멈추고 생물다양성이 왜 필요한지 설명을 들었습니다. “특정 개체군이 바이러스나 자연 선택으로 사라지더라도 생물 다양성이 유지되면 생태계는 존속된다”라는 요지였습니다. 이 원리를 인간 사회에 적용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과학과 문화다양성을 융합한 수업을 설계하게 되었습니다. 대입에서도 ‘융합’은 중요한 가치이기에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에도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첫 번째 고민은 이렇게 해결되었지만, 두 번째 고민이 남았습니다. 바로, 문화다양성 수업에 고등학생들을 어떻게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할 것인가였습니다. 학생들에게 대입은 너무나 중요하기에 적절한 타협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다양성의 개념을 다양성 가치의 함양으로 확장하고 이를 학생의 진로와 연결한 수업을 설계했습니다. 학생들은 저마다 다양한 진로를 꿈꿉니다. 사회 전반이 다양성을 존중하고 장려한다면, 각 진로 분야에서도 다양성 문제는 중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 분야에서 겪게 될 다양성 문제를 탐구하게 한다면, 학생의 진로 역량을 강화할 뿐 아니라 문화다양성이 추구하는 공존과 협력의 가치를 배우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과학과 문화 다양성, 진로와 문화 다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이 이 수업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설마...? 역시!!
이전에 없던 새로운 수업을 시작하는 날은 아직도 조금 긴장이 됩니다. 이번 수업은 유독 그랬습니다. 6차시 동안 진행될 수업을 간략히 안내한 뒤, 교사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또는 옆자리 친구와 함께 탐구하며 답을 찾도록 했습니다. 2차시에 진행된 생물 다양성 수업은 생물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내용과 방식의 감수를 거쳤고, 오류 없이 진행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핵심은 학생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였습니다. 예상대로이자 다행스럽게도, 학생들은 스스로 길을 찾아갔습니다.
“사회가 다양성을 가질수록 문제 해결력이 높아지고 창의적인 해결책이 나온다.”
“자연에서 배운 이치에 따라 우리 사회도 다양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처럼 자연의 원리를 사회에 적용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습니다.
이어진 활동에서 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희망 진로 분야의 문화 다양성 문제를 도출하고 카드뉴스로 제작했습니다. 국제정치, 보건, 회계, 경영 등 다양한 분야가 다뤄졌습니다. 물론 완벽한 분석은 아니었지만, 학생들이 진로에서 맞닥뜨릴 다양성 이슈를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본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것이 먼 미래에 해당 분야의 다양성 가치 안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학생 활동지


학생들이 제작한 나의 관심분야의 문화다양성 카드뉴스
문화다양성 교육을 위해 이것들이 필요합니다
첫째, 문화다양성 교육을 위한 교육과정상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현재 다문화 교육을 중심으로 일부 문화다양성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나 그 양이 부족합니다. 특히 본 수업을 운영하며 가장 현실적으로 느낀 어려움은 수업 시수 확보였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충분히 운영하기 위해서는 수업 시수 확보를 전제로 하는 교육과정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며, 때에 따라 법정 교육의 형태로의 입법 방안도 고려해야 합니다.
둘째, 단계형 교사 연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교사들은 고등학생 대상의 문화 다양성 교육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저 또한 이번 연구가 아니었다면 깊게 고민하고 탐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문화 다양성 교육의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교사들을 위해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다양성 수용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인지하게 할 교원 연수가 확대되어야 합니다. 기초–심화–마스터 단계의 위계성 있고 체계적인 연수 체계가 필요합니다.
셋째, 고등학생 수준에 적합한 문화 다양성 수업 모델이 개발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많지 않았고, 존재하더라도 내용이 지나치게 쉬워 학습 수준에 맞지 않았습니다. 본 연구에서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교사들이 모여 고등학교 수준의 수업 모델을 다양하게 개발하여 학교 현장에 보급한다면, 문화다양성 교육의 확산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지호
인천에서 일반사회 교사로 재직하며 학생의 눈높이에 따라 소통하는 수업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자신의 고민과 그 결과물들을 인천광역시교육청 수업혁신지원단, 사회과 수업연구회, 교육과정지원팀 등의
활동을 통해 나누며 끊임없는 성장을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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