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다양성 교과 실행연구] 시간 속에서 다시 읽는 성역할과 문화다양성(포곡초등학교 박다솜 교사) 첨부이미지 : 문화다양성 교과 실행연구 소개_박다솜 교사.png

[문화다양성 교과 실행연구]

시간 속에서 다시 읽는 성역할과 문화다양성—포곡초등학교 박다솜 교사

 

🌱 교실에서 피어나는 다양성의 순간들

학생들은 교실에서 어떤 방식으로 문화다양성을 배울 수 있을까요?

 

교실은 서로의 다름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작은 세상입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교육 현장에서 문화다양성의 씨앗이 자랄 수 있도록 「문화다양성의 이해」 교과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선생님들은 각 교실의 특성에 맞춰 수업을 설계하고 실제 수업에 적용해 보았습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초·중·고 선생님 세 분이 전하는 수업 설계 의도와 운영 과정, 그리고 교실에서 발견한 작은 변화의 순간들을 전합니다.

2023년 문화다양성 교재 집필 작업을 시작으로, 성역할과 문화다양성이라는 주제는 제게 오래 머무는 질문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올해 교과 연구회 활동으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성역할’과 ‘문화다양성’을 수업에 녹여내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섬세한 작업임을 깨달았습니다. 단순히 자료를 제시하거나 개념을 설명하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어린이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교실의 하루를 천천히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교실을 다시 바라본다는 것은 우리가 무엇에 익숙하고 무엇을 낯설게 느끼는지 이해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줄넘기 색을 고를 때 자연스럽게 ‘여자색’, ‘남자색’을 나누거나, 짧은 머리의 여성 운동선수를 보고 “왜 머리가 이렇게 짧아요?”라고 묻는 모습은 누가 가르쳐서 생긴 생각이 아니라 주변 문화가 만든 익숙한 기준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수업에서는 새로운 지식을 ‘알려주기’보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문화 속 규칙을 스스로 발견하고 질문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1-2차시 가장 익숙한 ‘색’을 낯설게 바라보기

 

첫 시작은 가장 익숙한 ‘색’을 다시 바라보는 활동이었습니다. 색은 우리가 늘 접하면서도 성역할 고정관념이 가장 쉽게 드러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줄넘기나 필기구를 고를 때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분홍과 파랑을 성별과 연결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색의 의미가 시대·사회·문화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는지 함께 살펴보며 익숙한 색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수업에서 학생들은 캐릭터·장난감·옷 색깔 등 이미 성별 구분이 스며 있었다는 점을 처음 인식했습니다. 모둠 활동을 통해 하나의 색이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이미지와 상징을 찾으며, 색의 의미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초록

- 야채 : 청경채, 상추, 파, 시금치, 오이

- 생명 : 외계인, 청개구리

- 독극물

- 녹차, 말차

- 식물 : 나뭇잎, 산

- 익지 않은 과일

 

다음 활동으로는 그림책 <색깔을 찾는 중입니다>를 꺼냈습니다. 이 책은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취향을 지닌 주인공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여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주인공이 다양한 천을 잇고 꿰매며 ‘자신만의 색’을 만드는 장면을 보며, ‘차이’가 곧 아름다움이 될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마지막에는 주인공처럼 나만의 옷감 패턴을 만들어보며 다양성이 주는 자유로움과 아름다움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출처] 다그림책(키다리) 블로그 https://blog.naver.com/kidaribook/222661929873

 

 

 

3-4차시 세계 전통 의상으로 확장된 질문

색에서 시작된 질문은 자연스럽게 세계 여러 나라의 전통 의상을 살펴보는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전통 의상은 문화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영역이고, 마침 5학년 미술 교육과정에 각 나라의 축제와 문화를 탐구하는 단원이 있어 함께 연결해 보았습니다. 어린이들은 “남자는 치마를 입지 않는다”와 같은 익숙한 규범이 나라에 따라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미얀마의 롱지처럼 성별 구분 없이 모두가 입는 의상을 보며, 의복이 성별의 문제라기보다 환경과 기능의 관점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을 새롭게 이해했습니다.

질문 : 만약 내가 롱지를 입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나요?

 

답변 : 시원하고 기분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겨울엔 추울 수도 있다.

이후 학생들은 관심 있는 나라의 전통 의상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전통 의상을 디자인했습니다. 색·무늬·형태를 자유롭게 조합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5-6차시 시간 속 문화의 변화 읽기

마지막으로는 성역할과 관련해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보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하이힐이 원래 남성 귀족의 신발이었다는 영상을 보며, 문화다양성이 여러 나라의 차이를 ‘가로로’ 비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대에 따른 변화’라는 ‘세로 방향의 다양성’도 담고 있다는 점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이어 그림책 <사이클 선수가 될 거야!> 속 실존 인물 알폰시나 스트라다의 이야기를 읽으며, “여자는 자전거를 타면 안 된다”는 규범이 존재하던 시절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용기와 노력을 이야기했습니다.

 

활동지에서는 과거에 성별 때문에 제한되었던 일들이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간단한 사례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투표권, 교육, 직업, 스포츠 참여 등 변화 사례를 확인하며 아이들은 “왜 이런 규칙이 있었을까요?”, “지금은 다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와 같은 질문을 자연스럽게 꺼냈습니다. 규범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졌다는 사실을 스스로 발견하며, 지금의 자유와 선택권이 얼마나 소중한지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각자가 발견한 메시지를 바탕으로 포스터나 4컷 만화를 제작했습니다.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며 이야기 나누었고, 다양한 시선과 표현 방식이 모이며 수업이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아이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규범이 달라졌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읽어냈고, ‘문화’의 힘이 ‘변화’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 수업을 거듭할수록 교실 속 대화가 열린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보며 지식 습득을 넘어 아이들의 태도도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보였습니다.

 

학습자료 및 학생 활동지

 

 

화다양성 수업을 마치며

이번 수업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첫 번째 수업을 마친 뒤 한 학생이 조심스럽게 꺼낸 말이었습니다.

 

옛날에 총이나 사격에 관심이 있어서 가지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아빠께서 놀라셨던 기억이 나요. 그런 경우가 없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어린이·청소년의 세계는 종종 보호자에 의해 규정됩니다. 때로는 어른의 관점이 그 세계를 넓혀주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가능성을 미리 제한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그리고 교사인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이 자신의 세계를 마음껏 걷고, 뛰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길과 가능성을 열어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문화다양성 수업이 아이들에게 자신의 세계를 넓혀보고, 자신만의 ‘색’과 ‘선택’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경험이 앞으로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는 작은 출발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박다솜

배움을 즐기는 초등교사.

현재 '예민한 도서관'을 운영하며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어린이책을 매개로 다양성을 탐구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실 안에서 서로의 다름이 만들어내는 가능성과 가치를 발견하고자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