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라는 신세계 (김봉석 문화평론가) 첨부이미지 : 썸네일12-8.png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커뮤니케이션의 방식, 인간과 인간이 관계를 맺는 개념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되도록 사람을 만나지 않고 때로 격리가 필요하기에 온라인을 통한 미팅이나 회의의 수요가 급증했다. 구글 미트나 줌을 통해 화상회의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만남’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것이 최고의 소통이라고 믿었지만, 온라인 미팅과 회의를 다수 진행하게 되니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줄어 효율적이었고 감정 소비도 적었다. 직접 만나 세밀한 부분을 조율하고 정서적 공유를 하는 것도 병행해야겠지만,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만나는 빈도의 조절이 가능해진 것이다.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하나의 행사에 참여하거나 관람하는 ‘광장’도 대안이 나왔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급부상한 것이다. 인터넷에 접속하고,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고 꾸며서, 온라인 공간에서 만나 대화를 하고 함께 무엇인가를 한다. 온라인 게임 같기도 하지만, 메타버스는 또 하나의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주장했다. 페이스북을 설립한 마크 주커버그는 회사 이름을 아예 ‘메타’로 바꾸기도 했다.

‘메타버스’는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Meta’에 우주와 세계를 뜻하는 ‘Universe’를 합친
단어다. 가상세계, 가상의 현실을 말한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란 말은 이미 많이 쓰이고 있었다. 인터넷 초기에는 온라인 자아나 가상세계를 현실과 분리된 영역으로 이해했다. 현실을 떠나 잠시 마음을 의탁하는 공간 혹은 현실을 보완하기 위한 용도로서.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상현실의 영역은 물론 의미도 확장됐다.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소통과 행동은, 고스란히 현실과 겹쳐진 ‘가상현실’이 되었다. 메타버스에는 가상세계 이용자가 만들어내는 UGC(User Generated Content)가
상품으로서, 가상통화를 매개로 유통된다. 가상현실, 메타버스 안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는 그대로 현실로 연결된다. 따로 존재하는 것도, 거울도 아니고, 그것 자체가 하나의 현실이다.

도서<스노 크래시> ⓒ문학세계사

메타버스 즉 가상의 현실에 대한 개념은, 닐 스티븐슨이 1992년 발표한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시작됐다. <스노우 크래시>에서 메타버스는 아바타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가상의 세계로 등장한다.

 

게임<세컨드 라이프>의 한 장면(출처=네이버 지식백과)

메타버스의 구체적인 양상은 2003년 린든 랩이 출시한 3차원 가상현실 기반의 게임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에서 구현되었다. <세컨드 라이프>는 특정한 모험을 벌이거나 구체적인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상-친구와 연인, 직장과 파티, 스포츠 등-을 온라인에서 경험하는 게임이었다. 당시에도 <세컨드 라이프> 내에서 부부관계를 맺거나 사업을 통해서 수익을 올리는 등의 행위가 이루어지면서 현실을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영화<레디 플레이어 원>포스터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하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현실의 공감각적 체험을 당시의 미약한 기술적 수준에서는 구현할 수 없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이 끝난 후 항상 온라인에 접속하여 ‘메타버스’에서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VR(컴퓨터로 만들어 놓은 가상의 세계에서 사람이 실제와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역으로 말하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을 아주 사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면, 메타버스에 사람들이 쉽게 빠지지 않는다. 아바타를 활용해 게임이나 가상현실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현실과 같은 사회·문화적 활동을 하도록 만들려면 고도의 리얼리티가 요구되는 것이다.

ⓒ클립아트코리아

이미 메타버스에서 사용하는 비트코인, NFT 등은 현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이지만 물적 가치를 가진 것이다. 또한 버추얼 캐릭터를 사용하여 타인과 교류하며 관계를 맺는 버튜버도 존재한다. 온라인에 접속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기업의 마케팅도 메타버스로 향하게 된다. 이미 인기 게임의 ‘메타버스’에 광고를 하는 기업은 많이 있다. 웹 3.0이 등장하면서 디지털 자산의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아직은 시작 단계다. 현실만큼의 공감각을 느낄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하고, 메타버스에서의 성취가 현실을 능가할 만큼의 만족감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신세계가 메타버스에 있다.

 

김봉석
대중문화 평론가, <씨네21>, <브뤼트>, <에이코믹스> 등의 매체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를 거쳤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 소설, 만화를 좋아했고 어른이 되어서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자연스레 대중문화평론가, 작가로 활동하며 『나의 대중문화 표류기』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내 안의 음 란 마 귀』 『좀비사전』 『탐정사전』 『나도 글 좀 잘 쓰면 소원이 없겠네』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