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게시물은 메타버스를 주제로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칼럼입니다.
모든 문명에는 연속성이 있다. 몇 년 전부터 계속 뜨겁게 회자되고 있는 메타버스 또한 갑자기 튀어나온 유행이 아니다. 인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디지털 신대륙이라는 신세계를 발견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불과 10여 년 만에 인류 전체가 이 가상의 신대륙으로 이주해
버렸다. 유튜브, 아마존, 네이버, 카카오 등 이 땅 위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현실 속의 서비스가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여는 순간마다 가상의 세상으로 이동해 미디어도 시청하고 은행 업무도 보고 쇼핑도 즐긴다. 그리고 크게 보자면 그곳이 바로 메타버스다. 메타(meta)는 초월이고 버스는 유니버스(universe)를 의미하니까 ‘초월적인 세계’라는 의미인데, 사실 인류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메타버스라는 디지털 신대륙에 살고 있는 셈이다.
ⓒ클립아트코리아
Z세대라고 불리는 25세 이하의 신인류는 여기에 아바타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켰고 저마다 새로운 방식으로 디지털 신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 신세계의 진화를 위해 거대기업들은 엄청난 자본을 투자해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가며 Z세대를 사로잡을 신세계 창조에 도전하고 있다. AR, VR 글래스를 만들고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모든 투자가 미래에 대한 도전인 셈이다. 물론 모든 혁신에 대한 도전이 그렇듯 성공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메타버스 세상이 과연 올 것인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그 답은 20년 전 IT 버블 붕괴 때를 생각해보면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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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인터넷이 세상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며 엄청나게 많은 IT기업들이 등장했다가 갑자기 붕괴되면서 인터넷 시대에 대한 희망은 종지부를 찍는 듯했다. 그런데 다시 20년이 흐른 지금,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문명이 인류의 표준 문명이 되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20년간의 기술 발전이 만든 결과라는 데는 누구도 이의가 없겠지만, 그 이면에는 더 큰 원인이 있다. 바로 인류의 세대교체다. 지난 20년간 사망한 인류의 대부분은 디지털 문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사람들이었던 동시에, 지난 20년간 태어난 사람들은 났을 때부터 디지털을 접한 디지털 원주민이었다. 결국 이들이 표준 문명을 바꾼 주역이 된 것이다. 메타버스 세계도 마찬가지다. Z세대가 경험하는 새로운 디지털 세계관은 미래의 표준 세계관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들이 경험하고 창조하는 ‘메타버스 세계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게임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표준 소비 방식과 거래방식도 바뀌고 있다.
Z세대는 로블록스나 제페토에서 놀던 경험을 바탕으로 메타버스 내에 경제 생태계까지 만들고 있다. 이제 메타버스에서 게임을 만들고 사이트를 개발해 돈을 버는 것은 이들에게 일상이다. 국경 없이 디지털 아이템을 만들어 거래하고 대가로는 코인을 받는다. 그리고 이 거래 시스템을 메타버스 세계로 확대하면서 등장한 것이 NFT와 암호화폐이다. 누구나 디지털 아이템을 만들어 NFT로 등록하고 코인을 통해 국경 없이 거래한다. 이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NFT 프로젝트와 암호화폐 발행이 폭포처럼 쏟아졌으나, 2021년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장은 올해 루나-테라의 폭락, FTX 파산 등 온갖 악재가 터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 하고 있다. 마치 IT버블 때처럼. 그런데 이 새로운 경제 생태계는 고전 속에서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똑똑한 젊은 인재들이 대거 뛰어들고 엄청난 투자가 쏟아지니 당연한 일이다.
드라마<재벌집 막내아들>ⓒJTBC
콘텐츠 산업도 메타버스 세계관으로 이동 중이다. 예를 들어, 웹툰은 만화가 메타버스 세계관을 만나 크게 성장한 대표 사례다. 현재 대한민국을 열광시키고 있는 ‘재벌집 막내아들’도 웹소설에서 웹툰을 거쳐 드라마로 확산된 케이스다. 이제 웹소설이나 웹툰을 통해 인기를 입증한 원작이 드라마로 제작되어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건 표준 프로세스가 되었다. 이런 팬덤 문화와 경제를 이끄는 소비 세대가 Z세대, 바로 메타버스 세계관의 소유자들이다. 이들은 휴대폰으로 결제하고 소비하며 국경과 언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10억이 넘는 Z세대가 주도적으로 만드는 메타버스 경제시스템은 그래서 기대가 된다.
상상해보자. 국경 없이, 언어장벽도 없이, 오직 자신들의 선택으로 콘텐츠를 즐기는 세대들이 그런 세계관을 바탕으로 Defi, 크립토마켓을 키워가고, CBDC 시장을 설계한다. OTT와 웹툰에 익숙한 세대들이 NFT를 기반으로 아트시장, 엔터시장, 게임시장 등을 새로 만들어 도전을 이어간다. 그것도 가장 스마트하고 똑똑한 영건들이 모여서. 이들 중 정말 많은 기업들이 무덤 속으로 사라져갈 것이다. 20년 전 IT 버블 붕괴 때 그랬듯이. 그래도 2030년이 넘어가면 이 새로운 시대는 도둑처럼 찾아와 우리네 표준 문명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것이 메타버스 세계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예측이다. 역사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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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세계관을 바꿔야 한다. MZ세대와 소통하며 미래 시장에 대한 기대치와 적응력을 높여가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 우리가 한 번도 가지 않은 길, 혁신에 대한 도전을 시작해야 한다.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을 때, 미국이라는 나라가 만들어질지도, 세계의 패권국가로 성장할 것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역사는 그 신대륙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인류가 미래의 주인공이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우리가 그 새롭고 무모한 도전을 시작할 때다. 2023년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신대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최재붕
성균관대 서비스융합디자인학과 학과장 및 기계공학부 교수
최재붕 교수는 4차산업혁명을 신인류 포노사피엔스 시대의 시작이라고 정의하면서 융합을 기반으로 문명을 읽는 공학자로 알려져 있다.
‘포노 사피엔스’의 등장 이후 팬데믹까지 일련의 흐름 속에서 인류는 엄청난 속도로 디지털 문명 속으로 강제 이동할 수밖에 없었고 이제 그것이 뉴노멀, 즉 새로운 표준이 되었다.
뉴노멀 시대를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 예측하고 신문명에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바뀌어야 할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