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다양성의 사회적 함의가 커지면서, 이제 일상과 밀접한 식문화 영역에까지 더 폭넓게 적용되어 가고 있다. 단순히 먹는 음식의 다양성만을 지칭하는 것을 넘어 배경이 되는 식당, 카페 등의 요소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식문화 속 문화다양성. 그렇다면 MZ세대는 현재 어떠한 문화다양성, 그리고 식문화에 주목하고 있을까?
MZ의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MZ’s pick!
MZ세대가 주목한 장벽 없는 가게를 만나보자.
*'문화다양성 가보자고'는 문화다양성 서포터즈 '늘다양 2기'가 직접 기획하고 구성한 콘텐츠입니다.
1. 청각장애인 바리스타와 다양성이 함께하는 카페 / 추천인 김상아
모 사회적협동조합의 ‘청각 장애인 고용 카페’ 사업 일환으로 시작된 한 카페는 사업의 취지처럼 청각장애인 직원이 매장에 근무하며 직접 커피와 디저트를 만든다. 이 공간은 청각장애인 바리스타
와 함께하며 이들의 사회참여 기회 확대를 목표로 하는 동시에 그들이 자립을 실현해 나가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게끔 장애인 대상 전문 바리스타 교육을 통해 취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장애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제공으로 인권 감수성을 향상시키고 편견과 차별을 감소시킬 수 있도록 장애 인식 개선 홍보 및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 특별한 점은 주문과 결제, 픽업이 모두 수어 혹은 필담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비장애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하게 여기는 말로 하는 주문 방식이 이 카페에서는 당연시되지 않는다. 손님은 주문이나 요청사항이 있다면 배치되어 있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간단한 인사말을 건네고 손으로 소통해야 한다. 이처럼 해당 카페에서는 소통에 있어 무엇보다 바리스타인 청각장애인을 우선 기준으로 두며, 모든 사람이 주문하기 편리하게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안내 철칙 등을 곳곳에 마련하였다. 카페 이용객들이 남긴 메모나 리뷰를 보면 문화다양성에 관한 이해뿐 아니라 모든 메뉴의 맛 역시 훌륭하다는 칭찬이 가득하다.
더불어 장애에 대한 다방면의 이해, 도움을 실천하는 데에서 나아가 윤리 경영을 표방하며 카페 내 소모품은 전부 친환경적 제품으로 사용하고 있다. 옥수수전분으로 만든 음료 컵, 종이 스틱 등 사용되는 모든 제품 속에서 환경을 고려하는 원칙을 발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문화다양성 및 환경을 고려하며 장애인의 커피, 장애인이 운영하는 카페의 편견을 부술 수 있도록 돕는 카페가 더욱 늘어나면 좋겠다.
2.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음식점 / 추천인 나유민
KBS에서 방영된 ‘주문을 잊은 음식점 2’는 경증 치매인 4명의 노인분이 운영하는 음식점의 이야기를 담은 시사 교양이다. 2018년에 방영된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총 6회로 성황리에 방송을 종료했다. 보통 치매라고 생각하면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무능력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명숙 PD는 경증 치매인의 일상에서 남들보다 조금 느릴 뿐, 충분히 능동적인 모습을 그려냈다. 치매인이 단지 보살핌이 필요한 수동적인 존재로 그려지는 것에 맞서는 시도를 한 것이다.
이 식당에서는 주문을 잊거나, 다른 음식을 내어와도 손님은 넓은 아량으로 그들을 이해한다. 마치 누구나 언젠가 사회적 약자가 될 미래를 위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연습하는 것 같았다. 사회적 약자를 향한 시선과 편견을 음식점이라는 소재를 통해 따뜻하게 풀어낸 ‘주문을 잊은 음식점’에서 사람 간 공감과 포용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는 계기였던 것 같다.
3.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배리어프리 식당 / 추천인 장용준
실제 우리 친가, 외가 조부모님들은 연세가 드시고 몸이 쇠약해지셔서 휠체어 또는 지팡이를 자주 사용하신다. 조부모님들과 함께 외식이나 야외활동을 하게 될 때, 우리는 항상 조부모님들을 옆에서 부축해 드리고 해당 장소에 경사로 또는 입구의 구조 등을 신경을 많이 쓰곤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요식업체에는 이렇게 몸이 불편하신 노인분들,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 마련에 있어 섬세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 입구 측에 경사로가 있다고 하더라도 입구 처음만 경사로가 있고,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는 계단을 무조건 거쳐야 하거나 식당 입구에 경사로조차도 없는 곳도 많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식당의 폭이 좁은 경우도 있다. 사회적 약자분도 동등하게 손님으로 대접받고 맛있는 음식을 동등하게 누릴 권리가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는 이들을 위한 섬세한 배려와 손길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사회적 약자들도 동등하게 음식을 즐기는 데 있어 앞으로 이러한 사소한 배려와 제도적인 개선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4. 어른과 아이 모두를 환영하는 예스키즈존 / 추천인 손정민
예전에 가족과 함께 예스키즈존에 해당하는 카페에 간 적이 있다. 예스키즈존은 노키즈존과 달리 아이들의 입장을 환영하는 장소이다. 그 카페는 아기 의자를 보유했고 놀이 공간도 있었다. 음식도 어른 입맛에 맞는 음식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좋은 건강한 음식도 있어서 훌륭한 가게였다. 음식을 먹는 동안 아이들이 쾌활하게 음식을 즐기는 것을 보니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 또 어렸을 때 친구 가족들과 식당에 갔을 때가 떠올랐다. 부모님끼리 음식을 먹었을 때가 대화하시고 친구들과 놀이 공간에 가서 신나게 뛰어놀았는데 옛 추억에 괜히 마음이 찡해졌다.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는 식당에 가면 노키즈존이라고 하며 아이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곳이 많다. 노키즈존은 자영업자분들의 영업권과도 연결된 문제이기에 풀기가 어려운 문제이다. 하지만 나는 아이였던 적이 있는 어른이 그들의 권리와 추억을 망가뜨리는 일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예스키즈존, 더 나아가 아이들에게 활짝 가게의 문을 열어주는 웰컴키즈존이 늘어났으면 한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인 의식주. 모두가 행복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길 바란다.
식문화의 다양성을 떠올릴 때, 대부분 개성 있는 식습관 혹은 소수의 사람들이 즐기는 독특한 음식에 대한 존중을 생각하기 마련일 것이다. 비거니즘, 이국적인 음식점 등이 그 대표적인 예시다. 그러나 음식에만 한정된 문화다양성을 넘어 이제는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실천하는 음식점, 카페 등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MZ세대 역시 다양한 사회적 가치, 문화다양성이 녹아있는 가게들에 관심을 가지는 추세이다. 사회적 약자로 불리는 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의 집단이 주체가 되고 그들을 배려하는 식당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다양성을 존중하는 음식점에 방문하는 것이 곧 식문화에서의 문화다양성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더 넓은 범위에서 다양성을 고려한 식당이 늘어나고, MZ세대를 비롯하여 더 많은 연령층에서 문화다양성의 가치가 녹아있는 식문화를 소비하고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