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디게임의 과거와 현재 (이정엽 교수) 첨부이미지 : 2.png

 

*본 게시물은 ‘K-게임와 문화다양성’을 주제로 외부 전문가가 개인적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한 칼럼입니다.

 

<마인크래프트> 키비주얼 이미지 ⓒ엑스박스 게임 스튜디오

 

한국 인디게임이 처음으로 부각되고 시장의 관심을 끈 것은 2010년을 전후해서였다. 이 시기는 한국 게임사뿐만 아니라 세계 게임사에 있어서 2가지 차원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스팀, 구글 플레이, 애플 스토어 같은 글로벌 차원의 전자 소프트웨어 유통망인 ESD(Electric Distribution System) 플랫폼이 출현하여 중소 게임 회사나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자신의 게임을 유통할 수 있는 기회를 처음으로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애플과 구글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보급이 활성화되면서 기존에 매우 작은 부분으로 존재했던 모바일 게임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인디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이 시기를 중심으로 급격한 양적 성장을 경험했다. <브레이드>, <림보>, <슈퍼미트보이>, <테라리아> 등 소규모의 팀으로 수백만 카피 이상을 판매하는 게임들이 스팀 플랫폼을 중심으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마인크래프트>의 상업적 성공을 통해 개발사 ‘모장‘이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된 사건은 이러한 신화가 완성된 순간이었다고 볼 수 있다.
 

<룸즈: 장난감 저택의 장인>의 플레이 화면 중 한 장면 ⓒHandMade Game

 

비슷한 시기 한국 인디게임 역시 태동의 시기를 겪었고,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루어졌던 양적 성장을 경험했다. 이 시기에 한국 인디게임은 정부지원과 인디게임 페스티벌을 통해 이러한 발전에 박차를 가했다.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이나 ’성남인디게임페스티벌‘ 같은 정부 지자체의 지원을 받은 초기의 인디게임 페스티벌은 각자도생을 통해 개발하던 1인 개발자 및 소규모 팀들을 한데 모아 정보공유와 게임 전시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인디게임 개발 붐을 조성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이 시기의 한국 인디게임은 플랫폼에 따라 장르나 타겟 유저 층이 다소 다른 측면이 존재했다. ’스팀‘을 필두로 한 PC 게임들이 좀 더 진지하고 신선한 메카닉을 사용했지만, 모바일 게임들은 이에 비해 다소 캐주얼하고 대중적인 게임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룸즈>, <슈가큐브>, <용사는 진행 중> 등이 이 시기에 주목받았던 한국 인디게임들이었다. 대기업 위주의 MMORPG나 단순한 캐주얼 게임 위주의 모바일 게임에 지쳐 있던 유저들에게 신선한 메카닉을 보여준 이 게임들은 한국에서도 인디게임 개발이 가능하며 상업적 성공도 거둘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페치카>의 키비주얼 ⓒ자라나는 씨앗

 

이후 10여 년간 한국 인디게임은 단순히 상업적 성공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질적인 성장을 이루어 내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게임의 소재와 메카닉이 다양해지면서 다양성을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소셜 임팩트 게임’들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라는 스토리텔링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는 개발사 ‘자라나는 씨앗’의 <페치카>는 일제강점기 당시 연해주를 바탕으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 최재형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한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최재형의 비서 역할을 하는 러시아 교포 2세 청년이 되어 독립운동하는 최재형의 흔적을 지우면서 그를 일본 경찰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연해주 지역의 독립운동사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미제사건은 끝내야 하니까>의 키비주얼 ⓒSOMI

 

최근 신작을 발표한 ‘SOMI’의 경우는 1인 개발자라는 차원에서 그 독특함을 더한다. 그는 지금까지 공안에 붙잡혀 같이 데모에 참여한 친구의 행적을 까발리는 <레플리카>를 필두로 비롯해서 ‘죄책감’과 관련한 3부작인 <리걸던전>, <더 웨이크>를 출시한 바 있다. ‘SOMI’는 경찰에서의 취조 과정이나 그로 인한 심리적 폐해에 관한 날카로운 묘사를 바탕으로 한국 인디게임사에 작가주의적인 면모를 더해주었다. 최근 발표한 <미제사건은 끝내야 하니까>는 그의 날카로운 현실 묘사와 타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결합하여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이런 인디게임의 발전에 부응하여 대기업에서도 작은 스튜디오를 인디게임 전문 스튜디오로 운영하는
케이스도 등장했다. ‘넥슨’ 산하의 ‘민트로켓’은 물고기를 낚는 잠수부와 횟집 운영을 결합한 <데이브 더 다이버>를 선보여 시장의 호평을 받았다. 24년 2월 현재 <데이브 더 다이버>는 ‘스팀’에서만 360만 카피 이상을 판매하여 해당 게임으로만 500억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였다. 이처럼 한국 인디게임은 소규모 스튜디오의 빠른 의사결정 과정과 신선한 메카닉 및 소재를 바탕으로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게임시장에서 고군분투하면서 다양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정엽
순천향대학교 한국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게임의 미학과 인디 게임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인디 게임 페스티벌인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창설을 주도하고 8년간 심사위원장을 맡은 바 있으며,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인디 게임 행사인 IGF의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제자들과 함께 21 Days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게임을 PC나 모바일로 출시했다. 저서로 《인디게임》, 《81년생 마리오》, 《게임의 이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