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다양성 인터뷰
문화다양성 인터뷰 시리즈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을 위해 매월 특정 주제와 관련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질문하고, 그 생생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모든 이야기들의 안식처'를 꿈꾸는 장르 전문 스토리 프로덕션 '안전가옥'을 이끄는 김홍익 대표님을 만나봤습니다.
1. 안녕하세요, 대표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안전가옥 대표 김홍익입니다. 대기업에서 사업기획/ 사업전략 업무로 커리어를 시작해 스타트업을 다니고 있었던 것 같은데.. 정신차려보니 안전가옥이라는 회사를 2017년에 창업해 지금까지 해오고 있네요
2.‘안전가옥‘은 어떤 곳인가요? 대표님이 장르 문학의 가능성에 주목하게 된 계기와 안전가옥을 설립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안전가옥
안전가옥은 특이하고 이상한 곳입니다(?) ‘장르 전문 스토리 프로덕션’이라고 스스로를 지칭하고, 창작자들과 이야기를 함께 개발해요. 책으로도 만들고 영상으로도 기획하고, 우리 이야기가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에 나아갈 수 있도록 나름 다양한 사업들을 하고 있어요.
안전가옥은 웹소설의 장르와도, 전통적인 문학과도 조금은 다른 장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좀 더 넓은 의미의 ‘콘텐츠’로서의 장르를 상상하며 이야기를 만들어요. 이건 뭐.. 사실 제가 좋아해서 시작한 것을 부정할 수 없고요. 그냥 심플해요. ‘한국의 J.K 롤링이 나온다면 가장 먼저 만나고 싶다’는 욕망에서 시작했고, 지금도 그건 변함없습니다. 강력한 이야기를 미리 만날 수만 있다면, 이야기 측면에서도 사업 측면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하다고 믿고 있으니까요. 물론 운 좋게 그사이에 시장에 변화의 파도가 들이치기 시작했고요.
3. 과거에는 장르 문학이 순문학에 비해 홀대받는 취향이고, 이를 소비하는 것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요. 현재는 독자들과 문학계에서도 이를 크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습니다만 가장 단순하게는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책이 팔리고, 책 기반의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그 콘텐츠에 팬덤이 생기고, 그 팬덤이 글로벌로 확산하는 시대니까요. 사업적으로 말하자면 저희는 변화에 주목할 뿐 다른 영역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도 하고, 그래서 너무 큰 의미를 두려 하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장르 문학과 순문학의 구분이라는 것이 칼로 자르듯 딱 되는 것이 아니기도 하고, 취향의 문제는 호불호만 있을 뿐이라 생각하기도 하고요.
4.장르 문학과 문화다양성은 어떤 관계성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장르 문학이 문화다양성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굳이 장르 문학으로 특정하지 않더라도 모든 문학 혹은 콘텐츠는 그 시대의 다양성을 담아낸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장르 문학은 아무래도 소재의 선택이나 표현의 방식이 좀 더 자유로운 지점이 있겠죠. 새로운 장르를 대담하게 만들고 즐기는 창작자와 팬덤이 있기 때문에 문화적 다양성이 새로운 장르를 태동시키기도 하고요. 특히 장르 팬덤은 아무래도 더 어린 편이라 변화에 더 민감하기도 하고요. 그러니 어떻게 보면 장르 문학이 그 다양성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곳이라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5. 안전가옥의 공모전 공고에는 ‘영상향’ 또는 ‘영상화에 적합한 이야기‘를 우대한다고 나와있습니다. 영상화에 적합하다는 것의 기준과 조건을 설명해주신다면?
ⓒ안전가옥
솔직히 저희도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입니다. 회사마다 혹은 창작자마다 다른 정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창작자가 이야기를 만들 때 상상하는 매체가 있을 텐데, 그 때 영화나 드라마 등을 같이 상상하면서 만드는 이야기가 기본적으로는 ‘영상향’에 해당하는 듯해요. 기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인물의 내면을 파고드는 이야기라기보다는 대사와 행동으로 표현될 수 있는, 사건 중심의 이야기가 이에 해당할 테고요. 그리고 너-무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거나 너-무 구현하기 어려운 배경이라거나 하는 것들은 아무래도 쉽지 않겠죠.
다른 측면에서 좀 더 기술적인 예를 들어볼게요. 최근 안전가옥이 하는 공모전의 경우 대개 영상화 파트너가 있습니다. 2020~2021년에는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2022년에는 왓챠 그리고 올해 2023년에는 키이스트와 함께 공모전을 하고 있습니다. 공모전의 기획과 심사를 같이 하고, 선정된 작품의 기획개발을 함께 논의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안전가옥의 공모전에서 말하는 ‘영상향’이란 안전가옥뿐 아니라 함께 하는 파트너가 기획개발을 할 만한 이야기라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거에요.
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안전가옥’ 부스가 매년 크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안전가옥‘을 잘 몰랐던 분들에게는 궁금증과 호기심을, 안전가옥의 기존 독자들에게 ‘안전가옥답다‘라는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안전가옥‘답다라는 것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 설명해주신다면?
2023 서울국제도서전 안전가옥 부스ⓒ안전가옥
2023 서울국제도서전 안전가옥 부스ⓒ안전가옥
저희는 그냥 단순하게 당시에 가장 효과적일 수 있을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실행합니다. 도서전은 저희와 창작자들이 소비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사실상 1년에 한 번뿐인 소중한 기회입니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가장 멋짐 모습을 준비하고, 만나는 분들께 저희 작품들을 있는 힘껏 소개해요. 소위 ‘억텐’을 끌어올려서요.
도서전 외 다른 일에서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순간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위해 영역을 가리지 않고 공부하고, 결정한 내용이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게 집요하게 고민합니다. ‘호기심’과 ‘집요함’이 제가 나름 개인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예요.
사실 어떤 특정한 무언가를 의식하며 해왔던 것은 아니라서, ‘안전가옥 답다’라는 말을 정의하기는 좀 어색합니다. 그걸 좋은 의미로 써주시는 경우 좋으면서 민망하기도 하고요. 그냥 지금까지 안전가옥이 해왔던 시간이 쌓였고, 그게 ‘안전가옥답다’라는 말로 브랜딩 되고있구나 하며 감사할 따름이에요.
7. 안전가옥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장르문학을 다루는 특성 탓에 다양한 배경의 구성원들이 모여있을 것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남다른 일터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어떻게 다루고 있으신가요?
더 대단한 일터들도 많겠습니다만, 나름 안전가옥의 다양성.. 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덕심’일 것입니다. (물론 저희 멤버들은 모두가 자신들이 소위 ‘머글’이라고 오해하고 있습니다만) 콘텐츠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보통 그렇지만 다들 특정 분야에 한가락씩 하는 ‘덕후’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이 콘텐츠다 보니 각자가 본/좋아하는 콘텐츠를 이야기할 때도 많고요. 그리고 덕후인 것이 절대 흠이 되지 않는, 오히려 어떤 플러스가 되는? 그런 분위기에요. 취향과 덕심에 대한 나름의 포용이 있달까요.
8. 영상화와 번역에 힘입어 최근 K-문학이 해외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K-문학의 발전과 다양성의 확보를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약간 물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한국의 이야기, 한국의 창작자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그런데 그에 반해 실무적으로 보자면 아직 한국 콘텐츠들이 제대로 해외에 진출할 방법이 당장 많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해외의 IP마켓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고, 저작권의 해외 수출/판권에 대한 부분도 좀 더 정교하게 정의될 필요가 있고, 창작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에이전시도 좀 더 많아질 필요가 있어 보여요. 나름 안전가옥도 이에 관해 공부하고 준비하는 중이기도 하고요.
정책적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번역에 대한 지원입니다. 특히 출판의 경우 수출 논의를 위한 자료/샘플 번역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제도권 중심인 경향이 있어요. 이 지원이 좀 더 다양해지면 좋겠습니다.
9.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과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독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독자들의 문화적 감수성이 무척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러한 상황이 안전가옥의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한 발 먼저 예민해지려 노력합니다. 창작자들과 작업하면서도, 내부에서 이야기하면서도, 콘텐츠를 만들어 시장에 선보일 때도 점점 더 예민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별이나 출신 등을 자칫 대상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체적으로 검열하고, 이제는 그렇지 않은 오래된 관념이나 관습을 답습하고 있지 않은지 고민합니다. 나아가서는 그 다양해지는 흐름 속에 어떤 기획의 아이디어나 사업의 기회가 있는지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장르 문학은 다른 매체보다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편입니다. 그러니 늘 공부하고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10. 마지막 질문입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문화다양성의 정의를 한 줄로 말씀해주신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도 간단히 소개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문화다양성이란 더 다양한 재미를 위한 더 다양한 재료다
장르라는 것을 투박하게 이야기의 재미를 만들어 내기 위한 레시피라고 정의해 본다면, 다양한 문화적 자양은 그 레시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재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까지 쓰이지 않았던 재료일 수도, 다루기 까다로운 재료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잘만 다룰 수 있다면 전에 없던 풍미와 향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홍익
안전가옥 대표.
덕질을 가장한 사업…을 가장한 덕질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