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케이팝제너레이션>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음악평론가 차우진) 첨부이미지 : 그림25.png

문화다양성 인터뷰

문화다양성 인터뷰 시리즈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을 위해 매월 특정 주제와 관련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질문하고, 그 생생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다큐멘터리 '케이팝제너레이션' 공동기획자이자, 음악 뉴스레터 TMI.FM을 운영하는 평론가 차우님을 만나봤습니다. 

 

1. 안녕하세요차우진 평론가님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차우진입니다.
저는 음악과 산업에 대한 글을 쓰고 여러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2. 과거 등단을 준비하셨던 문학도라는 이력이 흥미로웠는데요. 대중음악 분야에서 오랜 기간 몸담고 평론가이자 기획자로 살아오신 이유는?

그야말로 ‘어쩌다 보니’라고 밖에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음악을 너무나 사랑했다기보다는 그저 쓰는 일을 사랑했던 것 같아요.
쓰려면 생각해야 하고, 생각하려면 보고 들어야 하니까 계속 움직였던 것 같고요. 그래서인지 저는 지금도 제가 하는 일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데요, ‘평론가’나 ‘크리에이터’ 같은 표현에 갇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3. 2020년부터는 차우진의 TMI.FM라는 뉴스레터’ 플랫폼을 운영하고 계신데요처음 서비스를 기획하고 시작하게 된 계기와 다양한 플랫폼 중 뉴스레터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앞서 얘기한 대로, 저는 쓰는 일을 좋아하고 쓰기에 최적화된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뉴스레터를 선택했습니다. 처음엔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했는데 점점 독자들이 누구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또 그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지 등등에 집중하게 된 것 같아요. 영상과 오디오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닌데요, 다만 능력이 부족해서 뉴스레터만 쓰고 있습니다.

 

ⓒ티빙채널예스

 

4. 벌써 3년 넘게 운영 중인 TMI.FM를 통해 기존에 없던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고 있습니다차별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들과 구독자와의 소통을 위한 대표적인 노력을 소개해 주신다면?

업계 단톡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음악 외에 테크, 유통, 미디어, VC 등의 분들이 모인 곳인데 1,500명 정원이 다 채워졌습니다. 많은 분이 업계 실무에 대한 팁과 노하우를 나누고 계세요. 그리고 지금은 중단했지만, 지난 1년 동안 멤버십 커뮤니티도 운영했습니다. 매주 구독자들과 줌미팅을 하고 한 달에 한 번 오프 모임을 가졌어요. 새롭거나 차별적인 시도는 아니고 제 나름의 효과적인 소통 방법을 고민했던 것 같아요. 정답이란 게 없는 상황이라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5. 대중문화의 급속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차우진님처럼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고본인의 이름으로 브랜딩을 하길 원하는 분들께 들려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말 그대로 자기에게 맞는 영역, 스타일, 속도를 찾으면 좋겠어요. 내가 잘하는 방식으로, 누가 봐도 인정할 만큼, 탁월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인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남들과 다른 점을 찾아내서 그걸 꾸준히 발전시키세요.

 

6. ‘공간을 위한 플레이리스트’, ‘한 사람을 위한 플레이리스트’ 등 다양한 주제로 음악들을 큐레이션 하셨는데요꾸준하게 플레이리스트의 중요성이 커지고대중들에게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음악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하루에 수천, 수만 곡의 음악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플레이리스트와 알고리즘은 음악을 접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 되었어요. 그리고 이 수많은 음악을 구별하는 기준은 장르가 아니라 분위기가 된 것 같고요. 그래서 플레이리스트가 중요해진다고 봅니다.

7. 케이팝 다큐 <케이팝제너레이션>의 공동 기획자로 참여하셨는데기획하게 된 동기와 실제 실현되기까지의 과정을 간단히 소개해 주신다면?

그전에도 여러 편의 케이팝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었는데, 그때마다 약간씩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직접 만들어 보자, 라는 생각을 했어요. 정형진 제작 프로듀서가 비용과 수익모델 등 제작을 총괄하고, 제가 스토리 구조, 전체 방향성 등을 맡고, 임홍재 프로듀서가 기획, 촬영, 편집 등 제작 부문을 맡았어요. 업계에서는 꽤 낯선 방식일 수도 있지만, 다루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해서 오히려 큰 문제는 없었어요.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특히 케이팝 회사의 임직원과 아티스트를 섭외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큰 보람을 느꼈어요.

 

8. 프로젝트에서 총괄 스토리 프로듀서를 맡으셨는데요스토리 프로듀서라는 말이 생소한데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수행하셨는지 조금 자세히 소개해 주신다면?

전체 구조와 방향을 정의하는 일을 했어요. 말 그대로 스토리텔링을 맡았죠. 예를 들면, 제가 작성한 문서들은 구성 대본이 아니라 기획안 그 자체였어요. 전체 기획안이 있고, 회차당 기획안이 있고, 각 회차 마다 핵심 키워드와 그러한 키워드가 나오게 된 배경과 맥락을 정리했어요. 케이팝에 대한 새로운 관점, 인터뷰이를 선정하는 기준, 질문의 배경 등이 중요했기 때문에 거기에 초점을 둘 수밖에 없었어요. 그 기획 문서를 토대로 관계자들을 섭외하고 내부 스터디도 진행하고 작가 팀과 회차별 구성 회의도 진행했고요. 작가 팀에는 음악 예능과 다큐멘터리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작가님들이 대거 참여했고, 스토리 팀에는 음악평론가 김윤하, 하박국이 참여했어요. 팀워크가 아니었다면 이 프로젝트는 진행하기가 어려웠을 거예요.

 

 

(좌)ⓒ 숙대신보, (우)ⓒ티빙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 제작진

 

9. 영상 콘텐츠 제작에 그 어느 때보다 깊숙이또 오랫동안 참여하셨을 것 같습니다.
촘촘한 편집으로 완성된 최종 결과물을 본 순간의 감상은 어떠셨나요?

우리 제작팀 장난 아니구나! 기획안이라고 해도 매회 1페이지가 넘지 않는데, 그걸 토대로 제작팀(촬영팀, 작가팀)의 크리에이티브가 뿜어져 나오는 걸 보면서 정말 매번 감탄했어요. 촉박한 시간에 더 치열하게 토론하고 회의하면서 만든 결과를 보면서 영상은 정말 팀워크로 이뤄지는 작업이고,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는 방법론은 글을 쓰거나 책을 만드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작업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10. <케이팝제너레이션>은 기획 시점이 꽤 됐음에도 별다른 시차 없이 2023년 현재의 이야기를 시의성 있게 담아내고안무가 등 케이팝을 이루는 여러 크리에이터들과 팬덤 등 케이팝의 다양한 요소를 잘 조망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이 다큐가 케이팝 팬들에게는 어떻게 비치길 바라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케이팝을 ‘팬 기반의 음악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이해하고 있는데, 그래서 팬들을 좀 더 정확히 다루고 싶었어요. 눈치를 보든, 무시하든 둘 중에 하나만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팬들도 느끼는 불편함, 어려움, 난감함 등을 보여주되 팬의 진정성과 공동체 의식을 정확히 반영하고 싶었어요. 공개 직전까지도 팬이 최우선 키워드였죠. 팬들이 봤을 때 나름 신경 써서 만들었네, 라는 반응만 받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1. 2년간 이어진 <케이팝제너레이션>프로젝트를 통해 케이팝에 대해 알게 모르게 갖고 있던 어떤 편견이 깨졌던 순간이 있었을까요?

저는 팬덤과 기획사, 아티스트에 대해 집중했는데 막상 일을 진행하면서 이 업계의 주변 업체들, 광고나 유통 등을 맡고 계신 분들의 감정이나 비전에 대해서 새삼 깨닫게 된 거 같아요. 팬이 단지 고객이 아니라 일종의 파트너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앞으로는 그 마음을 존중하는 일이 더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클립아트코리아

 

12. 케이팝과 다양성의 관계에 대해서 묻고 싶습니다. 케이팝이라는 문화가 다양성을 어떻게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또 이러한 다양성의 지속적인 확보를 위해 케이팝 산업에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케이팝은 정말 다양한 정체성의 소비자들과 만나요. 한국의 내수 시장이 작기 때문에 생긴 일이기도 한데요. 그렇다 보니 한국 사회는 다소 경직되어 있지만 케이팝은 다양한 메시지를 담아 내요. 물론 거기서 오는 충돌도 있죠. 저는 앞으로 한국 사회가 다양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거나 고려하지 않으면 비전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케이팝이 그런 방향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문화적으로 한국과 다른 사회, 다른 인종, 다른 성별, 다른 라이프스타일, 다른 가치관 등 이 모든 다른 것들을 지적하거나 추앙하지 않고 ‘응 다르구나’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케이팝 회사들 뿐 아니라 사실은 우리 모두가 먼저 우리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13.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하며여러 가지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계신데요차우진 평론가님이 생각하는 문화다양성에 대한 나름의 정의는?

‘나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정의할까요? 저는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똑똑해지는 지식/교양도 아니고 시혜적이거나 옳은 태도도 아니라고 보는데요. 그저 내가 나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누군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맥락으로 존재하는지를 정말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우리 모두가 다른 존재라는 걸 깨닫고, 다함께 무사하고 안전하게 지낼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나와 다른 쪽을 혐오하거나 배제하지 않으면서 이 공동체를 지키는 방법을 얘기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차우진
대중음악 평론가로 1999년부터 대중음악에 대해 글을 썼다. 
음악으로 성장하는 사람들의 뉴르레터 차우진의 TMI.FM 을 운영중이며, K팝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 공동기획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