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빨래>의 해외 진출 이야기(뮤지컬 연출가 추민주) 첨부이미지 : 그림5.png

문화다양성 인터뷰

문화다양성 인터뷰 시리즈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을 위해 매월 특정 주제와 관련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질문하고, 그 생생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뮤지컬 <빨래>의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잘 알려져 있는 추민주 연출님을 만나봤습니다.

 

1.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뮤지컬 <빨래>를 쓰고 연출하고 있는 추민주입니다.

 

2. 연출님은 각본가이자 연출가이신데요. 학창시절에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다양한 장르 중 특히 뮤지컬 장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 대학을 다닐 때는 자유를 누리며 즐겁게 살았고 직장생활 하다가 연극연출을 공부하겠다고 결심하고 두 번째 대학을 다닐 때는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음악을 좋아했었는데 학교에서 마침 뮤지컬 프로덕션과 관련해서 다양한 수업이 생겼습니다. 그중에 뮤지컬 제작 프로덕션에서 무대감독을 맡기도 했고, 뮤지컬 창작 수업도 있었는데 그런 활동을 하면서 뮤지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3. 한국의 대표 창작 뮤지컬 <빨래>의 연출가로 유명하신데요. 대학 졸업작품인 ‘빨래’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 집필하셨나요?

졸업작품을 연출해야 하는데 아무래로 고전보다는 현대극에 관심이 많았고, 빨래라는 소재를 선택하면서 이건 연극보다 뮤지컬로 했을 때 공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빨래>는 저의 서울 생활을 기반으로 쓰게 된 작품이고, 석관동에서 살 때 석관동 골목길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4. 작품 창작을 하며 여러 차례 공모전 문을 두드렸던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뮤지컬 <빨래>가 20년 가까이 관객들에게 한결같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국립극장 별오름 극장에서 공연된 뮤지컬<빨래> 1차 초연 ⓒ㈜씨에이치수박

 

뮤지컬 <빨래>로 연극원 졸업 공연을 올린 다음 함께 만든 친구들과,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고, 그래서 같이 만들었던 친구들과 기획서를 만들어 제작사 두어 곳을 찾아갔었습니다. 그리고, 국립극장이 리모델링을 하면서 창작극 공모전을 했었는데 그 기획에 뽑히게 되어 <빨래>를 세상에 처음 내보이게 될 수 있었습니다. 빨래뿐 아니라, 졸업 이후 창작극을 하기 위해 대본을 쓰고 팀을 꾸리면서 기획서를 많이 썼고, 떨어지기도 하고 붙기도 하면서 공연계에 발을 디디게 된 거죠.

 

5. 뮤지컬 <빨래>는 2012년 일본 라이선스 공연을 시작으로 중국에서 여러 차례 라이선스 공연되었습니다. 해외 진출 시에 특별히 고려했던 부분은?

 

2012년 일본 공연 모습 ⓒ㈜씨에이치수박

 

한국, 그것도 서울의 이야기를 그곳 도시에 맞게 번안할 것도 생각했으나, (현지 관계자분들이) 서울을 좋아하고 서울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습니다. 우리가 뉴욕의 이야기, 밀림의 이야기, 런던의 이야기를 한국 극장에서 올리는 것처럼요. 해외 진출 시 역시 번역과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6. 중국에서는 특히나 세 번이나 <빨래>가 라이선스 공연을 할 만큼 큰 반응을 얻었습니다. 작품이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더불어 연출가님께서 느끼신 현장 반응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2017년 중국 공연 모습 ⓒ㈜씨에이치수박

 

베이징은 서울보다 더 급격히 큰 도시로 성장했고, 중국의 많은 도시에서 젊은 사람들이 그 도시에 모여 일자리를 얻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상처받거나 좌절하면서도 끝끝내 자신의 삶의 기반을 형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 빨래에서 이야기하는 꿈, 사람 답게 사는 것, 억울함 이런 감정에서 많은 공감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7. 작품 속에 소시민들의 문화다양성 요소를 많이 녹여내고자 노력하시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저한테는 작가로서 사회와 인간, 제도와 사람,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질문이어서 계기를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8. <빨래> 이외에 다수의 국내 창작 뮤지컬이 해외 진출을 한 바가 있는데, 그 중 인상적이었던 작품이 있나요?

<셜록>이 일본에 진출했을 당시 극장에서 보았습니다. 최근에는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가 이케부쿠로에 있는 동경예술극장에서 공연 준비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셜록이라는 글로벌한 소재를 잘 만들어 냈고, 그것을 연출하고 연기하는 배우에 따라서 달라지는 모습이 재밌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 배우들이 일본 배우들에 비해 젊고 연기가 입체적이고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무대 연출은 일본 역시 개성이 강하고 음향과 조명이 뛰어나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의 무대 연출과 무대 미술과 기술이 어디에 내 놓아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일본에서는 개성이 강하고 어둡고 남성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가 주목받는 작품이 진출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처럼 따뜻하고 인간적이고(로버트가 주인공 중 하나이지만) 할머니가 주인공인 공연도 관객의 사랑과 주목을 받는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9. K-뮤지컬은 지금 세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추민주 연출님이 생각하는 K-뮤지컬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떤 것인가요?

 

라이센스로 공연된 뮤지컬 <빨래> (좌) 2015년 일본 공연 포스터,
(우) 2017년 중국 공연 포스터 ⓒⓒ㈜씨에이치수박

 

예전에는 오리지널 한국작품이 뉴욕에 가서 공연하는 것이 제일 큰 성과 중 하나로 생각됐지만 지금은 라이센스 작품으로 그곳 배우들이 한국작품을 연기하기도 하고, 우리 자본으로 외국에서 제작되기도 하고, 외국자본이 한국에 들어와 창작하기도 하는 등 K-뮤지컬의 범주가 매우 넓고 다양해졌습니다. 신토불이의 심정으로 우리 뮤지컬이 최고라고 했던 시절은 막을 내렸고, 이제 정말 이야기의 창의성과 음악과 연기의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타 캐스팅의 장점은 살리되, 함께하는 스태프와 전 배우들에게도 그에 걸맞는 임금과 대우가 보장되기를 바랍니다.

10. 연출님은 평소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또 앞으로의 계획 또는 꼭 만들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현실을 반영한 SF를 쓰고 싶습니다. 또, 에덴미용실을 뮤지컬로 만들고 싶기도 합니다.

 

 

 

 


추민주
2009년 올해의 여성 문화인상 등을 수상한 뮤지컬 극작가, 연출가.
대표작인 뮤지컬 <빨래>는 이주노동자를 비롯하여 오늘날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2005년 초연 이후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사랑받고 있다.